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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지난 1일에 연 전체회의를 통해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해 무더기로 삭제 조치를 내렸다. '조중동'은 2일자 신문에 이 소식을 떠들썩하게 1면 기사로 배치했다.

 

'다음'이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한 게시글은 모두 80건, 방통심의위는 이중 58건의 게시글을 '위법 행위'로 판정했다. 나머지 22건 중, 19건의 글은 단순한 언론사 비판 게시글이라는 이유로 '각하' 판정을 했으며, 3건은 이미 삭제 처리돼 '각하'로 결정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미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삭제 조치에 대해 누리꾼들이나 시민사회가 그대로 승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삭제 조치는 그대로 납득하고 승복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많아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묘한 표현의 차이, '광고주 협박'과 '소비자 운동'

 

'조중동'이 떠들썩한 보도 속에서 앞세우는 표현은 '광고주 협박'이다. '광고기업 불매운동'의 본질을 2가지 시각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조중동이 주장하는 '광고주 협박'과,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찬성하는 시민사회와 누리꾼들이 주장하는 '소비자 운동'이다.

 

'협박'은 말 그대로 범죄. 조중동의 주장은 곧 "광고기업 불매운동은 범죄"라는 것이다. '삭제 조치'를 내린 방통심의위가 주장한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상의 근거조항을 찾아보자.

 

"제7조(범죄 기타 법령 위반) 범죄 기타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에 관련된 다음 각 호의 정보는 유통이 적합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4.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다음 각 호의 정보는 유통이 적합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4.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다음 각목의 정보

   

마.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

 

핵심을 뽑아보자면, '위법행위 조장을 통한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다. 즉, '위법행위 조장'과 '권리 침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방통심의위가 조치한 '삭제 결정 게시물'의 구체적인 사례다.

 

1. 특정 언론에 광고를 한 광고주들의 전화번호·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인터넷에 올린 글

2. 구체적인 광고주 협박의 방법을 소개하고 적극 유도하는 글

3. 광고 담당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올려 인신공격하는 글

4. 특정 신문에 광고한 기업들의 리스트를 올리는 글

 

자, 이제 식탁 위에 메뉴는 모두 차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과연 이 '삭제 결정'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인지 차분히 따져보는 것이다.

 

'조중동' 주장 그대로 반영한 방통심의위

 

이제부터는 역산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방통심의위가 조치한 '삭제 결정 게시물'의 유형, 과연 '삭제'라는 조치를 취할 '위법 게시물'일까?

 

판단해봐야 할 것은 저 구체적인 사례가 과연 '위법 게시물'인지다. 1,2,4번 사례를 보자. 이 3개 사례 예시이야말로, 방통심의위가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봤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3개의 사례 예시는 한마디로 '참여 독려'라고 할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심의과정에서 '조중동'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다.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광고주 협박'으로 바라봤기에 '위법 게시물'로 판단한 것이다.

 

확실히, 3번 조항 "광고 담당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올려 인신공격하는 글"은 실제로 존재했다면, 특히 구체적인 협박의 형태를 띤 채로 존재했다면, 위법과 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했다면'이라는 전제가 분명히 충족돼야 한다. 게다가, 나머지 3개의 조항은 '조중동'과 방통심의위가 주장하는 '광고주 협박'이라는 사태의 성격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드러내고 있는지의 확인 여부에 따라 '위법 게시물' 판단 여부도 가능하다.

 

'조중동'은 단지 "논조가 마음에 안드는 언론"이었을까

 

미안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조중동'의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 '조중동'은 촛불시위 참가자들이나 누리꾼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논조가 마음에 안드는 언론"으로만 규정했다. 하지만, 명백하게 빠진 요소가 있다. '왜'라는 요소, 그리고 단지 '논조'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여부다.

 

일단, '조중동'은 언론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말 바꾸기'를 보여준 바 있다. 바로 '광우병 위험'에 대한 말바꾸기다. '조중동'이 '광우병 위험'을 제기할 당시와 '광우병 위험은 괴담'임을 주장하는 지금의 차이는 집권당 뿐이다. 이를 근거로 "조중동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대변하기 위해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주장이 누리꾼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

 

물론, 언론 보도도 인간이 하는 것인 이상, 실수가 있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분명한 해명이다. '조중동'이 '광우병 위험' 보도 태도를 바꾸면서 구체적으로 해명을 시도한 적 있나? 없다. 게다가, '광우병 위험'에서부터 '촛불시위 보도'에 이르기까지, 사실 왜곡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조중동'의 그다지 떳떳하지 못한 과거의 문제까지 거론됐다.

 

그들에게, '조중동'의 성격은 단지 "논조가 마음에 안드는 언론"으로만 규정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조중동은 사실왜곡과 말바꾸기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면서 공익을 저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조중동'의 성격에 대해서는 보기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이 하나 있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은 '해서는 안될 일을 하는 언론'에 대한 공익 관점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소비자 지위'는 안중에도 없나

 

방통심의위가 철저히 무시한 개념은 '소비자'다. 소비자는 불특정다수의 국민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경제의 원리를 넘어 공공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개념이다. 소비자 없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의 권리를 묵살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광고는 각 기업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구성되지만, 그 광고료는 다름아닌 소비자로부터 비롯된다. 그 비싼 광고료들,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주 불매운동'은 명백하게 소비자 운동의 범주에 들어간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은 "내가 낸 돈으로 왜 허위·왜곡·과장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광고를 싣느냐"는 항의로부터 출발한다. 사적인 정치적 이득에 몰두해 허위·왜곡·과장보도를 일삼는 행위는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포기하면서 공익을 저해한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참여 시민들이, 그 운동을 통해 불온한 사적 이득을 취한다는 근거 역시 어디에도 없다. 공익을 저해하는 언론에 대해,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려는 것이 왜 '불법'일까?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업무방해'라면, 모든 소비자 운동 자체가 '업무방해'다.

 

방통심의위가 '표현의 자유' 검열하나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공익'에 대한 몰이해, 법규에 대한 지나친 친기업적 해석 등 방통심의위의 '삭제 조치'는 결국 '표현의 자유' 논란을 유발했다. 시민단체 '미디어행동'도 이와 같은 지적을 하며 '위헌 소송'을 거론했다.

 

게다가, 방통심의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심의'를 맡는 행정기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삭제 조치'라는 사법행위를 '명령'했다. '공익 저해'를 누가 한 것인지 명백하게 드러나는 현상이다. '위반'인지 '위법'인지도 명확하게 거론하지 않은 채, '삭제'를 명령한 것 자체가 방통심의위 스스로 정체성 논란을 유발하기 좋은 자충수를 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명백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여전히 '광고주 협박' 주장하며 1면 기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삭제 명령'을 홍보하고 있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중동 반대, #광고주압박 글 삭제, #광고주,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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