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촛불 정국을 촉발시킨 인터넷 여론을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OECD 장관회의 개막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 여론에 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신뢰가 없는 인터넷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자신의 지지율을 7% 대까지 떨어뜨린 인터넷 여론이 좋을리 없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실명제' 확대 움직임, 경찰의 인터넷 정보 전담팀 추진, 이문열씨의 '반촛불 의병론' 주장 등을 보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여론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주장은 아닐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 내에 인터넷담당비서관을 신설해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출신이자, 현재 다음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오픈IPTV'의 사장인 김철균 대표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철균 대표 역시 청와대와 접촉을 하고 비서관 내정에 대한 수락 의사가 있음을 언론에 확인해 주었다.

다소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번 '광우병 미산 쇠고기 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바로 포털사이트 '다음'이다. 대선보도 불공정성 논란을 겪은 바 있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이번 촛불 정국에서 친정부적 편집을 했다는 의혹을 누리꾼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네이버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한편에서는 (주)NHN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물론 NHN 주가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 NHN 한게임의 사행성 문제를 거론하자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다음은 촛불정국의 최대 수혜주다. 미디어다음이 운영하는 '아고라'는 '토론의 성지'로 부각됐다. 활발한 공론장, 아고라는 한마디로 촛불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철균 전 다음 부사장의 청와대 인터넷담당비서관 내정은 여러 가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등에서는 이미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권력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줄이 생기는 것이므로 마다할 리 없을 것이다.

김철균 대표의 인터넷담당비서관 내정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업계와 인터넷 여론의 생리를 잘 아는 전문가를 기용함으로써 효과적인 인터넷 정책을 입안하고, 좋게 말해서 인터넷여론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철균 대표의 면면을 보았을 때 전문가이며 적격자 중의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촛불정국 진원지 중의 하나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부사장 출신이자 현재 다음이 50%의 지분을 출자한 오픈IPTV의 사장을 인터넷담당비서관에 앉힌다는 얘기는 바로 '신(新)권언유착'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포털의 구조와 인터넷 여론의 생리를 잘 아는 전문가에 'MB정부'의 약한 고리의 방어를 맡김으로써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실제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홈페이지에서는 17일 하루 종일 한나라당의 디지털정당위원장의 글이 핫이슈 머릿글로 게재되어 있었다. 18일 오전 현재에는 '광주 양 선생이 한나라당에 바랍니다'라는 글이 핫이슈로 배치되어 있다. 한편에서는 김철균 대표 내정에 관해 일부 누리꾼들이 권언유착을 경계하는 의견글을 올리고 있지만 아고라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노출이 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진보적인 언론도 이 문제를 그렇게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촛불은 40일 넘게 타올랐지만, 아직 정권은 4년도 넘게 남았다. 촛불의 힘은 이명박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잘못하다가 촛불혁명이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묻혀 버릴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담당비서관으로 김철균씨가 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준희 기자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촛불집회, #다음, #김철균, #신권언유착, #인터넷통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