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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경공은 현명한 군주가 아니라, 놀기 좋아하고 권위를 앞세우는 조금은 어리석은 군주였다. 그럼에도 그가 한 시대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안자(晏子)라는 신하를 두었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신하라는 개념보다는 참모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지만 나는 지금 정부각료는 물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면서 군주가 시키면 거역하지 못하고 군주의 눈치나 살피는 ‘신하’라는 생각을 한다.

 

현대는 시민이 국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 시킬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보장하는 시민사회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지난날 제왕적인 군부독재의 시절로 착각한 것인지 국회의원도 자신이 임명한 ‘신하’취급하고 국민을 다스려야 할 ‘신민(臣民)’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지금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의 역사를 왜곡하고 장차 고구려 옛 땅인 북한까지 넘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자기 나라 올림픽에 참석한 한국의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이어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보답(?)했다.

 

작은 섬나라임에도 꾸준한 신기술 개발로 세계에서 2위를 고수하는 일본은 한국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세계를 상대로 치열한 공작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벼르고 있다.

 

주변의 나라가 모두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오히려  친미 사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물가상승,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인해 국민 생활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데 대통령은 고작 언론장악이나 꿈꾸며 탈법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원구성과 장관에 대한 청문회법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비토’해버렸다. 여당과 야당의 합의가 일거에 깨져버린 국회는 당연히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음에도 기대통령은 다렸다는 듯이 청문회 절차 없이 장관을 임명하고 말았다.

 

지금 국가의 위신은 실추되고, 남북문제는 꽉 막히고, 국민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목숨 건 단식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내외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민에게 머리 숙여 잘못했다고 사과해놓고 돌아서서는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한 것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애매한 태도로 말을 바꾸어 남북문제를 경색시키는 등 여러 사례들 들 수 있지만 여기서는 줄이고자 한다.

 

넓게, 멀리보지 못하는 대통령, 일관성 없는 대통령의 언행이 촌 노인에게도 보이는데, 국회의원들이 안 보인다고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마땅히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 주어야함에도, 오히려 대통령 눈치나 살피며 나아가 대통령을 감싸는 충성 경쟁을 벌이는 일부 의원들이 있으니 어찌 뜻있는 국민의 눈에 곱게 보일 것인가!

 

계급장을 떼고 대통령에게 도전하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국민의 대표자로 자임한다면 문제가 되는 대통령의 언행에 제동을 걸고 국민의 여론을 대통령에게 올바로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한나라당은 민생 투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한다고 듣고 있다. 한나라당도 자신의 위기를 느끼는 것 같아 조금은 다행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고을의 ‘사또와 유지 몇 명 만나 국민의 고충을 얼마나 깊이 들을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선심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자치단체장을 얼굴을 보고 지방 사업을 더 지원하고 말고 한다면 어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은 방송 장악으로 국민의 여론을 돌리 수 있는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려있고, 약 3천만대의 휴대폰 보급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과거 입법부가 아닌 ‘통법부’라고 비난을 받았던 시대로 회귀가 가능할 것인가?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까지 감싸는 하수인 노릇하면서 민생투어를 한 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촌 노인의 눈에도 요즘 한나라당의 모습이 자꾸 70년대 박대통령이 임명했던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유신정우(약칭  ‘유정회’)와 겹쳐 보인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권력 분립의 정신을 실현하는 기관이요,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이지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의 신하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그걸 모를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요즘 대통령이 아이들에게도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로 놀림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국회의원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눈치나 살피며 계속 들러리를 서는 봉건 시대의 신하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행동이 진정 대통령을 도와주는 일이 아닐 뿐 더러 결국 한나라당의 비극으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수 개월이 지났건만 아직 국회는 원구성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파탄 직전에 있다. 물가는 오르고 국민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보수적인 언론까지도 현재의 정치, 경제, 외교 상황이 문제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태가 이와 같이 된 데는 한나라당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민주적 절차와 법에 의해 국가의 위신을 세우고 정치를 복원하고, 남북의 단절도 끝내고, 경제도 살려 어려운 국민의 고통도 치유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의 원망의 정도는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의 어떤 말도 국민의 불만을 쉽게 달랠 수 없을 것이다. 안자춘추에 중구삭금(衆口鑠金)이라는 말이 나온다. 백성의 입은 무쇠도 녹인다는 뜻이다. 즉 국민의 여론을 무섭다는 말이다. 간신들이 군주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도 국민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까지 잠재울 수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무식한 촌 노인이지만 무능하면서 포악하고, 국민의 재산을 도적질하여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나라가 오래 버틴 적이 없다는 역사를 배웠다. 독재자의 최후가 어떠했는가는 다른 나라의 역사를 살필 것도 없이 가까이 우리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어리석은 군주에게 충심으로 간언하는 안자(晏子)와 같은 인물이 요구되는 시기다. 많은 국민은 사심 없이 국민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진정한 국민의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그:#유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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