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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생태계에서 작은 반란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먹으면 행복해지는 친환경 돼지고기를 팔겠다며 한데 뭉쳤다.
▲ 행복한 돼지 웹 생태계에서 작은 반란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먹으면 행복해지는 친환경 돼지고기를 팔겠다며 한데 뭉쳤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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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생태계에서 작은 반란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먹으면 행복해지는 친환경 돼지고기를 팔겠다며 한데 뭉쳤다. 블로그 '도토리 속 참나무'(도참)에서. 도참은 이렇듯 블로거들 특유의 문화인 블로고스피어(blogsphere)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주)유어랩의 도참은 블로거들의 아이디어를 사업에 곧바로 반영한다. 도참은 아마도 블로거들이 만든 신개념 사업체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도참은 지금 전남 영광군 염산면의 시골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블로거들이 스스로 물건을 사고팔고 홍보하는 좀 색다른 공간이다.

어찌 보면 온라인 쇼핑몰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는 블로거들이 스스로 모여 시식후기페이지를 만들어가며 판매 및 구매하는 방식이다. 현실적인 블로거 마케팅을 도입해 기존의 추상적인 고정관념을 탈피했다. 이곳의 판매상품은 행복한 돼지인 친환경돼지고기다.

"도참은 차별화된 상품을 감각적인 포장으로 직거래하는 공간(블로그)입니다."

갓 잡은 시골청정돼지... 블로거들에게 인기 짱!

유어랩의 김태진 팀장은 행복한 돼지고기를 판매한다고 말한다.
▲ 김태진 팀장 유어랩의 김태진 팀장은 행복한 돼지고기를 판매한다고 말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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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랩의 김태진(28) 팀장은 행복한 돼지고기를 판매한다고 말한다. 그가 친환경돼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12월 무렵이다. 영광군 염산면 여행도중 읍내의 식당엘 들어갔다 우연히 먹어본 삼겹살 맛에 홀딱 반했다. 그때 "이거구나!" 감탄하고 상품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그는 쇼핑몰 컨설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블로그와 웹2.0의 신개념을 쇼핑에 도입했다. 맛에서 확신을 얻은 그는 뜻을 같이한 블로거들과 결합 지난 5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쇼핑몰을 연 것이다. 웹상에는 넘쳐나는 상품들이 많지만 김 팀장은 자신한다.

현재 도참에서는 무항생제 돼지고기, 영광굴비 등의 친환경 상품만을 취급한다. 앞으로 영광 간척지 쌀과 모싯잎 송편, 천일염 등을 추가할 예정으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도참은 직원 3명으로 단출해 보이지만 실은 전혀 딴판이다. 유명한 요리블로거 문성실씨와 아이디 산골소녀, 사춘기소년, 테츠로님 등 100여명의 블로거가 함께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갓 잡은 시골청정돼지는 블로거들에게 인기 짱이다. 몇몇 블로거들의 리뷰를 살펴봤다. 대부분 블로거들의 평이 "맛이 특별하다", "우리 아이들이 믿고 먹을 수 있겠다"는 등의 좋은 반응이 나왔다. 시식기를 본 블로거들의 반응은 정말 대단했다. 전남 무안의 '초은농장'에서 친환경돼지를 한 마리 잡아 판매를 시작했는데 3시간여 만에 매진됐다. 2차 판매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김 팀장을 그때를 회상한다.

대굴대굴님 - "최고급 고깃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바로 그런 맛입니다."
사춘기소년님 - "넘흐 맛있게 잘먹었답니다."
문성실 -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확실한 먹거리다."

도참, 2개월 만에 웹 생태계에 뿌리 내리다

두툼한 삼겹살이 제법 먹음직하다. 시식을 해봤다. 눈을 지긋하게 감고 솥뚜껑삼겹살 한입~.
▲ 삼겹살 두툼한 삼겹살이 제법 먹음직하다. 시식을 해봤다. 눈을 지긋하게 감고 솥뚜껑삼겹살 한입~.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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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보다 싱싱한 친환경 먹거리를 블로거들의 식탁에 올려놓고 싶어 한다. 그에 대한 첫 시도로 시골의 빈 땅을 조금 빌려 블로거들의 이름으로 고추모를 심고 이름표를 붙여 가꾸고 있다.
▲ 고추밭 김 팀장은 보다 싱싱한 친환경 먹거리를 블로거들의 식탁에 올려놓고 싶어 한다. 그에 대한 첫 시도로 시골의 빈 땅을 조금 빌려 블로거들의 이름으로 고추모를 심고 이름표를 붙여 가꾸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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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참은 이제 갓 태어났다. 웹에 선보인지 2개월 된 신생아다. 그런데도 일찌감치 포털 다음 쇼핑몰 디엔샾의 요청으로 매주 수요일 '돼지 잡는 날' 코너에 입점도 했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6일 2명의 직원은 고기를 부위별로 손질하고 상품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도토리같은 작은 존재입니다. 현재는 도토리처럼 작지만 앞으로 참나무 거목으로 키워내겠습니다. 블로거들과 함께…."

김 팀장은 보다 싱싱한 친환경 먹거리를 블로거들의 식탁에 올려놓고 싶어 한다. 그에 대한 첫 시도로 시골의 빈 땅을 조금 빌려 블로거들의 이름으로 고추모를 심고 이름표를 붙여 가꾸고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고추는 블로거들이 돼지고기를 주문할시 함께 보내주며 남은 고추는 일반인에게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은 사회공헌활동 나눔터인 '도너츠캠프'에 기부한다.

김 팀장이 그 맛에 반했다는 흥부식당에 찾아가봤다. 솥뚜껑돼지삼겹살을 주문했다. 김 팀장은 이 지역 사람들은 무항생제로 키운 돼지고기를 굽지 않고 날걸로 즐겨 먹는다고 말한다. 두툼한 삼겹살이 제법 먹음직하다. 시식을 해봤다. 눈을 지긋하게 감고 솥뚜껑삼겹살 한입~.

옛날 나 어릴 적 고향집에서 먹어봤던 아련한 추억이 담겨있다. 명절 무렵 아버님이 돼지고기 한 덩어리를 뚝 떼어 지푸라기에 묶어 달랑달랑 가져왔던 그 맛이 오롯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나은 맛이 도참의 돼지고기에 담겨있다고 하니 "언제쯤 먹어볼 수 있으려나?" 도참의 삼겹살 한 점이 눈에서 아른거린다.

친환경에서 자란 무안 '초은농장'의 행복한 돼지들

친환경돼지를 키우는 강대용 대표
▲ 초은농장 대표 친환경돼지를 키우는 강대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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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잔디밭과 끝없이 펼쳐진 쪽파 밭, 초은농장의 돈사 주변은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친환경돼지를 키우는 강대용(38)씨의 초은농장은 무안군 현경면 외반리 메부리마을의 아름다운 들녘에 위치하고 있다.

돈사로 다가가자 돼지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야생의 돼지처럼 활력이 넘치고 날렵하기가 이를 데 없다. 돼지들이 돈사바닥에 주둥이로 굴을 파고 있었다. 돈사의 바닥은 자연 황토 흙과 톱밥이다. 바닥 자체가 돼지먹이다. 또한 좌우 사방이 툭 트인 돈사는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바람이 잘 든다. 돼지들은 이곳에서 마음껏 뛰놀며 하루 종일 라디오의 음악을 듣고 지낸다.  

이런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돼지는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다. 항생제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항생제 친환경돼지다. 농장주 강씨는 이런 환경에서 발효사료를 먹여 키워낸 돼지는 돼지비계마저도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고 말한다.

사육두수는 300여두, 종돈에서 비육돈까지다. 귀여운 새끼돼지들이 어미돼지의 젖을 빨고 있다. 크기가 조그마한 한 녀석은 젖을 차지하지 못해 주변을 돌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부지런한 녀석들은 제법 토실토실하다. 배가 찬 녀석들은 어미와 함께 나란히 누워있다.

그는 아는 형님에게서 농장을 인수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5년부터 돼지사육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자연농업을 접한 강씨는 "내가 할 일이 바로 이거구나"생각하고 관련 기관에서 기본교육과 전문교육을 통해 지식을 쌓았다. 그는 소규모 가족농업 형태의 친환경 축산만이 농가들이 살길이라고 한다.

야생의 돼지처럼 활력이 넘치고 날렵하기가 이를 데 없다. 돼지들이 돈사바닥에 주둥이로 굴을 파고 있었다. 돈사의 바닥은 자연 황토 흙과 톱밥이다.
▲ 초은농장 야생의 돼지처럼 활력이 넘치고 날렵하기가 이를 데 없다. 돼지들이 돈사바닥에 주둥이로 굴을 파고 있었다. 돈사의 바닥은 자연 황토 흙과 톱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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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활기차고 표정이 밝다.
▲ 행복한 돼지 돼지가 활기차고 표정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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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새끼돼지들이 어미돼지의 젖을 빨고 있다. 크기가 조그마한 한 녀석은 젖을 차지하지 못해 주변을 돌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 새끼돼지 귀여운 새끼돼지들이 어미돼지의 젖을 빨고 있다. 크기가 조그마한 한 녀석은 젖을 차지하지 못해 주변을 돌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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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축산은 에너지소비가 거의 없고 축분의 양도 적게 나오며 냄새도 거의 없다. 발효사료를 먹인 돼지의 분뇨는 고소한 냄새가 난다. 항생제를 투여하고 대량사육을 하는 돼지고기의 소비를 줄여 친환경 유기농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안심 먹거리를 생산하려면 소비자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친환경이 아니면 먹지 않고 인내하며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동물에 대한 학대나 가혹행위를 개선할 수 있다. 축산농가의 의식도 문제지만 성장호르몬제투여, 분만유도제, 항생제 등의 약품사용을 금지하여 동물복지를 개선하려면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껏 앞만 보고 내달리는 무모함에 일부 양돈업자들은 그를 한때 미친놈 취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모든 고통을 참고 견딘 덕분에 최근에는 농산물품질관리위원회에서 축산물 인증을 국내 최초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돼지의 경쟁력은 유기농이라고 한다. 친환경을 실천하는 초은농장은 올 5월 KBS의 <환경스페셜>에 소개되기도 했다.

초은농장의 돼지들은 천연사료를 먹고 자란다. 하루에 3번 돼지들을 샤워시켜 쾌적한 환경과 청결유지를 위해 힘쓴다. 돼지들을 위한 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상의 품질 좋은 고기를 생산하기위해 아기 돼지들에게 장난감까지 만들어주는 등 그의 노력은 끝이 없다.

경험 없이 시작해 실패를 거듭하며 몇 번을 때려치울까도 생각했다. 한고비를 넘어온 그는 이제 양돈 유기농의 본보기가 되고 싶어 한다. "누가 친환경 돼지 키워서 돈 벌었다네"하는 소문이 자자하게 나야 친환경이 확산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푸르른 잔디밭과 끝없이 펼쳐진 쪽파 밭
▲ 무안 현경면 푸르른 잔디밭과 끝없이 펼쳐진 쪽파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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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젊은 그들은 달랐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도참의 블로거들은 미래학자 엘빈토플러가 <제3의물결>에서 언급했던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프로슈머(prosumer)다. 블로거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인터넷 쇼핑몰 도참이 주목받는 이유다.

토속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참이 김 팀장의 바람처럼 웹 생태계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쑥쑥 커나가길 기대해본다. 비록 지금은 맨손과 맨발이지만 젊음과 신선함이 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그들이기에. 또한 김 팀장이 든든한 배경이라고 믿고 있는 수많은 블로거들이 있기에 그 목표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태그:#도참, #친환경돼지, #도토리속 참나무, #블로거,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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