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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요청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말한 것은 오직 비군사지원"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몇가지 문제 때문이다. 우선 '비군사지원'이라고 동시통역된 부시 대통령의 발언 원문은 'non combat help(비전투지원)'로 '비군사지원(non military help)'과는 다른 개념이다.

또 이날 두 정상의 기자회견 내용을 백악관이 녹취·번역해 배포한 자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논의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어 또다른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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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①] 'non combat help'는 비군사지원 아니라 비전투지원

'non combat help'는 정확히 번역하면 '비전투지원'으로, '비군사지원'으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대가 파병되어서도 전투가 아닌 다른 지원 행위를 하는 게 '비전투지원'으로,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위해 '비전투부대'로 파병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된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자 "…마지막으로 아프간 파병과 관련하여 부시 대통령께서 이명박 대통령께 파병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그렇게 하고, 아프가니스탄 뭐 파견 문제, 이것은 부시 대통령이 답변을 해야 되잖아요? 내가 할 것이 아니고. 그러나 그런 논의는 없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을 드립니다."

부시 대통령 "우리는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대통령께 말씀드린 것은 비전투지원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 젊은 민주주의를 도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비전투지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We discussed it. …And the only thing I talked to him about was non-combat help. I asked him to consider as much non-combat help as possible to help this young democracy.)

한 군사전문가는 "비전투지원과 비군사지원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자이툰 부대가 편제는 특전사 등 전투병으로 구성해놓고 '이라크 재건 지원한다'면서 '비전투병'이라는 명목을 내걸고 파병됐다, 이게 비전투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가끔 영어 단어를 헷갈려서 쓴다고 하지만 비전투지원과 비군사지원이라는 개념도 구분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군사전문가도 "부시 대통령이 'non combat help'라는 단어를 썼다면 군대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non combat help'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면 한국이 최소한 경찰 병력이라도 보내겠다는 뜻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비전투지원과 비군사지원은 다른 개념"이라며 "그러나 정상회담의 경우 초청한 쪽에서 번역한 것으로 인식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의문②] 백악관이 오역 또는 오타를 냈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 대통령은 파병 문제 논의가 없었다고 했는데, 부시 대통령은 '비군사논의가 있었다'고 했지만 배치되는 게 아니다"라며 "병력 파병은 애당초 공식 의제에 없었다, 단 앞으로 평화 재건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정상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 백악관의 자료는 약간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해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기자회견에 한국 말'로 분명히 밝혔고 이는 TV로 생중계됐다. 

그 답변 직후 부시 대통령은 "우리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영어로 번역해놓은 백악관의 보도자료에는 이 대통령이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But I can tell you that we did discuss this issue)"로 되어 있다.

(원문 : PRESIDENT LEE ... As for Afghanistan and sending Korean troops, I think, again, President Bush should be able to answer that. But I can tell you that we did discuss this issue.

PRESIDENT BUSH: We discussed it. I thanked the President for the contributions that Korea has made to Afghanistan. And the only thing I talked to him about was non-combat help. I asked him to consider as much non-combat help as possible to help this young democracy.)

과연 백악관이 오역을 한 것일까? 아니면 'didn't discuss'를 'did discuss'로 오타를 낸 것일까?


태그:#한미정상회담, #아프가니스탄, #파병,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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