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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블로거가 영상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개인블로거의 윤리적 측면을 어떻게 확인하고 평가해야 할까요?”

 

2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세계시민기자 포럼’현장.  파워블로그와 블로그운영자가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대한 질문을 받던 중 한 청중이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흥미로웠다. 답변을 해야 하는 참가자들 중에 최근 영상 연출 의혹을 받았고 그에 대해 해명을 했던 미디어다음 파워블로거인 김정환(ID:몽구)씨가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자가 ‘몽구’라고 딱 짚어 이야기하지 않았고 실제 질문자가 언급한 유명 블로거가 ‘몽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논란에 휩싸였던 ‘몽구’로서는 뜨끔할 수밖에 없던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관련내용이 논의되는 내내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월 5일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맞잡은 두손’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미디어몽구’에 올라왔다. 이 영상의 마지막은 감동적이었다. 철창차 안과 밖에 각각 있던 두 사람이 철창창문에 서로에 손을 맞대고 있었다. ‘경계의 벽은 언제 허물어질까’라는 심금을 울리는 자막이 분위기를 더했다. 이것은 그날 다음베스트 영상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던 중 7일 한 누리꾼이 “‘몽구’가 영상을 연출했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몽구’가 영상을 연출하고 있던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것은 뉴스가 아닌 ‘사기’다”라는 자극적인 의견과 동시에 “참 슬픈 사실이다. 이젠 내부비판이 필요할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틀 후 ‘몽구’는 댓글을 통해 연출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의도적인 연출이 아니라 영상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재연이었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기성언론을 바로잡던 파워블로거가 또 다른 블로거에 의해서 감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촛불정국에서 개인블로거들은 기성언론의 편파적, 왜곡 보도를 바로잡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였다. 개인블로거들이 캐냈던 ‘숨겨져 있던 사실’을 통해 사회는 움직였다. 야밤에 벌어지는 무력진압, 강제연행은 개인블로거를 통해서 국민들이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을 통해 국민들은 논의했고 행동했다. 미디어가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이라는 정의에서 비추어볼 때 이제 개인블로그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다.

 

개인블로그가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언론이 정보제공역할에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틈을 개인블로그가 파고들면서 기성언론이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었다. 기성언론이 보여주는 세상보다 개인블로그의 그것에 독자들은 공감했다. 이러한 블로거의 성장은 기성언론이 반성하고 정화될 수 있는 계기 또한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블로그가 감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감시를 받고 있다. ‘몽구의 영상 연출사건’에서처럼 어떤 A라는 개인블로거가 정보제공에 한계 혹은 왜곡을 보일 때 B블로그가 그것을 채워나가거나 바로잡는다. 기성언론-파워블로거-블로거로 나아가는 끝없는 연속성은 “미디어는 모든 현실을 표현할 수 없다”는 명제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포럼 질문자의 내용을 살펴보자. 위와 같은 맥락에서 개인 블로그가 지닌 윤리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여럿이 협력하는 집단지성은 서로를 감시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개숙인 몽구’의 모습은 씁쓸함이 아닌 집단지성의 희망을 던져주었다.


태그:#세계시민기자포럼, #몽구, #영상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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