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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가 하산을 했다. 문예보조금을 지원하는 광주시 측은 내려오지 마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그들은 "광주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19일 저녁 8시 광주 금남로에 무대를 차렸다. 그곳은 두 달 동안 광주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풍경소리를 대표해서 최명진 목사는 "풍경소리가 단체로 자유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하산 이유를 말하고선 환하게 웃었다.

 

풍경소리는 광주가 자랑하는 문예공연으로, 기독교·불교·원불교·가톨릭 등 4대 종교 인사들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채로운 모임이자 공연프로그램이다.

 

풍경소리는 지난 6년 동안 모두 60회가 넘는 공연을 가졌는데 매 공연 때마다 특정한 주제를 두고 이야기 손님과의 대화, 노래 손님의 노래공연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이야기 손님으론 생명평화탁발순례를 하고 있는 도법 스님과 박남준 시인 등이 다녀갔다. 노래 손님으론 안치환, 김원중, 이지상 등의 가수가 다녀갔다.

 

하지만 공연이 주로 무등산 증심사에서 이뤄져 누구는 '산사 음악회'라고도 했다. 또 누구는 삶의 치열한 현장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공연'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풍경소리의 한 면만을 보고 말하는 것이다. 풍경소리는 일찌감치 '대운하' 문제를 피하지 않고 다루며 대운하 건설로 파괴될 생명공동체의 우려를 강하게 전달했다. 광주시의 문예보조금을 받는 처지임에도 광주시청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물론 광주시의 압력이 이때도 있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하산한 풍경소리가 19일 금남로에 마련한 63번째 공연의 주제는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였다. 고 김남주 시인의 시 <자유>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에서 현 시국에 대한 풍경소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자리였다. 

 

작정하고 하산해서 마련한 자리인 만큼 이야기 손님도 '센 분'으로 모셨단다. 진보논객으로 잘 알려진 진중권 중앙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진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전근대적 사고와 웹 2.0시대의 시민의 창의력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라고 최근 촛불정국을 진단했다. 그는 "쇠고기 문제는 하나의 기폭제에 불과하고 더 깊은 분노와 본능적 불안감이 시민들로 하여금 촛불집회를 끌고 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본능적 불안감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으로 인해 위협받는) 건강권, 생명권,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보수 지지층은 원래 탄탄해서 30%는 기본으로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17%가 나왔다"며 "이명박 정권은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좀비정권"이라며 특유의 독설도 빠트리지 않았다. 

 

진 교수는 "앞으로 촛불이 6·10 때처럼 대규모로 진행되긴 힘들 것"이라면서 "지역에서 예쁘게, 의제를 다양화해서 촛불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노래 손님으론 가수 안치환씨가 금남로 무대에 서 광주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안씨는 자신이 "87년 6월항쟁 때 대학 4학년이었는데 20년 세월이 흘러 중년의 나이가 됐다"며 "촛불집회의 조금은 가볍고 축제 같은 분위기를 보고 처음엔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안씨는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하면서 "촛불들이 서로 나누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위와 저항문화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것을 알았다"고 얘기했다.

 

또 안씨는 "'촛불은 승리했다' '승리하고 있다'는 대책위의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서 "민족자주권과 민중생활권이 이뤄지는 날까지 촛불들이 중심을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안씨는 <자유> <광야에서>와 함께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든 <유언>을 불렀다. 특히 안씨는 앙코르 노래로 "매번 집회 때마다 앞서 부른 노래들과 <철의 노동자> 등을 불렀는데 이 노래를 꼭 집회 현장에서 불러보고 싶었다"며 "불러도 되겠나, 함께 부르자"며 <내가 만일>을 열창해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풍경소리의 금남로 하산공연에서 사회를 본 최명진 목사는 "촛불이 동일장소에서 동일한 목소리로 모일 필요는 없다"며 "촛불집회 초반의 생기발랄함이 구호 속에 묻히고, 광주 특유의 역사적 엄숙함이 촛불집회를 더 힘들게 하진 않나"며 우려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목사는 "풍경소리는 앞으로도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시는 모든 분들이 그때 그 자리에서 지역사회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즐거움과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풍경소리는 오는 8월에 6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최 목사는 "6주년 기념 노래 손님으론 특별히 포크가수 김두수님을 모셨다"고 귀띔했다.    


태그:#풍경소리, #진중권, #안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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