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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입니다. 경제 상황이 영 좋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아끼자는 얘기가 민관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여기저기서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지는 않을까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정미소·이셋별 두 명이 에너지 파수꾼으로 나섰습니다. 이번엔 밤사이 외로이 불을 밝히고 있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편집자말]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종로 4가에 위치한 귀금속 웨딩백화점의 광고 불빛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종로 4가에 위치한 귀금속 웨딩백화점의 광고 불빛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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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등으로 경제 불안이 가속화되면서 각종 에너지 절감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전자제품 코드 뽑기 등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는 한편 각 기업·자치단체도 앞 다투어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밤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대낮같다. 관공서·기업·일반 사무실 등을 중심으로 낮시간대 이루어지는 소등·격등제 등의 '고유가 시대 극복 노력'은 밤이 되면 까맣게 잊히는 듯하다.

'아껴 쓰자, 졸라매자' 등의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은 지난 5일부터 이틀에 걸쳐 밤과 새벽을 동안 종로와 청계천 주변, 대학로 부근, 삼성역 코엑스 부근 등 서울 시내 곳곳을 다녔다.

[삼성역] 알록달록 심야영화관

코엑스 내 '메가박스' 영화관 입구
 코엑스 내 '메가박스' 영화관 입구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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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밤 11시 삼성역에서 내려 코엑스로 향했다. 가장 먼저 코엑스 상가 입구 전면에 펼쳐져 있는 대형 옥외간판이 눈에 띄었다.

코엑스 안쪽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영업이 끝난 옷가게들은 간판부터 매장 내부 조명까지 불을 켜두고 퇴근한 곳이 많았다. 전체 소등이 이루어진 옷가게는 많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화려한 입간판들이 인적이 드문 건물에 홀로 빛나고 있다. 

코엑스 내부에 있는 메가박스 영화관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영화관이 가까워질수록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는 조명시설물이 눈에 띈다.

화려함의 절정은 영화관 입구. 심야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지나다니는 머리 위로 푸른 야광빛이 쏟아진다. 관객들은 파란 불빛의 계단을 내려가 노란 불빛의 입구로 사라졌다.

근처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한다는 전아무개(43)씨는 "사람도 없는데 저렇게 뭐 하러 켜놓는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코엑스 홍보실 관계자는 조명시설 에너지 절감 문제와 관련해 "현재 공용공간은 격등으로 켜고 있고, 오색등은 기존 60와트 전구를 5와트 전구로 교체해 운영하고 있다"며 "코엑스는 외국인도 자주 찾고 이용객도 많은 일종의 관광자원이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을 가능한 한도 내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 셔터는 내려가도 간판불은 밤새도록

광화문 청계광장에 위치한 핸드폰 대리점 'Show'의 간판불과 거리의 조명등이 빛나고 있다.
 광화문 청계광장에 위치한 핸드폰 대리점 'Show'의 간판불과 거리의 조명등이 빛나고 있다.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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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청계광장에 위치한 청계11빌딩, 창문 밖으로 주황색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광화문 청계광장에 위치한 청계11빌딩, 창문 밖으로 주황색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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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여기는 청계광장. 광화문 부근 빌딩들의 간판불이 여전히 켜져 있다.

청계11빌딩은 간판불이 켜져있는 것은 물론 창문 바깥의 아랫부분에서 주황색 조명이 비춰지고 있었다.

빌딩 앞에 줄지어 켜져있는 조명등은 청계광장 쪽 가로등이 무색하리 만큼 약 2m 간격으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옆 건물 1층에 위치한 휴대폰 대리점도 종로 1가에 위치한 SC제일은행 빌딩도, 이미 오래 전에 영업이 끝났지만 간판불은 여전히 빛났다. 종로 1가에 위치한 SK 빌딩의 1층 로비도 여전히 환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신각 앞에 설치되어 있는 설명판 역시 2개의 조명이 밝혀주고 있다. 주변 빌딩 옥외광고판에서도 번쩍번쩍 뉴스와 광고가 방송되고 있었다.

[대학로] 버스 끊겼는데 광고판은 빛나고

새벽 1시 40분, 발걸음 옮겨 대학로로 향하는 길. 종로 4가에 위치한 귀금속·웨딩백화점 빌딩은 셔터 문까지 내렸지만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불을 켜 놓았다. 건물 외관의 광고 조명과 전광판도 켜져 있어 길에서 유독 빛났다.

버스정류장도 예외는 아니다. 버스가 끊긴 시간이지만 정류장에 설치되어 있는 광고판들은 제각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대학로 1번 출구 앞에 위치한 한 의류브랜드 매장의 조명은 이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밝았다. 간판 조명부터 광고이미지 조명까지.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없는 시간이다. 밤새 전기가 소모되는 모습은, 이렇듯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로 1번 출구에 위치한 상점 Roots은 여전히 영업 중인듯 조명이 환하게 빛난다.
 대학로 1번 출구에 위치한 상점 Roots은 여전히 영업 중인듯 조명이 환하게 빛난다.
ⓒ 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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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서울시 대책으로 격등제 시행

새벽 3시 이번에는 청계천을 둘러봤다. 물 속에 설치된 수은등이 켜진 장소에는 벽 부착등이 꺼져 있었다. 반대로 수은등이 꺼진 장소에는 벽 부착등이 켜져 있었다.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함이 가지 않는 정도에서 조명시설 점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 18일 발표한 에너지 절감 대책의 결과물이다. 서울시는 청계천 조명시설에 대해 안전 및 보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총 9199등 중 46%인 4221등까지 소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가로등 격등제, 점심시간 소등 역시 확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 대책과 달리, 민간부문 에너지 절감 대책은 실효성의 한계가 있다. 서울시 공지에 따르면 "민간부문에서는 관련 협회나 업소 대표자 간담회 등을 통해 간판, 야외조명 등을 절제하여 에너지 절감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권고로 끝난 대책은 강제성이 없어 유야무야 되어버리기 쉽다.

정말로 불 끄고 별 켤 수 있을까

시민단체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에너지 시민연대는 제 5회 에너지의 날 행사 '불을 끄고 별을 켜다'를 통해 오는 8월 20일 밤 9시부터 5분간 전국적인 소등행사를 전개한다. 이번 소등행사에는 전국 60여만 기관에서 동참하며, 정부 5만여 기관을 비롯한 경제4단체, 기업, 단체들의 참여로 진행된다.

에너지 시민연대 이버들 정책차장은 "매년 전력사용량이 8월 말에 집중된다"며 "실질적인 전략사용을 줄이기 위해 행사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제4회 에너지의 날 행사 자료에 따르면 당일 전력 77만㎾h를 절약했으며, 최대 전력사용 기록갱신을 멈추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소등행사는 시청 앞 서울광장 주변 서울프라자호텔·SKT타워·서울 파이낸스센터 등 대형 건물들이 참여가 대폭 늘어나 더욱 의미 있다. YTN서울타워(남산타워)도 철탑조명과 탑신 전체가 소등될 예정이다.

옥외 전광판을 통해 국정 및 시정과 광고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법인 한국전광방송협회 역시 행사 당일 전국에 있는 협회 소속 기관의 수백개 전광판을 소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광방송협회 관계자 이명환씨는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이미 전국 사업자에게 광고주들의 양해를 구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공공기관에서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절감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것은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다

백열등을 전구형 형광등으로 교체하면 65~70%의 절전이 가능하다. 네온사인과 옥외간판은 타이머를 설치하여 정해진 시간에 자동소등하면 효과적으로 절전할 수 있다. 오늘부터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형 형광등으로 교체하는 작은 노력을 들여 보는 것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정미소, 이셋별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에너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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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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