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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뭐예요?"

 

속담공부를 하던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개천'과 '용'이라는 단어를 한참 설명하던 아내는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일러 준다.

 

"그거 다 '뻥'이야. 개천에서 어떻게 용이 나냐. 있는 놈들이 없는 놈들에게 하는 사탕발림이라고. 차라리 천민이 과거 급제했다는 게 낫겠다." 

 

내 빈정거림에 "그럼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쳐요?"라며 아내의 볼멘 소리가 이어지고 딸아이는 여전히 이해 못하겠다는 투로 눈만 멀뚱거린다. 몇달 전 저녁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2007년 조사에서 최근 5년간 사법연수생 중 32.8%가 서울 출신이며 이중 32%는 강남 8학군 고교 출신이라는 통계가 있었다. 또 2004-2006년 서울대 입학생 분포에서도 강남 학생들이 해마다 16.5%, 17.2%, 19.1%로 늘어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올해 발표된 로스쿨 인가대학의 등록금이 연간 2천만 원에 달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딸아이에게 "너도 노력만 하면 판검사도 되고 의사도 될 수 있다"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고 뻔한 거짓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다고 어떻게 "너의 꿈이 무엇이든, 공부를 얼마나 잘하든, 아빠는 지금 형편으로는 너에게 판검사의 길을 열어 줄 수 없다고, 동생들과 대학 보내는 것도 힘들겠다"고 진실고백을 할 수 있을까?

 

골품제를 합법화 하자는 것인가?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

'어륀지' 영어 몰입 교육을 내세우던 이명박 정부가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어느 한쪽도 시원하고 풀리는 구석이 없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는 영어 문구를 오역하는 실수(?)로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느냐는 우스갯소리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이 얼마나 부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0교시 부활',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설립', '사설 모의고사의 무한정 실시' 등 교육 철학의 부재 속에 아찔한 곡예 비행을 계속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라 해서 교육 철학이 왜 없겠는가?

 

끊임없는 경쟁을 유발하여 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경쟁지상주의', 실력과 능력(부모의 경제 능력을 포함하여) 있는 소수는 다수보다 우선 해 특별히 교육해야 한다는 '엘리트주의', 교육은 교육 수혜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수혜자 무한 책임주의'가 그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 정책은 그간 힘겹게 쌓아놓은 교육의 공공성을 일순간에 밟아버리는 폭거나 다름없다.

 

돈 있는 부모의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아 특별한 학교에 진학해 유학하고 사회 지배층으로 거듭나는 신분의 대물림이 이루어지고, 한편에서는 농사꾼의 아들은 비정규직이 되고 그의 아이들도 다시 비정규직의 줄을 서야 하는 가난의 대물림이 진행된다.

 

이런 사회를 어떻게 국민이 권력을 가진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가?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신분의 대물림을 부추기는 이명박식 교육정책은 골품제를 합법화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런 주장이 '빨갱이 사고 방식'이라며 '전교조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라고 비난한다. 기회의 형평성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의 공공성을 말하는 것이 빨갱이라면 이명박 정권은 교육의 목표가 새로운 봉건사회를 구현하는 것인지에 대해 먼저 대답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씻자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만, 김성동, 공정택, 주경복, 박장옥, 이인규 후보.

30일이 교육감 선거가 진행된다. 생소한 교육감 선거. 하필 휴가철에 왜 이 난리들이냐고 한다. 그래서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되돌아보자. 촛불 집회에 맨 처음 불을 밝혔던 10대 여학생들은 이렇게 외쳤다.

 

"어른들은 선거 때 무엇을 하셨어요?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우리가 너무 힘들어요."

 

그 외침은 백만의 촛불을 만들어 냈으며 여전히 유효하며 현재진행형이다. "'747' 공약에 묻지마 투표를 했다, 허물이 있더라고 잘 살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 주었다.

 

한 번이면 족하다. 이제 방향 잃고 브레이크마저 고장나 폭주하는 이명박 교육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아이의 아빠인 내가 나서고, 삼촌에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고모가 나서야 한다. 광란의 질주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사람이면 좋겠다.

 

영어 공부를 잘하려면 국어공부를 우선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배려와 공존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돈보다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급식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교육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30일, 아이의 미래를 위해 10분만 투자하자. 내가 한 투표 결과가 휴가지에서 청량제 같은 희소식을 안겨준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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