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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때니까 서로 힘을 모아 함께 나가면 된다고 자신합니다. 긍정적 사고로 적극적으로 나가면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가 아닌가 싶습니다."

 

9일 밤 10시부터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 가운데 일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대화 시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국민의 여러 이야기를 듣고 당 사람들과 정치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열린 마음으로 많은 국민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급락했다. 인사파문을 시작으로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 진압, 물가와 농자재값 인상, 종교 차별 논란 등 시행착오와 국정난맥상이 끊이지 않았다.

 

취임 후 두 차례나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식 사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 말을 믿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인사 파문은 계속됐고, 경제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각종 정책도 서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거리가 있었다. 서민들의 생계지원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부자 지원대책으로 비쳤다.

 

기업환경 개선 추진계획은 수도권 규제완화의 신호탄으로 보였다. 관계부처에서는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겠지만 오해의 소지는 충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는데 대해 대통령과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방은 없다'

 

비수도권 시·도 주민들은 요즘 이명박 정부가 지방을 살리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서 지방은 없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규탄하는 지방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겉으로는 지방을 살리겠다고 하면서 안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지방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경쟁력 강화대책 없이 수도권 규제를 풀면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해지고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비수도권의 자립기반 쇠퇴 등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행정구역 개편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은 "경제권·생활권·행정서비스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금쯤 행정구역 개편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전문가가 참여해 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행정구역 개편의 핵심은 5+2광역경제권이다. 전국을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충청권(대전·충남·충북), 호남권(광주·전남·전북), 대경권(대구·경북),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등 5개 권역으로 묶고 강원권과 제주특별자치도를 특별광역경제권으로 설정해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개편 논의는 행정구역에 얽매여 예산을 나눠 먹기식으로 배정해 사업이 중복되고 효율성도 떨어져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데서 명분을 찾고 있다. 전국을 광역권으로 개발해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 간의 경쟁과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5+2광역경제권으로 재편되면 비수도권은 시장논리에 따라 광역경제권의 하나가 된 수도권 및 다른 광역경제권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도 애당초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수도권이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경쟁과 상생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무책임하다. 이는 100m 달리기를 하면서 수도권은 70∼80m 앞에서 출발하도록 놔두고 공정경쟁을 하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는 비수도권의 기업 및 투자유치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공기업 선진화와 함께 불거진 혁신도시 논란도 같은 맥락이었다.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기업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시킬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긴다. 공공기관은 본디 공익을 목적으로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더 큰 공익을 위해 구성원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지방 이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살리는 일에 무슨 경제적 효과 계산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병든 국토를 살리려면 설사 경제적으로 손실이 되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비수도권 시·도의 요구사항 가운데 핵심은 최소한 지방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거론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 지방민도 포함돼 있기를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통령과의 대화' 내내 지방 살리기에 대한 패널의 질문과 대통령의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통령도 "좋은 말씀"이라고 인정했듯이 국민통합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통합과 상생도 국가발전의 큰 동력이다.

 

"모든 국민의 통합을 위해 불교도 물론이지만 종교·사회 등의 통합을 폭넓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면 제 불찰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통령은 강조했다. 여기서 이야기 한 '모든 국민'에 비수도권과 그 지역 주민들도 포함돼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태그:#대통령과의대화, #수도권규제완화, #지방살리기, #5+2광역경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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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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