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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몸도 마음도 거뜬하게 만들어 줄 전복삼계탕. 최근 보양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환절기 몸도 마음도 거뜬하게 만들어 줄 전복삼계탕. 최근 보양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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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축 처진다. 계절 탓인지 먹는 것도 시원찮다. '귀와 눈이 번쩍 뜨이는 맛난 것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환절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그런 음식이 그리워진다.

삼계탕·보신탕보다 더 몸에 좋으면서 오감까지 화들짝 놀랄만한 별미 몇 가지를 찾아본다. 전복, 돼지고기, 홍탁삼합, 짱뚱어, 낙지, 장어…. 그리 특별할 것은 없지만 먹으면서 몸도 마음도 행복해지는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환절기를 보낸다면 뭔가 큰 손해를 보는 것만 같다.

그저 배만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맛을 음미하고 그것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는 풍류까지 즐기다보면 환절기 무기력증도 훌러덩 벗어던질 수 있겠다. 남도여행의 즐거움도 배가시켜 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금세 침이 넘어간다.

'조개류의 황제'로 통하는 전복. 요즘엔 전복구이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개류의 황제'로 통하는 전복. 요즘엔 전복구이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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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은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다.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찾기 힘들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 요즘은 다르다. 완도를 비롯해 전남 서남해안에서 양식이 늘면서 많은 양의 전복이 공급되고 있다. 양식이긴 하나 전복의 맛과 효능은 그대로다.

전복은 조개류 가운데 가장 맛이 좋고 귀해 '조개류의 황제'로 불린다. 한때 서양사람들은 '껍데기가 한쪽밖에 없어서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고 터부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에 좋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라며 좋아한다.

전복은 대황, 미역, 감태 등 해초를 먹이로 삼을 뿐 아니라 각(殼)에서 내장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전복의 똥이라 할 수 있는 생선내장(일명 게우)도 함께 먹는다. 전복 회는 물론 죽, 구이 등도 맛있다.

갯벌에서 사는 짱뚱어는 이름도 웃기고 생김새도 재미있다. 몸은 가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옆으로 납작해진다. 머리는 크고 위아래로 납작하다. 눈은 작고 머리꼭대기 옆에 있다. 눈 사이도 좁다. 주둥이는 둥글면서도 짧다. 사람의 생김새로 치자면 영 아니다.

이처럼 못생겼지만 맛은 정말 좋다. 짱뚱어탕은 갈아놓은 머리뼈와 발라낸 살, 여기에 시래기와 된장을 첨가하고 갖은 양념을 해서 우려낸다. 텁텁하면서도 비리지 않는 맛을 내며 여느 음식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이한 입맛을 선사한다. 해장국으로 으뜸이다. 고단백 영양식이라 스테미너식으로 인기가 높다. 지방질이 적어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좋다.

돼지고기를 짚불에 구워먹는 짚불구이의 맛도 일품이다. 짚불의 독특한 향이 그대로 배어난다.
 돼지고기를 짚불에 구워먹는 짚불구이의 맛도 일품이다. 짚불의 독특한 향이 그대로 배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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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도 보양음식 가운데 하나다. 돼지고기를 김치와 함께 먹는 보쌈은 대표적이다. 돼지고기와 배추는 소양인 식품으로 궁합이 잘 맞는다. 새우도 소양인 식품. 하여 돼지고기를 새우젓에 찍어 먹으면 맛도 좋지만 궁합도 잘 맞다. 그 가운데 돼지짚불구이는 으뜸이다.

돼지짚불구이는 돼지고기를 석쇠에 얹어 볏짚에 구워먹는 요리. 고기에는 볏짚 특유의 향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씹을 때마다 향긋함을 더한다. 암퇘지의 삼겹살을 얇게 썰어 석쇠에 가지런히 깔고 볏짚을 지펴 그 불씨로 고기를 굽는다. 고기는 석쇠에 1인분씩 그때그때 구워 내온다.

이 음식의 또 다른 포인트는 양파김치와 게장소스. 무안양파로 담근 김치와 서해 뻘게장이 고기의 맛과 입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김치를 한데 모은 삼합은 처음엔 망설이던 사람도 한번 맛을 보면 결코 잊지 못한다.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김치를 한데 모은 삼합은 처음엔 망설이던 사람도 한번 맛을 보면 결코 잊지 못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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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다. 그것도 싱싱한 날 것은 제쳐두고 독에 넣은 뒤 푹 삭혀서 먹는 톡 쏘는 맛을 제일로 친다. 홍어 안주엔 막걸리가 어울린다고 해서 '홍탁'이란 말이 생겼다. 홍어와 돼지고기, 김치를 한데 묶어 '삼합(三合)'이라고도 한다.

신안 홍어회에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묵은 김치를 싸서 한 입에 먹는 삼합은 그 맛을 아는 이들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특히 잘 익은 탁주로 입가심하면 홍어의 톡 쏘는 맛을 중화시켜 주고,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조화를 이뤄 음식궁합도 그만이다.

삭혀서 먹는 홍어는 아무리 먹어도 탈이 없고, 삭힐수록 맛난 음식이다. 장에 좋고 숙취에도 그만이다. '홍어맛을 알면 남도음식의 절반은 안다'고 했다. 감칠맛 나는 홍어로 혀끝의 행복을 만끽하다보면 무기력증도 어느새 저만치 날아가고 없겠다.

갈비의 진한 맛과 낙지의 시원함이 조화를 이룬 갈낙탕과 개운한 낙지연포탕도 있다. 집에서 직접 손질한 한우갈비에 신선한 낙지와 대파 등 각종 양념을 넣어 끓인 갈낙탕은 영양탕을 대신할 건강식으로까지 평가받는다. 깊은 맛과 시원한 국물이 입맛을 달군다.

탐진강에서 많이 잡히는 장어는 비타민이 풍부해 한여름 체력 보강에 좋다. 장어를 구우면서 소금을 뿌려 간을 하는 소금구이는 장어 자체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고추장과 갖은 양념으로 만든 양념장을 여러 번 발라 굽는 양념구이도 별미다.

몸에 좋다는 서남해안 뻘낙지와 한우갈비가 한데 어우러진 갈낙탕은 원기 회복에 제격이다.
 몸에 좋다는 서남해안 뻘낙지와 한우갈비가 한데 어우러진 갈낙탕은 원기 회복에 제격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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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도음식, #전복, #돼지짚불구이, #갈낙탕, #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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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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