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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옮김/ 랜덤하우스 2008년 5월/ 1만 5천원
▲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랜덤하우스 2008년 5월/ 1만 5천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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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문제다. 광우병 쇠고기에 가려 지난 5월부터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유전자변형(GMO) 옥수수는 아예 명함조차도 내밀지 못했다.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그것도 30개월 미만의 쇠고기, 더 나아가서 미국인이 먹는 쇠고기와 똑같은 것만 수입되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NO.' 이미 우리의 식탁은 독(毒)으로 가득찬 죽음을 부르는 만찬이 차지하고 있다.

7월 2일 뉴스에서 국내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업체의 도축업장에서 쇠고기가 전량 리콜되었다는 보도를 들은 분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O157:H7이라는 대장균 때문이란다. 이것이 무엇일까? 이 <독소>라는 책 서문에는 '10일 동안의 비극'이라는 실화가 소개되어있다.

2001년 10일 동안 병마와 싸우다 죽은 두 살배기 아이. 아이의 장은 괴저해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아이는 혈관이 꽉 막힌 채 죽어버렸다. 대장균이 그 아이의 장을 파먹어버린 것이다. 그 대장균이 바로 O157:H7이다. 우연히 덜 익힌 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저자 윌리엄 레이몽은 누구인가?

프랑스인 윌리엄 레이몽은 프리랜서 시사전문 기자이며 다큐멘터리 기획자인 동시에 도서 기획자다. 그가 먹을거리와 관련해 지은 책으로는 <코카콜라 게이트>가 있으며, 존 F. 케네디 죽음의 배후조종 세력을 새로운 시각으로 파해진 <JFK, 국가 범죄의 해부>, 한 살인사건의 법정판결 오류를 증명한 <도미니시는 무죄다, 살인자의 재발견>이라는 책도 썼다.

그는 현재 미국 달라스에 거주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식 식탁에 노출된 아이들의 수명이 기성 세대보다 훨씬 짧아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미국이라는 '실험군'을 통해 너무도 끔찍하고 위험천만한 현대인 식생활의 참상을 분석하고 있다. 윌리엄 레이몽은 미국의 값싼 음식의 배후에 어떤 독소들이 들어있는지 섬뜩하게 묘사하며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충격적인 내용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개발도상국가인 짐바브웨나 감비아 같은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비만이라는 유행병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더 무서운 현실이다. 1998년 이래 비만은 공식적인 전염병으로 선포되었지만 그 심각성을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미국 17대 공중위생국장을 지낸 카모나는 젊은이들 세대가 비만 세대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9.11을 비롯한 어떤 테러 공격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그리 충격적인 발언이 아니다. 2001년 9.11 테러로 2,752명이 희생되었지만 같은 해 비만으로 인한 희생자는 145배나 많은 40만 명이었다. 비만이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비만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장형 미국농축산업체의 '돈벌이'를 위해서다. 농축산물이 생산, 유통, 섭취되는 모든 과정 속에 자본의 속성이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다. 자본의 속성은 한마디로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이용하는 식품산업계 

미국의 식품산업계는 잡식 동물의 딜레마(단것을 선호하고 나머지 것들을 피해 유전자 속 깊숙이 각인되어 단맛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를 잘 알고 있으며, 이 본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지방과 당분을 듬뿍 넣은 제품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용기를 늘려가는 수법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제품을 먹게 하였으며,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먹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돈을 절약했다는 흐뭇한 마음으로 더 많이 먹게 되었다.

현재 미국의 식품산업은 거대기업과 정치계가 좇는 어마어마한 돈벌이다. 요즘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식량산업을 하는 이들이 정관계로비를 광범위하게 펼친 관계로 그들이 원하는 이들을 고위관리로 앉혀놓고 미국의 모든 정책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는 비만을 부추기고(2장), 대량생산을 위해서 농업의 부패 먹이사슬(3장)의 고리를 이용해 생산된 수백만톤의 저렴한 곡물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세계인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축산업시스템과 농약, 트랜스 지방으로 인해 악순환이 악순환을 낳는 구조로 인해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밥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실제 사례와 본인이 직접 관찰한 이야기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며칠 동안 식욕을 되찾을 수가 없었다. 무심코 먹는 음식들 속에 많은 독소가 들어 있으며, 그것이 당대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꼼꼼하게 아이들의 밥상에 올라오는 것을 체크해 보았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텃밭을 직접 가꾸며 웬만한 채소는 자급자족을 하는데도 국적불명의, 혹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유통경로를 통해서 우리 밥상에 올라왔는지 모를 음식들이 많았다.

"수천 년간 유지되던 '밥상 위 풍경'이 30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불행한 것은 이것이 하나의 주장일 뿐 아니라 고스란히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햄버거 스테이크에 400종 이상의 각종 쇠고기가 들어있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은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궁금하신 분들,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상을 차려주고 싶은 분들은 며칠간 식욕을 잃어버린다고 할지라도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을 놓치지말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08)


태그:#독소, #GMO옥수수, #윌리엄 레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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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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