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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스트로베일하우스-정선 동강변 '동강사랑'.
 국내 최초 스트로베일하우스-정선 동강변 '동강사랑'.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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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노은면 문성리에 휴식, 운동, 명상, 그리고 마음수련이 이루어지게 될 마음치료센터 건립이 한창 진행 중이다. 틱낫한 스님의 프랑스 플럼빌리지, 인도의 오로빌마을, 니어링부부의 미국 굿라이프센터와 같은 세계적인 마음치료센터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수백만 통의 '아침편지'를 띄우는 고도원씨가 나서 벌이는 일이다. 이름하여 '깊은 산속 옹달샘'.

생태적인, 너무도 생태적인 공간을 지향하는 이곳 건축물은 주로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house)로 짓는다. 스트로베일하우스가 그만큼 생태적인 건축공법이라는 증거다.

스트로베일하우스는 말 그대로 스트로베일로 짓는 생태건축물을 말한다. 스트로베일은 스트로와 베일의 합성어이다. 스트로(Straw)는 짚이다. 볏짚, 밀짚, 보리짚 등을 통칭한다. 베일(bale)은 가축용 사료로 쓰기 위해 직육면체로 짚단을 압축해 묶어 놓은 것이다. 대략 가로 80cm, 세로 49cm, 높이 35cm의 크기로 무게가 20kg 이상 나간다.  이러한 베일을 마치 벽돌 블럭 쌓듯이 벽체를 쌓고 벽체 표면을 황토흙, 천연 페인트 등으로 수차례 미장하여 마감하는 건축공법이다.

짚과 흙으로 집을 짓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건축방식 중 하나이다. 다만 짚 자체를 압축해 벽체로 올리는 스트로베일하우스는 백여 년 전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짚을 압축하는 기술이 생기면서 처음 지어졌다.

목축을 주로 하는 평야지대라 집 지을 나무나 돌이 부족해 처음에는 잔디떼장을 쌓아 집을 지었다고 한다. 이어 밀짚을 압축하는 베일러(baler)를 개발해 창고를 만들고 스트로베일하우스를 고안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2004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유산3호로 조성한 강원도 정선 동강변의 제장생태마을에 동강지킴이센터 겸 상근간사의 살림집을 겸한 '동강사랑'을 지은 게 처음이다. 이후 산청, 해남, 원주, 진안, 충주, 부안, 성주 등 전국 각지에 전원형 생태주택은 물론 카페, 공방, 교회, 학교, 명상센터 등 용도로 30여채 이상의 스트로베일하우스가 지어졌다.

중국에는 1천여 채가 넘는 스트로베일하우스가 지어져 미국, 호주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스트로베일하우스 사례가 많은 국가로 알려지고 있다. 

따뜻하고 바람 잘 통하고 게다가 싸기까지...

스트로베일하우스로 지은 산청 민들레대안학교.
 스트로베일하우스로 지은 산청 민들레대안학교.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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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일하우스로 지은 해남 봄길교회.
 스트로베일하우스로 지은 해남 봄길교회.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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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일 생태건축의 장점은 우선 건축자재 등 재료의 생태성에 있다. 볏짚, 황토 등의 주요 재료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볏짚은 매년 생산돼 구하기도 쉽고 구입 비용 또한 적게 든다. 집을 해체한다고 해도 자연으로 쉽게 다시 돌아가는 생태적인 소재이다.

탁월한 단열성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따로 보온재를 쓰지 않아도 볏짚단 자체의 단열과 보온성이 뛰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황토만으로 지어진 주택에 비해 2~3배의 보온, 단열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에너지를 그만큼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통기성도 뛰어나다. 벽이 살아있는 듯 숨을 쉰다는 말이다. 가습기보다 습도조절이 더 뛰어나고 겨울 내내 청국장을 끓이거나 고기를 구워 먹어도 냄새가 배지 않을 정도다. 또 건축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 주 자재인 볏짚단이 싸고 시공도 간편하다. 스스로 집을 짓게 된다면 건축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건축공법을 배우기도 쉽다. 복잡해 다루기 어려운 장비나 뛰어난 손 기술이 필요없다. 그래서 두레 방식으로 집을 지을 수도 있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 친지, 친구들과 주말을 이용해 놀이나 축제처럼 즐기면서 지을 수 있다. 특히 베일 쌓는 단계나 미장하는 단계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작업을 하면 공사 기간을 쉽게 단축할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방식의 골조를 적용해 다양한 모양으로 지을 수 있다.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현대적으로도, 전통적으로도 지을 수 있다. 매끄럽고 반듯한 모양도 가능하고 투박하고 파스텔톤의 질감을 살릴 수도 있다. 네모 반듯하게 창이나 문을 낼 수도 있고 원형이나 아치의 문도 달 수 있다.

지진에도 강하다. 베일은 벽돌이나 콘크리트 벽과 달라 충격에 유연하다. 미국 LA 지진에서도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전혀 손상이 없었다는 보고도 있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장점은 세계 각국 과학실험으로도 뒷받침된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대학 건축연구센터의 실험에서는 초속 60m의 강풍에도 로드베어링 벽이 전혀 문제가 없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는 스트로베일 벽(특히 로드베어링)이 평균 279kg/30cm 정도로 지붕을 떠받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다. 캐나다의 국가안전연구위원회에서는 스트로베일 벽이 2시간 동안 섭씨 1010도의 열도 견디며 반대편 벽의 온도 상승은 5도 이하라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기존 방식의 주택보다 에너지를 60% 절감할 수 있다는 미국 에너지관리국의 평가결과는 고무적이다.

어디서 배울까? 재료 구입은 어디서?

진안에서 열린 스트로베일건축 워크숍.
 진안에서 열린 스트로베일건축 워크숍.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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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장점이 많은 스트로베일하우스라고 해도 국내에 도입된 역사가 일천하고 그 사례 또한 그다지 많지 않아 일반인들의 의문과 의심은 많다.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정말 싸게 지을 수 있나? 싸게 구할 수 있는 볏짚으로 지으니 건축비용이 적게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평당 건축비용이 얼마냐는 질문은 가장 대답하기 곤란하고 어렵다. 같은 공법이라도 건축비를 좌우하는 요소들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고 적게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스로 지을지, 직영을 할지, 건축업자에게 맡길지 등 건축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건축비용이 달라진다. 또 집의 형태나 소요자재 등을 얼마나 단순하고 소박하게 지을지도 큰 변수다. 접근성이 쉬운지, 길이 나지 않은 산골짜기인지 등 집 짓는 입지도 비용 차이를 크게 만든다. 심지어 같이 집을 짓는 사람들끼리 호흡이 잘 맞는지, 날씨는 잘 따라주었는지도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과연 짚으로 지은 집이 안전하겠느냐는 의심도 많다. 그 답은 스트로베일이 유래된 미국의 네브래스카 주에 120년 된 집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다.  일단 압축짚단인 베일 자체의 무게만도 20kg이 넘는다. 베일을 블록처럼 벽체를 쌓아올리면서 철근을 좌우상하로 계속 박아넣어 서로 안정되게 엮는다. 흙으로 양쪽 벽을 5cm씩 미장해 마감하면 지진에도 끄덕없는 안전한 집이 세워진다.

짚이 습기에 약할 테니 금방 썩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많다. 짚단 표면 양쪽을 황토로 두껍게 발라 감싸기 때문에 습기가 침투하는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령 장마철에 비가 들이닥쳐 황토벽 자체가 젖게 되면 그 속의 짚도 젖어 썩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건 황토의 특성을 잘 몰라서 생기는 의문이다. 황토가 미장되어 건조되면 아예 물기가 들어올 수 없게 된다. 만일 황토가 젖게 된다고 해도 분자들이 서로 막을 형성해 물이 통과되는 것을 막는다. 물기가 짚 표면까지 침투하지 못하는 것이다.

원주의 스트로베일하우스 카페 '나무'.
 원주의 스트로베일하우스 카페 '나무'.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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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황토는 습도조절 기능을 하기 때문에 집안에서 생기는 습기를 머금었다가 건조할 때는 집 밖으로 다시 내뿜는다. 볏짚이 항상 건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황토미장할 때 황토가 짚에 잘 붙어있겠느냐는 질문도 흔하다. 압축짚단은 옆면이 매우 거칠거칠하다.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점성을 가지고 있는 황토를 바르기에는 쉽고 좋은 상태인 것이다. 볏짚 사이사이 황토가 끼어들어가도록 손가락으로 찍어누르면 보다 튼튼한 벽체를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건축기법을 쉽게 배울 수 있는지도 많이 묻는다. 배워서 스스로 집을 짓겠다는 의욕만 있으면 누구나 지을 수 있다. 이미 국내에는 건축법을 알려주는 책인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하우스>(시골생활 펴냄, 이웅희 홍순천 지음)이 출판됐고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라는 1만7천여 명의 동호인 단체도 결성, 수시로 워크숍을 열고 집짓는 현장에서 실습도 병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베일을 구하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구입 시기를 잘 선택하고 너무 멀지 않고 축사가 많은 곳에서 구하되, 건조가 잘 된 상태 좋은 베일을 선택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적절한 가격에 사는 것도 중요하다. 적절한 가격이란 5톤차 한대에 8단으로 쌓아서 사올 경우 운임 별도로 40~60만원 선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형편에 스트로베일 건축이 맞을까? 한마디로 아주 잘 맞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쌀농사를 많이 짓고 소를 키우니 어느 곳에 가도 볏짚이 풍부하고, 황토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웰빙 붐에 따라 황토가 곳곳에 쓰여 점점 고갈되고 있지만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어느 생태건축 공법보다 황토의 소비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건축방식이기도 하다.

제 손으로 짓는 집, 스트로베일하우스

횡성 스트로베일하우스 공방 벽에 새긴 부감.
 횡성 스트로베일하우스 공방 벽에 새긴 부감.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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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일하우스를 짓는 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벽을 쌓는 방식에 따라 로드베어링(Loadbearing)과 넌-로드베어링(Non-Loadbearing) 방식으로 나뉜다.

로드베어링(또는 네브래스카 스타일)은 로드(Load)가 '하중'을 뜻하고, 베어링(bearing)이 '지탱하기'를 뜻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하중 받기' 방식이다. 즉 쌓아놓은 베일들이 바로 지붕의 하중을 받는 내력벽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 초창기에는 주택보다는 임시창고를 만들기 위해 베일로만 벽을 쌓고 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베일들이 지붕의 무게로 인해 압축이 다 되고 나면 벽 양면에 흙미장을 했다. 다만 로드베어링 방식으로는 벽체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건축 크기는 15평 이하 정도로 알려져 있다.

넌-로드베어링(또는 Post & Beam) 방식은 지붕을 다양한 소재의 골조로 하중을 받게 하는 것이다. 골조 사이에 베일을 끼워넣어 베일은 단지 단열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지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이 방식을 채택한다. 15평 이하의 주택이 선호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골조를 먼저 세우고 지붕을 얹은 다음 베일을 쌓는 게 날씨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베일의 특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초보자로서는 부담없이 지을 수 있는 넌-로드베어링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로드베어링 방식의 장점은 우선 건축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다. 또 친환경적인 집짓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창고, 야외화장실, 방갈로 등의 적은 평수의 건물을 짓는 데 경제적이다.

다만 로드베어링 방식으로는  큰 평수나 2층 이상의 집을 지을 수 없다. 시공 과정에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결국 베일 작업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으면 구조적인 부분에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넌-로드베어링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집을 지을 수 있다. 시공 과정에서 날씨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지을 수 있다. 단점은 건축 비용이 비교적 비싸다. 또 골조에 들어가는 목재나 철재의 사용으로 반환경적일 수 있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제 손으로 짓기에 좋은 집이라는 점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기석은 '오래된미래마을' 원주민으로,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 막일꾼이자, '마을연구소 마을과 사람(http://cafe.daum.net/Econet)'의 마을일꾼으로 살아갑니다.



태그:#마을, #집,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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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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