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서민이 자기 집을 가질 가능성이 과연 높아질 수 있을까? 사진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재개발 후보지.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서민이 자기 집을 가질 가능성이 과연 높아질 수 있을까? 사진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재개발 후보지.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MB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서민이 자기 집을 가질 가능성이 과연 높아질 수 있을까? 재개발 재건축의 뒤끝은 항상 부동산 투기와 집값, 전세값 폭등이었다.

재개발 재건축 문제가 그뿐일까? 산업에너지의 40%가 건축자재 생산에 쓰인다. 이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막대한 온실가스가 나온다. 전세계 무역물동량의 40%가 건축 자재다. 운송 에너지까지 더하면 현대 산업건축에 들어가는 총에너지는 더 높아진다. 고유가 시대에 걸맞지 않게 총에너지 투여가 너무 높다. 또한 지구 온난화대책과는 근본적으로 대치된다. 산업폐기물에서 건축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조차 약 40% 수준. 기존 건물들을 모두 건축폐기물로 만든 후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재건축은 가장 환경파괴적이다.

주택 구매 아닌 집 짓기로 집 걱정 해결

폐타이어를 벽체로 사용한 후 흙미장을 한 벽체.
▲ 어스십 건축 현장 폐타이어를 벽체로 사용한 후 흙미장을 한 벽체.
ⓒ Earthship Biotecture

관련사진보기



한편에서는 주택을 사지 않고 직접 집을 지어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자기 노동으로 집을 짓거나 스스로 건축감독이 되어 자기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다. 자기주도적 집 짓기와 관련된 수많은 온라인 동호회와 다양한 건축 학교들이 스스로 집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열망을 보여준다.

자기주도적으로 집을 짓더라도 30~40% 이상 치솟은 건축 자재값이 복병이다. 최소한의 건축지식과 기술을 갖추지 않는다면 아무리 집주인이 감독만 한다 해도 녹록치 않다. 되려 건축업자에게 맡기는 것보다 더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자기주도적 집 짓기에서도 산업건축 자재의 환경 문제는 남는다.

해비타트가 운영하는 재활용건축자재 상가.
▲ 해비타트 리스토어 해비타트가 운영하는 재활용건축자재 상가.
ⓒ Habitat

관련사진보기


재활용(Recycle) 건축은 경제적인 집짓기와 친환경적인 집짓기가 가능하다. 재활용 자재를 쓰기 때문에 건축에 드는 총에너지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스로 집을 짓고자 하는 서민이라면 시도해 볼 만한 건축 방식이다.

DIY(Do It Yourself의 준말, 전문가 도움 없이 직접 하는 것)나 자가수선, 자가건축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재활용 건축은 전혀 낯설지 않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홈디포(The Home Depot), 캐너디안타이어(Canadiatire), 해비타트 리스토어(Habitat Restore), 해피해리스(Happy Harris) 등 재활용자재 전문상가들이 많다. 북아메리카재사용건축자재협회와 같은 조직들이 있어 건축자재의 재활용을 돕는다.

온라인에는 리사이클넷(recycle.net), 글로벌리사이클링네트워크(grn.com), 빌딩리소스(buildingresources.org) 등이 재활용 건축자재의 거래를 돕는다. 디컨스트럭션연구소(deconstructioninstitute.org)나 빌딩그린(buildinggreen.com), 그린리덕스(Greenredux.com)는 재활용 건축방법과 사례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용 건축자재를 구하기 위해선 여기저기 고물상이나 철거현장을 뒤져야 한다. 건축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든다는 창호나 지붕자재, 화장실 자재를 구하면 행운. 그밖에 재활용 건축자재들은 여기저기 주변을 돌며 발품을 팔아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재활용 건축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집짓기 방식

폐타이어로 만든 집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스십 주택 내부.
▲ 어스십 주택 내부 폐타이어로 만든 집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스십 주택 내부.
ⓒ 김성원

관련사진보기



재활용 건축을 좀더 세밀하게 구분하면 재활용(Recycle) 건축과 재사용(Reuse) 건축으로 나눌 수 있다. 재활용(Recycle) 건축은 이미 쓴 건축자재 또는 비건축자재를 건축자재로 활용한다. 재사용(Reuse) 건축은 사용한 건축자재를 해체 또는 탈착, 분해 등 재조립·재부착해서 재사용한다.

목조골조로 조립과 분해가 쉬운 한옥은 기본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주택이다. 서양 목조주택 역시 대개의 경우 자재의 재사용이 쉽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건축자재의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건축자재의 개발과 건축 설계에 대한 연구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현대 건축에서 콘크리트 이용이 증가하면서 건축자재의 재사용은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네바다 사막에 5만개 유리병으로 만든 집.
▲ 빈병으로 만든 집 네바다 사막에 5만개 유리병으로 만든 집.
ⓒ bainsk8.nl

관련사진보기

재활용 건축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재활용 건축 자재를 수집해서 재활용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 창조력,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 너무 복잡하지 않은 재료로 가능하면 단순한 기술을 적용한 재활용건축 방법이 요구된다.

재활용 건축의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널리 보급되고 있는 재활용 건축 방법 중에는 폐타이어, 빈병, 폐종이를 건축자재로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어스십(Earthship)은 미카엘 레이놀드(Michael Reynolds)가 개발해서 전세계로 보급하고 있는 재활용 건축 방법이다.

어스십은 북서쪽의 단열을 위한 경사둔덕, 남동쪽의 햇볕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온실과 같은 패시브 솔라(Passive Sola) 구조, 폐타이어에 흙을 채워 벽돌처럼 쌓고 흙이나 시멘트로 미장해서 만드는 벽체로 구성된 건축방법이다. 폐타이어 쓰레기 문제도 해결하고 건축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하는 어스십 건축

빈병을 넣은 흙벽을 쌓아 채광과 아름다움을 더했다.
▲ 부분적으로 사용된 빈병 치장 흙벽 빈병을 넣은 흙벽을 쌓아 채광과 아름다움을 더했다.
ⓒ kitsandmortar.com

관련사진보기

어스십 건축에서는 폐타이어뿐 아니라 쓰다 버린 알루미늄 캔이나 PET병도 자주 이용된다. 주로 벽체가 얇은 내벽이나 곡선벽면을 만들 때 캔이나 PET병을 흙반죽과 함께 쌓아올린다. 이렇게 캔이나 PET병을 이용하면 흙벽을 만드는 데 드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빈병 역시 재활용 건축에서 자주 사용되는 재료이다. 1906년 기차가 연결되지 않아 건축자재를 구할 수 없었던 호주의 오지 라이어라이트(Rhyolite) 마을의 톰 켈리(Tom Kelly)는 수천개의 병으로 유리병 집을 지었다. 이후로 건축에서 빈병 재활용은 보편화되었다.

빈병을 시멘트나 흙 모르타르를 사용해서 쌓아올려 건축물 벽체를 만들 수 있다. 빈병 안의 공기층은 벽체의 단열효과를 높여줄 뿐 아니라 벽체를 만드는 노동력을 줄여준다. 요즘은 건물 전체 벽체를 빈병으로 쌓기보다는 벽체 일부분의 채광과 인테리어에 주로 활용된다. 이밖에도 빈병이나 PET병은 자갈도랑배수로나 기초 하단부에서 자갈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종이벽돌과 종이시멘트로 지은 모텔.
▲ 이브스가든(Evesgarden) 모텔 종이벽돌과 종이시멘트로 지은 모텔.
ⓒ Evesgarden

관련사진보기


종이시멘트로 만든 벽돌을 건조하고 있다.
▲ 종이시멘트 벽돌 종이시멘트로 만든 벽돌을 건조하고 있다.
ⓒ Livinginpaper

관련사진보기


폐신문지를 벽체의 단열재로 사용한다.
▲ 신문지 단열재 폐신문지를 벽체의 단열재로 사용한다.
ⓒ Ecoble

관련사진보기

폐종이나 폐휴지 역시 훌륭한 재활용 건축 자재이다. 폐종이는 그대로 사용되기보다는 흙, 모래, 석회 또는 시멘트 등과 혼합해서 만든 종이시멘트(Papercrete)나 종이시멘트 벽돌로 가공해서 쓴다. 종이시멘트는 페이퍼 어도브(Paper Adobe) 또는 하이브리드 어도브(Hybrid Adobe)로 불리기도 한다.

종이시멘트는 폐휴지를 잘게 썰어 물에 불린 후 흙, 모래, 석회(또는 시멘트) 등과 섞어서 만든다. 다양한 배합비율이 가능하다. 시멘트 벽돌에 비해 1/3~1/4 정도 가볍고 나사못을 박을 수 있다. 톱으로 썰 수도 있다. 1~2층 정도 소규모 주택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강도 또한 높다. 경량기포콘크리트인 ALC(Aero Light  Concrete)와 특성이 비슷하다. 종이시멘트 건축은 경제적이고 단열성능 역시 높다.

종이시멘트를 만들지 않더라도 보고 난 신문지나 두꺼운 전화번호부 역시 벽체의 단열재나 벽돌 대신 사용되기도 한다. 압축된 헌옷 역시 단열재로 많이 사용된다. 파쇄한 헌 옷에 석회나 흙을 섞어 뿜질을 해서 천장 단열재로 이용하기도 한다.

종이시멘트 건축 값싸고 단열성능 높아

보스턴 고속도로 건축폐기물로 만든 렉싱턴에 지은 집.
▲ 고속도로 건축폐기물로 만든 집 보스턴 고속도로 건축폐기물로 만든 렉싱턴에 지은 집.
ⓒ Ecofriend

관련사진보기


Leger Wanaselja Architecture가 버려진 냉동 컨테이너로 만든 집.
▲ 냉동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집 Leger Wanaselja Architecture가 버려진 냉동 컨테이너로 만든 집.
ⓒ Timberframeblog

관련사진보기


고속도로의 대규모 토목공사 폐기물이나 버려진 컨테이너로도 멋지고 현대적인 집을 지을 수 있다.

보스턴 고속도로 공사 후에 수많은 강철과 콘크리트 폐기물이 버려졌다. 51세의 페디니(Pedini)씨는 단 3일 만에 고속도로 현장에서 주어온 폐기물로 'Big Dig House'라 이름 붙인 재활용주택의 골조를 세웠다. 이 재활용 주택의 규모는 1310평방미터(약 390여 평)이다.

컨테이너 재활용 주택은 별도의 골조가 필요없을 뿐 아니라 건축비용과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외관은 전혀 컨테이너의 느낌 없이 현대적이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

건축폐기물로도 현대적이고 멋진 집 지을 수 있어

재활용건축은 많은 시간과 창조적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와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 건축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쓰레기를 모아 짓는 볼품 사나운 헛간이 아니라 미적으로도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우수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집문제로 머리가 아픈가. 재건축 재개발? 자기주도적 재활용 건축으로 당신의 집짓기에 도전해 보라.

덧붙이는 글 | 김성원 기자는 전남 장흥에서 2008년 가을부터 폐타이어와 빈병, 흙부대를 이용해서 사랑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이시멘트 건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papercreters.net, papercretenm.com, hybridadobe.com, livinginpaper.com 에서, 폐타이어를 이용한 어스쉽(Earthship) 건축에 대해서는 earthship.net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활용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재활용건축연구소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therecycledhouse 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태그:#재활용건축, #재활용주택, #대안주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