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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 모습
▲ 경기소리 공연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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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사회를 보는 이병욱 교수
▲ 이병욱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사회를 보는 이병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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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검산리 손전화도 터지지 않는 깊숙한 산속엔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지난 2007년 11월 16일 홍천군이 설립한 악기박물관으로 우리 전통악기와 세계 다른 나라 악기들을 전시해놓았는데 이곳에선 종종 국악 공연이 펼쳐지곤 한다.

지난 7월 26일 늦은 5시에도 역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에서는 공연 하나가 펼쳐졌는데 강원도 홍천군이 주최하고, 문화재청ㆍ한국문화재보호재단ㆍ(사)마리소리음악연구원이 후원하는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이 그것이다. 사회는 (사)마리소리음악연구원장 서원대 이병욱 교수가 맡았다,

공연은 먼저 김보연, 강혜림, 배경화 등 김혜란 명창의 문하생들이 청중들에게 고사덕담을 선물했다. 이어서 이은기 가야금, 이석종 장구의 가야금 산조가 청중의 눈과 귀를 붙들었다.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김혜란 명창 문하생들이 민요공연을 한다.
▲ 공연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김혜란 명창 문하생들이 민요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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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김혜란 명창 문하생들이 민요 공연을 한다.
▲ 공연 2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김혜란 명창 문하생들이 민요 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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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앞서 공연한 문하생들이 생소한 느낌의 단소병창을 선보였다. 단소병창은 그동안 익숙히 보아왔던 가야금, 거문고 병창 등 현악기를 통한 것이 아니라 관악기를 써서 시도한 첫 병창이었다. 7명의 연주자 가운데 교대로 2명씩 연주를 멈추고 소리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딘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시도 자체로 만족할 정도였다.

이어서 이날 주인공 김혜란 명창이 맛깔스러운 소리로 한 오백년, 창부타령을 들려준다. 역시 김혜란 명창의 명성을 확인한다. 꽉찬 무대, 청중을 사로잡는 소리는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는다. 청중은 연이어 재청을 하고 또 한다. 명창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정중히 손사래를 치지만 청중의 간절한 호소에 여러 곡의 재청곡을 소리한다. 여기에서 명창의 명성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후 역시 문하생들이 장기타령, 한강수타령, 뱃노래, 자즌뱃노래를 불러준다.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공연을 하는 이병욱과
어울림악단
▲ 어울림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공연을 하는 이병욱과 어울림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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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호 씨가 공연 도중 붓글씨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
▲ 붓글씨 하상호 씨가 공연 도중 붓글씨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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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 향연이 펼쳐진 다음 드디어 실내악단 '이병욱과 어울림’의 해금, 기타, 장구를 위한 “우리민요환상곡”이 펼쳐진다. 그들은 그동안 수많은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황홀하게 해왔던 대로 이날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마지막을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며, 마리소리골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이병욱의 존재는 커보였다.

'이병욱과 어울림'이 공연하는 한 편에는 한국미술협회 심사위원이며, 서예가인 하상호 씨가 붓글씨 퍼포먼스를 펼쳤다. 큰 붓을 들고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하씨는 마치 신들린듯 했다. 공연을 붓글씨로 표현했다는 설명을 한다. 다만, 일반 청중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한문이 아닌 한글 붓글씨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별출연 김점순 명창의 깜짝 무대 “대감놀이”로 마무리를 한다. 청중은 굿 소리에 온통 흥분의 도가니다. 역시 우리굿은 우리 겨레의 혼기를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다만, 대감놀이는 지나친 복채 탓에 끝이 어색해졌다. 오히려 우리 마당놀이 모양새처럼 민요를 같이 불러본다거나 하는 청중과 하나 되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옥에 티는 또 있었다. 벌써 마리소리골이 문을 연 지 8달이 넘었지만 지난번에도 지적된 음향과 조명문제는 여전했다. 마이크가 갑자기 작동이 안 된다든가 균형이 맞지 않아 소리가 웅웅거리는 심각한 결점이 드러났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야심 차게 문을 연 박물관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점은 지적을 받아야 했다.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혼신을 다해 소리 하는 김혜란 명창
▲ 김혜란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혼신을 다해 소리 하는 김혜란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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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대감놀이를 소리하는 김점순 명창
▲ 김점순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에서 대감놀이를 소리하는 김점순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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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몰려든 청중은 100여 석의 자리를 꽉 메우고 뒤에 서서 보는 사람이 역시 50여 명 이상이 몰려 성황을 이루어 작은 공연장인 것이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교통이 매우 불편한 두메산골 박물관의 공연이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큰 호응이 있었다는 것은 그동안 이 박물관을 운영해온 마리소리골 이병욱 교수와 홍천군 문화체육과 공무원들의 공이 크게 돋보이는 일이었다.

이날 공연장에 온 노승철 홍천군수는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이 교통이 불편한 산골에 있고 장마철인데도 전국 곳곳에서 찾아준 청중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 박물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악기만 소장ㆍ전시해놓은 박물관이다. 소음이 있는 도심지보다는 심산계곡에 있는 우리 박물관에서 하는 공연은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현장교육으로 아주 적절한 곳이라 생각한다. 많이 이용해달라”라고 부탁했다.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 청중들 모습. 앞줄 가운데 검정바지를 입은 이가 홍천군 노승철 군수
▲ 청중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 청중들 모습. 앞줄 가운데 검정바지를 입은 이가 홍천군 노승철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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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이 끝난 뒤 잠시 대담을 하는 홍천군 노승철 군수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는 우리 소리 한마당이 끝난 뒤 잠시 대담을 하는 홍천군 노승철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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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이라 멀리서 온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밤새워 또 다른 작은 공연과 뒤풀이에 흥을 참지 못했으며, 다음날 아침 공연 평가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선 지난해 사라예보평화축전에 다녀온 이병욱 교수, 이달균 시인 등이 나서서 사라예보 25주년 행사에 어떻게 참여하고 우리 문화를 어떻게 알릴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어떤 이는 요즘처럼 살기 팍팍한 세상에 이런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팍팍한 세상일수록 우리의 흐드러진 국악공연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가는 모양새는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은 문을 연 이후 매달 하나 이상의 공연을 해왔다. 강원도 첩첩 산골에 벌어지는 작은 우리 음악 공연은 이렇게 청중의 큰 손뼉으로 아름다운 한여름밤 꿈을 수놓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김혜란, #이병욱, #홍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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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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