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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양산종합운동장 광장에서 영화상영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운동장 쪽으로 향했다. 가끔 저녁 산책을 나가곤 하면서 우연히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던 우리는 언제 시간이 되면 함께 무료영화 보러 가자고 했지만 정확한 정보는 모르고 있었다.

 

맞은 편 건널목에도 사람들이 돗자리를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빨간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이 되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우리 뒤에 금방 온 듯 초등학생이 옆에 돗자리를 들고 선 제 엄마 옆에 붙어 서서 ‘벌써 시작 했나 봐요’하면서 조급해 했다. 저녁 밥을 먹고 난 뒤 산책도 할 겸, 한 여름밤 야외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며 더위를 잊어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양산종합운동장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광장에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돗자리도 준비 못한 우리는 마땅히 앉을 장소가 없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광장 나무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광장 저쪽에는 영화와 상관없이 환한 전등불 앞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날려주는 야외극장은 문득 어린 시절의 한 토막 기억을 재생시켰다. TV도 없던 어린 시절에 각인된 기억 한 토막이었다.

 

어느 날 밤, 우리 동네 공터에서 천막을 치고 ‘에밀레종’이란 연극을 상영했다. 마을 사람들, 그리고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천막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나는 천막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성거리다가 시작한 지 한참 지나 어쩌다 한쪽에 살짝 들어가 연극을 볼 수 있었다.

 

이 연극은 어렴풋이, 그러나 슬프게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아이를 넣어 만들어 ‘에밀레, 에밀레’하며 종이 운다 하여 에밀레종이라 이름했다는 이 이야기는 슬프게 와 닿았다. 정말, 아이를 넣었을까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던 것 같다. 문득, 유년의 기억이 현실처럼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무의자에 앉았다.

 

영화는 2005년도에 상영했던 ‘웰컴 투 동막골’이었다. 이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동막골에 연합군 스미스와 인민군 리수화 일행, 국군 표현실과 문상사 일행이 찾아와 동막골에 긴장감이 감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이 영화는 다루고 있었다. 처음엔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한 행동과 말에 웃지만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눈물짓게 만드는 감동 영화다.

 

이 영화는, '아이들처럼 막 살아라‘해서 동막골이라 이름 했다는 동막골처럼 전쟁 없이, 전쟁을 모르고 살아가는 평화, 그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여유를 가지고 좀더 찬찬히 볼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다. 한여름 밤 야외에서 보는 영화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모기한테 물려서 가려웠지만 한여름 밤 야외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운치를 더해 주었다.

 

한 여름 밤 ’가족사랑 야외극장‘은 5월 23일부터 9월27일까지(86회) 매주 금, 토, 일요일 저녁 8시에 상영한다. 장소는 양산실내체육관과 신도시남부공원, 읍.면(물금, 상.하북, 원동)이다. 상영 일정 및 프로그램은 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http://www.yangsanart.net)를 참고하면 된다.


태그:#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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