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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게재 강행에 이은 정부 관계자들의 여러 발언들은 좋게 말해 엄포요, 실은 협박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계속 촛불을 들면 강제로 꺼버리겠다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그 협박의 의중에는 이렇게 하면 대다수의 일반 참가자들은 겁을 집어먹고 물러설 것이고, 소수 강경파만이 고립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듯하다.

아마도 과거의 경험에 기초했을 이런 계산은 28일 촛불집회에서 들어맞지 않았다. 협박이 없었어도 모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의 시민들이 모였으며, 전혀 겁을 집어먹지도 않았고, 오히려 비폭력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지만 좁히고 말았다.

대립과 갈등은 증폭되었으며 결과는 시민과 경찰 양측의 부상자 수만 늘리는 꼴이 되었다. 정권에 대한 반감은 더 깊어진 채.

경찰에게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지켜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추가되었다. 이를 위해 경찰저지선은 이전보다 훨씬 전진배치되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완충지대가 대폭 좁아져 양측의 극한대립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경찰에게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지켜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추가되었다. 이를 위해 경찰저지선은 이전보다 훨씬 전진배치되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완충지대가 대폭 좁아져 양측의 극한대립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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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대규모 집회였던 만큼 초반 분위기는 기존의 평화적이고 다원적인 그것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기세가 역력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유모차 부대가 등장해 거리행진을 하기도 했고, 초대형 미술 퍼포먼스도 벌였다. 한켠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거리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주말의 대규모 집회였던 만큼 초반 분위기는 기존의 평화적이고 다원적인 그것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기세가 역력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유모차 부대가 등장해 거리행진을 하기도 했고, 초대형 미술 퍼포먼스도 벌였다. 한켠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거리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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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노선을 견지하고자 한 주최측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구속 및 체포영장 발부사태를 맞았음에도 국민대책회의는 비폭력을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연단에 올라 같은 주장을 펼쳤다.
 비폭력 노선을 견지하고자 한 주최측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구속 및 체포영장 발부사태를 맞았음에도 국민대책회의는 비폭력을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연단에 올라 같은 주장을 펼쳤다.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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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단호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틀녘이 되어서야 해산 작전에 돌입하던 경찰은 지난 26일, 그 시간을 밤 12시경으로 앞당기더니 이날은 아예 행진 초반부터 분말소화기와 물대포 세례를 퍼부었다. 불과 밤 9시도 되기 전이었다. 선두에 야당 국회의원들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랄까. 시위대의 반응은 곧바로 격렬해졌다. 쇠줄로 차벽을 끌어당기고 전경버스를 두들기기도 했다. 물대포에는 소화전 호스를 이용한 '시민 물대포'로 맞섰다. 한쪽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면 상대편에서 그것을 되집어던지는 식의 공방이 끝없이 이어졌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랄까. 시위대의 반응은 곧바로 격렬해졌다. 쇠줄로 차벽을 끌어당기고 전경버스를 두들기기도 했다. 물대포에는 소화전 호스를 이용한 '시민 물대포'로 맞섰다. 한쪽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면 상대편에서 그것을 되집어던지는 식의 공방이 끝없이 이어졌다.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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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변화는 비폭력 호소에 대한 호응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사진과 같이 여전히 차분함과 여유를 잃지 않은 참가자도 많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결 강경해졌다. 박수갈채를 받던 예비군 부대의 비폭력 호소에 이제는 야유가 쏟아지기까지 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비폭력 호소에 대한 호응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사진과 같이 여전히 차분함과 여유를 잃지 않은 참가자도 많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결 강경해졌다. 박수갈채를 받던 예비군 부대의 비폭력 호소에 이제는 야유가 쏟아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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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변화가 정권의 계산과 달리 소수의 강경파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도, '반미좌파'가 이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거꾸로, 갈수록 많은 참가자들이 국민대책회의의 비폭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통치자가 인상만 쓰면 겁을 먹던 시절도, 단일한 지도부의 지시에 따르는 조직대중이 시위를 벌이던 시대도 더 이상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광우병 촛불집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흘려들은 듯하다. 예전처럼 하면 여전히 통할 거라고 봤던 모양이다. 비극적인 인식능력이다.

결국 커다란 충돌이 벌어졌다. 새벽 12시 20분경 경찰은 전면적인 진압작전에 돌입했다. 이날 시위의 규모로 보아 무리를 감수한 것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일부 전경들은 작전 도중 시위대에 포위되어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의료지원단은 모두에게 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결국 커다란 충돌이 벌어졌다. 새벽 12시 20분경 경찰은 전면적인 진압작전에 돌입했다. 이날 시위의 규모로 보아 무리를 감수한 것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일부 전경들은 작전 도중 시위대에 포위되어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의료지원단은 모두에게 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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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한테 무슨 잘못이 있느냐!" 고참으로 보이는 한 전경이 하소연하듯 취재진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취재진에게도 시위대에게도 적절한 물음이 아니었다. 열쇠를 가진 손은 정작 그의 등 뒤에 있으니 말이다.
 "우리 애들한테 무슨 잘못이 있느냐!" 고참으로 보이는 한 전경이 하소연하듯 취재진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취재진에게도 시위대에게도 적절한 물음이 아니었다. 열쇠를 가진 손은 정작 그의 등 뒤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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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시청 앞 광장까지 밀려난 시위대는 시내를 돌아 종로1가 쪽에 있던 나머지 대열에 합류했다. 밤을 꼬박 세우는 연좌농성의 시작이다.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이즈음이 되면 불과 얼마 전까지 물리적 대응을 소리높여 주도하던 얼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단번에 시청 앞 광장까지 밀려난 시위대는 시내를 돌아 종로1가 쪽에 있던 나머지 대열에 합류했다. 밤을 꼬박 세우는 연좌농성의 시작이다.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이즈음이 되면 불과 얼마 전까지 물리적 대응을 소리높여 주도하던 얼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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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마가 끝나려는지 빗줄기가 굵어진다. 시위대도 전경들도 노상에서 혹은 건물 밑에서 힘겹게 비를 피한다. 시위 때마다 양쪽의 방송차량에서는 "네가 먼저, 너야말로" 공방이 벌어진다. 어느 쪽이 맞든, 양쪽 다 피해자라는 사실만큼은 이의가 없지 않을까.
 마른 장마가 끝나려는지 빗줄기가 굵어진다. 시위대도 전경들도 노상에서 혹은 건물 밑에서 힘겹게 비를 피한다. 시위 때마다 양쪽의 방송차량에서는 "네가 먼저, 너야말로" 공방이 벌어진다. 어느 쪽이 맞든, 양쪽 다 피해자라는 사실만큼은 이의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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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그 대표격으로 지목되어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개별 정책들에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판별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핵심일 수 있다. 환경위기와 고유가 파동의 시대에 대운하를 파겠다는 것만 봐도 의심할 여지는 충분하다.

만일 그렇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다. 재협상을 실시한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얼마든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정작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이는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아닐 수도 있다. 그를 내세우고 받쳐주는 '배후세력'들이야말로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태그:#촛불집회, #광우병,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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