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제중 추첨입학제요? 그거 과외비는 그대로 늘고 사교육도 못 잡고, 비리와 같은 뒷말만 무성한 제도였습니다. 이럴 바엔 '그만 두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없애버렸습니다."

2006학년도 입시부터 '추첨제'를 포기한 부산국제중 박아무개 교감의 토로 내용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사교육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키로 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입시와 같은 형태인 추첨제가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국제중 고위 당사자의 첫 증언인 셈이다.

전국 유일의 공립특성화중학교인 부산국제중은 98년 개교 이래, 2005학년도까지 5배수 추첨선발 형식으로 신입생을 뽑아왔다. 이 학교는 '귀족중학교'란 별칭을 갖는 서울의 두 예비 사립국제중과 달리, 지난해까지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일체 받지 않아왔다.

부산국제중의 공식 사이트.
 부산국제중의 공식 사이트.
ⓒ 부산국제중사이트

관련사진보기


부산국제중, 지필고사 법규 위반...교과부 조사 나설 듯

한편, 부산국제중은 법으로 금지한 지필고사를 보는 한편, 위장 '지필고사' 형태로 구술면접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됨에 따라 교과부가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 필기시험에 의한 전형을 실시하여서는 아니된다"(76조)고 규정하고 있다.

성삼제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부산국제중이 지필고사를 보는 것은 법규위반"이라면서 "편법구술면접 시행 여부와 함께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에 대해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부산국제중 쪽은 "서울시교육청이 갑자기 사립 국제중을 만들려고 하는 바람에 우리에게 불똥이 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다음은 지난 8일 오후 부산국제중 박 교감과 전화로 벌인 일문일답이다.

"법으로 지필고사를 못 보게 하니까 이렇게라도..."

- 전체 입학생 60명 중 특별전형 학생 20명에 대해 지필고사를 보는 것은 불법 아닌가?
"법으로 지필고사를 금지한 이유가 과외 조장 때문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교는 과외 조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반전형이 아닌 외국에 1년 이상 거주한 학생이 응시하는 특별전형에 한해 지필고사를 보고 있다. 해당 나라 언어와 국어 능력 시험을 볼 뿐이다."

- 일반전형 학생들 40여명도 미리 문제가 적힌 종이를 나눠준 뒤 면접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 또한 편법 지필고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문제가 적힌 종이를 주고 구상실에서 깊이 생각한 뒤 답변하게 했다. 답변 시간은 문제마다 1∼2분이었다. 법으로 지필고사를 보지 못하게 하니까 이렇게라도 능력을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학교가 특별전형 지필고사를 보는 과목은 외국어 시험과 교육과정이수 능력평가다. 문제 유형은 객관식과 주관식, 그리고 서술형. 시험 보는 시간은 50분으로 알려졌다.

일반전형에서도 사실상 지필고사식 구술면접을 본다. 과목은 언어, 수리, 외국어이며 2∼6문제를 풀면 된다. 종이에 적힌 문제를 연필로 적는(지필) 대신 입으로 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리 영역은 아예 응시생이 미리 적어놓은 답안지를 보고 읽거나 평가담당자에게 보여주면 된다.

- 토플과 토익 등 외국계 영어평가시험은 전형요소에 반영하지 않는 게 정부의 원칙이었다. 지난 해 토플 대란 이후 서울지역 외고도 이런 시험을 반영하지 않았는데, 부산국제중은 정반대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다만 3년 전에 예고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미리 얘기하고…. 갑자기 결정하면 혼란이 되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자기소개서 과외비가 더 들어 간다"

- 서울 예비 국제중처럼 자기소개서를 쓴 뒤 추첨입학 전형을 하다가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5배수 추첨제를 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자기소개서 과외비가 더 많이 든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거 과외는 과외대로 늘고 사교육도 못 잡고, 비리와 같은 뒷말만 무성한 제도였다. 이럴 바엔 '그만 두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없애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

- 자기소개서 과외비가 더 든다는 얘기는 무슨 뜻인가?
"'과학상자'를 대신 만들어줘 상을 타기 위한 과외가 있었고, 경시대회 대비 초등생 사교육비가 계속 늘어났다. 영재교육원에 가서 경력을 쌓으려는 과외도 많았고…. 결국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돈도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방식(지필, 구술면접)으로 시험을 보는 게 좋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영어몰입교육을 하려면 기본 실력도 측정해야 했다."

-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입시에서 추첨제를 발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경험으로 볼 때 사교육도 못 잡고 신빙성도 없게 될 것이다."

- 중학교 때부터 귀족학교에 일부 학생을 분리시켜 놓는 국제중의 근본 문제를 지적하는 소리도 있는데….
"중등교육부터 분리교육이 필요한지, 나도 고민이 많이 된다. 하지만 부산은 서울과 다르다. 지난해까지는 수업료와 기숙사비 전체가 무료였다. 기숙사비로 올해는 한 달 2만5000원을 받는다. 최소한 우리 학교는 귀족학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서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한 해 순수 수업료는 입학금을 포함해 550만원이다. 교복이나 해외연수비, 학교 안팎 과외비 등은 빠진 액수다. 이는 '귀족중'으로 알려진 청심국제중의 한 해 수업료 436만4000원(입학금 포함)보다도 많은 액수다.

서울에 생길 예정인 두 국제중의 전형 방식 또한 부산국제중처럼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내년 개교를 앞두고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눈 가리고 아옹'식 추첨제와 면접제 등으로 마치 사교육 과열 현상을 줄일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다"면서 "공립학교인 부산국제중도 추첨제를 포기했는데 사립학교인 두 국제중이 몇 해안에 자신들만의 전형방안을 가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제중, #부산국제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