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보길도 앞바다 멀리 아침 햇살 사이로 전복 양식장이 보인다.
▲ 보길도 아침바다 보길도 앞바다 멀리 아침 햇살 사이로 전복 양식장이 보인다.
ⓒ 참거래

관련사진보기


'전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것이 비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kg 가격이 보통 8~9만원까지 하기 때문이다. 전복은 전복이라는 이름보다는 환자들을 위한 '전복죽'이 더 유명할 정도로 전복은 건강을 회복하고 지키는 데 최고의 음식으로 꼽힌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완도 전복에 관한 방송이 있었다. 거기서도 연기자들의 대화는 한 결 같다.

"이 귀한 전복을…."

전복은 한때는 보기도 힘든 귀한 음식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1년에 한 번도 먹기 어려워 서민 식탁에 오르기엔 버거운 식품이다. 하지만 얼마 전 전복의 판로가 어렵고 산지 가격과 소비자의 가격의 차이가 너무 많아 직거래로 판매를 하고 싶다는 전복양식농민의 연락을 받았다. 전복 가격이 산지에서 많이 떨어졌는데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싸다는 전복에도 그런 사정이 있을까?  정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전화를 주신 분과 만나보기로 했다.

어민이 살고 있는 곳은 완도군 보길면 예작도라는 작은 섬마을이라고 했다. 예작도를 가기 위해서는 해남 땅끝이나 완도에서 배를 타고 보길도로 가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 한다.

보길도를 가기 위해 오랜만에 배에 오르니 푸른 바다 남해에서 불어오는 향긋한 바닷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온다. 20여 분쯤 배를 타고 섬에 가까워지자 여기저기 전복양식장이 보인다. 노화도와 보길도에서 완도 전복의 70%가 생산된다고 한다.

전복은 보통 종폐를 넣은 다음 4~5년을 키워 출하를 하게 된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양식장을 만들고 종폐를 넣는 등 투자되는 돈도 많고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를 들면 육지의 인삼재배와 비슷하다. 하지만 인삼이 땅에서 하는 것에 비하면 태풍과 파도가 치는 험한 바다에서 전복 양식을 하는 것은 인삼보다 몇 배는 더 어렵다. 이렇게 어렵게 생산된 전복이 비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길도 청별항에서 만난 어민 부부는 생각보다 젊었다. 섬이 좋아서 섬에 살고 바다에서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즐겁다는 정수길씨와 그런 남편이 좋아 광주에서 살다 섬 남자와 결혼한 안영은씨의 올해 나이는 34살로 동갑이라고 했다. 젊은 농민을 만나기 어려워서 그런지 젊은 어민을 만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첫 날은 짧은 인사를 나누고 다음날 바다로 함께 나가보기로 했다.

전복은 양식장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4~5년을 키운다.
▲ 전복양식장 전복은 양식장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4~5년을 키운다.
ⓒ 참거래

관련사진보기


이른 보길도 앞바다는 시원했고 햇살이 잔잔하게 퍼져 나가는 바다는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해 보였다. 배를 타고 양식장으로 향했다. 출렁이는 바다는 생명력이 넘쳤다. 바다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탁 트인 앞바다라서 바닷물이 항상 깨끗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곳에 비하여 폐사율이 낮다고 한다.

전복의 먹이는 다시마와 미역이다. 그는 직접 전복의 먹이인 다시마와 미역을 직접 생산해서 준다고 한다. 예작도는 열다섯 가구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예전에는 상어잡이로도 꽤 유명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양식업에 종사한다.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는데 여름에는 주로 다시마를 먹이고 겨울과 봄에는 미역을 먹인다.
▲ 전복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는데 여름에는 주로 다시마를 먹이고 겨울과 봄에는 미역을 먹인다.
ⓒ 참거래

관련사진보기


젊은 부부는 5년 전 결혼하자마자 가두리 전복 양식을 시작했다. 전복 양식을 위해 투자한 돈은 3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투자한 전복은 4년이 지난 지난해 첫 판매를 했다. 이때 건진 매출은 3800만원 남짓이다. 3억 원을 투자해서 4년 만에 건진 매출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성적이다. 이것은 매출일뿐 수익이 아니다. 안영은씨의 말을 들어보자.

"전복을 유통상인에게 출하를 하게 되면 보통 10kg에 2~3kg을 추가로 가져가요. 이런 저린 핑계를 대서 가격을 할인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해서 전복을 판매하게 되면 투자한 돈을 건지기도 어렵죠. 그래서 유통상인에게는 한 번만 출하를 했어요. 그렇게 판매해서는 빌린 돈을 상환하기도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전복은 살아있는 것이라서 매년 양식장을 넓혀 주어야 하는데 그래서 매년 돈이 들어간다.
전복이 살고 있는 그물도 매년 교체 해줘야 한다. 더구나 예작도 앞 바다의 경우 파도가 험해서 파도가 약한 곳보다 더 튼튼한 그물을 써야 하기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돈이 필요한 어민들은 어쩔 수 없이 생산비 이하라도 판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식이라고는 하지만 가두리 안에는 조개와 바닷게 그리고 물고기까지 자연생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 어장안의 모습 양식이라고는 하지만 가두리 안에는 조개와 바닷게 그리고 물고기까지 자연생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 참거래

관련사진보기


젊은 부부의 꿈은 예작도에서 작은 민박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복양식을 시작했지만 전복은 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꿈을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었다.

"어민들이 유통상인에게 파는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소비자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으니 기가 막히 노릇입니다. 실재로 어민들에게 직접 구매하게 되면 전복도 비싸지 않거든요" 

바다가 좋아서 바다에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즐겁다는 젊은 어부 정수길씨. 하지만 그도 전복을 팔아서 빚을 갚고 꿈을 이룰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농수산물의 유통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고질적으로 한쪽이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대량으로 물건을 판매하는데 익숙한 농민들은 직거래로 소량씩 판매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대량으로 유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그렇다 보니 농민은 싸게 팔고 소비자는 비싸게 구입하는 유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수길씨와 안영은씨 부부가 가두리에서 건져 올린 전복양식장에서 전복을 채취하고 있다.
▲ 전복따기 정수길씨와 안영은씨 부부가 가두리에서 건져 올린 전복양식장에서 전복을 채취하고 있다.
ⓒ 참거래

관련사진보기


"어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유통문제 해결이 어려워요. … 대부분이 나이 드신 분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도 인터넷 판매나 직거래를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안영은씨의 말이다. 젊은 부부는 가능하면 자신의 생산한 전복은 자신의 직접 팔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전복을 구매하는 소비자나 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전복은 양식장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파도가 거센 곳이어서 그런지 전복은 양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산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전복도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았다.  특별하게 선물할 것이 아니라면 일반 소비자의 경우 1kg 10~13개 정도가 좋고 그 이하의 작은 전복도 좋다고 했다. 큰 것만 선호하다 보니 생산기간이 길어지고 그 만큼 위험부담이 많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경우 선별 단위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생산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큰 것보다는 중간크기나 작은 것들의 생산량이 항상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전복 생산농민들이 판매의 어려움과 가격 하락, 높은 폐사율, 유가 인상으로 인한 자재비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완도군 전체 상황이 좋지 않다.

유기농산물이나 필수 농산물이 아닌 경우 유통업체는 판매량이 줄면 오히려 가격을 높여 꼭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 손실을 보존하려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생산자들은 판매량이 줄면서 더욱 싸게 팔아야 하고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된다.

전복은 전복죽, 전복회, 전복구이로 먹는다.
▲ 전복죽 전복은 전복죽, 전복회, 전복구이로 먹는다.
ⓒ 참거래

관련사진보기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유통업체들도 더 이상 높은 가격이 아닌 현실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게 되고 결국 전체적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구매율일 높아지게 되며 어민들의 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조금씩 늘어나게 될 것이다.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는 생산비를 건질 수 있는 가격에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싱싱한 전복을 공급하는 일은 전복 유통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석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힘겨운 어민에게 희망도 선물하고 품질 좋고 믿을 수 있는 전복을 직거래롤 구매하면 좋을 것 같다. 

다시 육지로 돌아오기 위에 배에 올랐다.  바다엔 어민들의 꿈들이 담긴 어장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젊은 어민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져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섬으로  남기를 희망해 본다.

직거래로 전복 구매하기

덧붙이는 글 | 조태용 기자는 참거래농민장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참거래농민장터에서는 전복 직거래판매 활성화를 위하여 최소한의 가격으로 전복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참거래, #전복, #참거래농민장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