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단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인적 쇄신'은 민심수습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고작 청와대 비서관이나 장관 몇몇 갈아치우자고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남아 있는 한 보좌하는 사람들과 집행자 몇몇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그나마 한다'는 그 인적 쇄신, 과연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할까? 수석비서관으로 확정됐고, 비서관급 인사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나마 그 인적 쇄신조차도 '쇄신'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청와대의 자칭 '인적 쇄신', 측근 실직자 구제용?

그 '쇄신'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방증하는 요소는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인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명단을 돌아보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수석급은 임명이 확정됐으며 비서관급은 언론에서 '확실시'되거나 '유력'한 사람으로 보도된 사람들이다.

*정무수석- 맹형규 한나라당 전 의원(18대 총선 불출마)
*홍보특보- 박형준 한나라당 전 의원(18대 총선 낙선)

*민정2비서관(유력)- 오세경 변호사(18대 총선 낙선, 'BBK 수비수' 출신)
*기획조정비서관(확실시)- 정인철 전 인수위 전문위원(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 낙천)
*언론2비서관(유력)- 박선규 전 KBS 기자(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 낙천)

수석급 2명, 비서관급 3명이 한나라당 소속 낙선·낙천, 그리고 불출마 선언을 한 '실직자'들이다. 이 중에서 '박형준'과 '오세경'이라는 이름을 주목한다면, 과연 이 인선이 '인적 쇄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나, 청와대가 분노한 촛불 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새출발' 차원에서 이뤄진 '인적 쇄신'이라고 주장했음을 감안한다면, "촛불 민심이 고작 한나라당 출신 '실직자'들을 구제하라는 이야기를 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100분 토론> 뉴라이트 엑스맨이 시민사회비서관?

청와대의 자칭 '인적 쇄신'을 지켜보면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던 이름을 찾자면 '홍진표'라고 단언할 수 있다. 홍진표 전 인수위 전문위원은 시민사회비서관 기용이 확실시되고 있다.

일단 시민사회비서관은 '시민단체의 여론'을 청와대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에서 신설된 비서관이다. 홍진표 전 전문위원은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으로 활약한, '뉴라이트'의 대표급 선수다. 한마디로, '뉴라이트'의 여론을 청와대에 반영하기 위한 인선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홍진표 전 전문위원의 <100분 토론> 출연 경험이다. 당시 홍진표 전 전문위원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반대하면서 "친일파로 낙인찍으면 그 후손들이 입을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웠다가 '엑스맨' 반열에 올랐다.

저서의 제목도 주목할 만하다.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이런 인식을 가진 인사가 시민사회비서관 기용이 확실시된다? 이게 무슨 '인적 쇄신'인가?

'홍진표'라는 이름이 주는 충격에는 미치지 못해도,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임명된 정진곤 한양대 교수의 인선도 눈에 띈다. '조중동'에 자주 칼럼을 기고하거나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찬성하는 식의 주장을 자주 전개했으며, 인수위 시절에도 '영어몰입교육'에 개입한 전력이 있다.

눈에 띄는 '돌려막기 인선'

이렇듯 특기할 만한 인사들의 면면을 제외하면 두 가지 특징이 남는다. 관료 출신 인사들의 기용과 '돌려막기식 임명'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 정무기획비서관(유력)- 김두우 정무2비서관
* 민정1비서관(유력)-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
* 춘추관장(유력)- 곽경수 언론2비서관
* 메신저관리비서관(유력)- 이성복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이명박 정부의 인재풀이 좁은 것일까? 아니면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고르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일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고르는 것"은 정당정치의 특성상 자연스럽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게 무슨 '인적 쇄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카드 돌려막기'라도 하는 것일까?

'촛불시위 최대 수혜자' 이동관은 여전히 굳건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촛불시위 최대의 수혜자는 이동관"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논란이 정국을 뒤흔들기 바로 직전, '파문'의 주인공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만인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절대농지 구입 의혹'과 '영농계획서 위조 의혹'이 불거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일보> 기사 누락 파문 과정에서 <국민일보> 편집국장과 관련해 "친구끼리 잘 봐달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 외압은 없었다"이라는 발언을 내세우면서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수석급이 전원 경질된 이 폭풍 속에서 살아남아 자리보전에 성공했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 인선이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된' 인선?

다음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반응이다.

"2기 실장과 수석비서관은 각 분야에서 실무적·이론적 전문성과 경륜을 쌓은 인사로서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된 인사들을 중점 발탁했다. 특히 일반 국민의 정서에 맞는 인재를 폭넓게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분야별·지역별로 균형 있는 인사를 도모했다."

놀라울 따름이다. 한나라당 출신 총선 불출마 및 낙선자, 특히 그 낙선자는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총선에서 낙선하지 않았나. 이런 인선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된' 인선일까? 대거 기용된 관료급 인사들, 단지 그 경력 때문에 '전문성과 경륜'을 쌓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 인선이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된 인선'이 아닌 이유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바로 이 인선을 발표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존재다. 누리꾼들이 이 인선을 비판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이동관 유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홍보기획비서관으로서 '촛불 사탄' 발언으로 유명한 데다 '목사 출신 대운하 전도사'로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추부길 비서관의 용퇴 가능성은 아직 거론되지 않았다.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무사하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반대" 발언도 희석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인적 쇄신'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무색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홍보기획비서관'은 정무수석실 산하에 있으며, '홍보 특보' 산하로 옮기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홍보기획비서관'은 교체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다.

이런 인선을 '인적 쇄신'이라고 내세워봐야 '촛불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꼴 외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는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명심하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측근 구제'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 대 명박산성, #이명박, #청와대 인적쇄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