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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평안도다릿굿 가운데 술타령을 하는 유지숙 명창
▲ 평안도다릿굿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평안도다릿굿 가운데 술타령을 하는 유지숙 명창
ⓒ 임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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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란 무엇일까? '굿'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거나 신명 나는 구경거리"와 "무당이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하여 달라고 비는 의식이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아는 것은 그저 샤머니즘적인 생각이다. 곧 "원시종교의 한 형태 또는 그 단계"로 생각하여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굿'은 그저 미신일 뿐인가?

굿은 상고시대 때부터 우리 겨레와 함께해 온 역사다. '굿'은 면면이 민중의 삶 속에 깊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생활양식의 하나였던 것이다. 현재 진도씻김굿, 동해안별신굿,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등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지만 온 나라에서 행해졌던 굿들은 이제 거의 사리질 지경이 되어 버렸다. 

이때 황해도굿과 평안도굿을 무대에 올린 이가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인 유지숙 명창이 6일 저녁 7시 30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라는 제목의 공연을 했다. 서울남산국악당이 서도소리 3명창전을 열었는데 그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한 공연이었다.

지지난 주와 지난주 수요일엔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예능보유자인 김광숙 명창과 이춘목 명창이 공연을 했는데 이 시리즈는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의 해설과 함께 했다.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첫머리에 제전을 한다.
▲ 제전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첫머리에 제전을 한다.
ⓒ 임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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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서도반매기소리 비나리(德談)을 하는 유지숙 명창
▲ 비나리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서도반매기소리 비나리(德談)을 하는 유지숙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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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축원경 파경을 소리하는 유지숙 명창
▲ 축원경 피경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축원경 파경을 소리하는 유지숙 명창
ⓒ 임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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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제전(祭奠)이다. 한식을 맞아 먼저 죽은 남편 묘를 찾아가 가장 좋은 음식으로 상을 차리고 왜 먼저 갔느냐며 탄식하는 장면이다. 제전은 원래 앉아서 하는 좌창인데 무겁고 어려운 소리지만 대체로 먼저 부른다고 한다. 이어서 '서도반매기소리 비나리(德談)'로 청중들에게 복을 선사한다. 그리고 축원경 파경이 이어진다.

드디어 이번 공연의 중심 굿 차례다. 먼저 황해도굿을 하고 이어 평안도굿을 소리한다. 우리는 그동안 주변에서 이 두 굿을 쉽게 보지 못했다. 계승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이 이어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평안도다릿굿은 청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굿은 십장염 염불, 술타령, 돈타령, 만세받이, 전별푸념 등으로 이어진다. 굿이 다른 굿처럼 구슬프고 무겁다기보다는 대체로 밝은 편이다. 심지어 술타령을 부르며, 청중 몇 사람에게 술을 마시게도 했다.

"마고 선녀 천일주 달이 밝다고 월명주요 날이 밝다고 일월주요 늙지 말자고 불로주요 죽지 말자고 불사주요 이백이 기경 포도주며 살림처사 송엽주요 혼자 빚으면 걱정주요 둘이 빚으면 공론주요 뚝 떨어졌다 낙화주요 삼월하루 두견주요."

이렇듯 온갖 술 종류는 다 들먹이고 "이 술 한잔 잡수신 후 없는 자손 생겨주고 있는 자손은 수명장수 재수소망도 도와주마"라는 덕담을 한다.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황해도굿을 하는 유지숙 명창
▲ 황해도굿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황해도굿을 하는 유지숙 명창
ⓒ 임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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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평안도다릿굿 가운데 다릿발가르기 장면
▲ 다릿발가르기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평안도다릿굿 가운데 다릿발가르기 장면
ⓒ 임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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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청중들에게 돈복을 골고루 보내주려고 몸짓을 하고 또 한다. 주어서 싫은 사람 없다 했던가. 소리꾼이 청중들에게 복을 비는 아름다운 행위야말로 큰 손뼉으로 맞아도 좋을 일이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세계에서 대한민국으로 돈바람을 몰아와 청중들에게 나눠준다니 이보다 더 큰 덕담이 어디 있을까?

"청남청북에 널리신 재물 수상수하에 오르나리는 재물 모두다 실어다가 대한민국으로 몰아드려라 지화자자 좋다 돈이야 돈봐라 돈 나를내기에 왼편 궁뎅이에 자개바람이 일어나누나 지화자자 좋다. 자 이렇게 세계 각국바다를 다니면서 산더미만큼 돈을 실어 왔는데 이 돈을 어떻게 할까요? (나눠줍세다) 기럴까요 (그럽세다) 자~ 그럼 이 돈을 한분 한분 나눠드릴 수는 없고, 한꺼번에 쫘~악 돌려드릴테니 자~ 눈깜빡하면 못받습네다~ 돈 받으시라요~~"

평안도다릿굿의 마지막도 진도씻김굿처럼 낭자 천도를 위한 '다릿발가르기'라는 베가르기도 한다. 낭자 청도를 위한 굿에는 늘 이 베가르기가 등장한다나?

마지막은 서도뱃노래모음이다. 모든 출연자가 나와 아주 흥겨운 소리를 함께한다. 서도뱃노래모음에는 봉죽타령, 배치기, 술비타령, 잦은뱃노래가 들어 있다. 그야말로 소리꾼과 중이 하나 되는 아름다운 한판이다. 우리 문화의 진수다.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서도뱃노래모음을 소리하는 유지숙과 
출연자들
▲ 뱃노래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서도뱃노래모음을 소리하는 유지숙과 출연자들
ⓒ 임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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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유지숙과 출연자들
▲ 뱃노래 2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유지숙과 출연자들
ⓒ 임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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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같이한 소리꾼들은 최병문, 유혜숙, 강석, 김수진, 이나라, 장효선, 공미연, 이은혜, 이유신, 우현조, 유의숙, 정진순이며 연주자들은 장구에 박준영, 피리에 김세현 징·바라에 이지녀, 대금에 이현동, 해금에 김지희였으며, 연출에는 동랑극단 전기광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유지숙 명창은 특히 김금화 큰무당에게 내림굿을 받은 이혜경 만신에게 사설과 음원을 받았고, 이밖에 이지녀, 한명순 선생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은 유지숙 명창과 많은 이들이 함께했기에 더욱 빛이 난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유지숙 명창의 대학원 스승인 단국대 서한범 교수는 무대에 올라 "유지숙 명창은 큰 노력으로 훌륭한 공연을 이루어냈다"며 "특히 그저 예전에 하던 대로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롭게 뭔가 찾아내고 공부하여 무대에 올리는 것은 크게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평안도굿을 몸에 완전히 체득하지 못하여 소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어서 아쉽다"며 "몇 년의 내공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커닝은 재대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따끔한 충고를 하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청중은 스승이 일침을 놓은 모습은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서한범 교수의 일침에도 기립박수를 하는 청중들이 있다면 성공은 분명한 사실이 아닐까? 공연책자에 사설을 실어주어 청중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사라져가는 서도소리 특히 황해도굿과 평안도다릿굿을 찾아 무대에 올린, 그리고 청중들을 감동하게 한 유지숙 명창은 분명히 우리의 보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돈 실러 오기 “유지숙의 서도소리 이야기” 공연 중 평안도다릿굿에서 돈실러오기, 청중들에게 마구 돈을 보내준다.
ⓒ 김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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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지숙, #서도소리, #평안도굿, #황해도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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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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