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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두언 한나라당 국회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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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청와대 A 수석과 B, C 비서관, 국회의원 D씨 등을 공개 지목하며 "이 대통령의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두언 의원은 7일자로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권의 어려움은) 청와대의 세 명, 국회의원 한 명이 장·차관 자리,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전리품' 챙기기에서 비롯됏다"며 "몇 명이 자기 혼자 전리품을 독식하려고 같이 전쟁에 참가했던 동료들을 발로 막 차서 고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정 의원은 '이명박의 복심'으로 불리는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까지 핵심 역할을 했던 그는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측과 알력 싸움을 벌이다 견제를 받고 중앙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의원은 "능력이 없으면 최소한 인품이라도 갖춰야 한다"며 "그런 자질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인사(人事)를 장악하려 한다"고 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거듭 비판했다.

"욕심 없는 사람인 줄 알고 A씨 썼는데..."

정두언 의원이 '민비'라고 얘기한 A 수석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로 추정되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정두언 의원이 '민비'라고 얘기한 A 수석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로 추정되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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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 의원은 "청와대의 A 수석은 민비(閔妃·명성황후)와 같은 존재"라며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앉혀 놓았더니, 나중에 대원군을 쫓아내고 또 다른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어 "2인자라는 말, 누구에게 힘이 실린다는 말을 이 대통령은 기업에 있을 때부터 굉장히 싫어했다"며 "그래서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고 A씨를 쓴 거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을 보면 대통령이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의원이 얘기한 A 수석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권력의 핵'이라고 불리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이 대통령의 싱크 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 원장을 지낸 류우익 실장은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도맡아 쓸 정도로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사로 꼽혔다. 때문에 새 정부 조각 작업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없어 '욕심이 없는 사람'과 가장 근접해 보인다. 류 실장 스스로도 취임 당시 기존의 청와대 비서실과 달리 철저하게 '말 없는 실무형 비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통령실장이 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말이 들리는가 하면 인사 파동이나 쇠고기 수입 문제 등에 대해 류 실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 의원은 '수석'이라고 했지만, 류 실장을 직접 공격하기가 부담 돼 '수석'이라고 애둘러 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류 실장 외에도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나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A 수석으로 입에 올랐다. 특히 곽승준 수석은 최근 공기업 민영화 작업을 물밑에서 소리없이 주도하고 있고, 향후 조직개편 때 경제수석 중용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간질·음해·모략, 어떻게 공부했는지 정말 '엑설런트'하다"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나란히 앉아 있는 정두언 의원.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나란히 앉아 있는 정두언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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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또 "A 수석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이 B씨"라며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을 보면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안희정·이광재씨가 있었는데, B 비서관은 이 사람들을 다 합쳐 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정 의원은 "그(B 비서관)는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 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데 명수"라며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그런 분야에서는 정말 '엑설런트'하다. 대통령의 말이라며 호가호위한 것"이라고 맹성토했다.

정 의원은 또 "대통령이 절대 공천에서 떨어뜨리지 말라고 한 사람들까지 B 비서관이 작업해서 떨어뜨린 적도 있다. 이방호 전 사무총장에게도 전화했다고 하더라"며 "제가 (B 비서관을 천거한 것은) 바보 짓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B 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 놓으려 하면 C 비서관이 나섰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말한 B·C 비서관으로는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김백준 총무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 등 이상득 의원 직계로 불리는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파동을 불러온 '강부자 내각' '고소영 수석' 역시 이들 A 수석과 B, C 비서관의 '작품'이라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어느 고위 공직자는 제게 이렇게 접근하기도 했어요.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 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래요. 이런 사람을 A 비서관과 B 비서관이 합작해 고위직에 임명한 거예요."

정 의원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썼다면 여성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 공직자 중 여성은 얼마전 사퇴한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과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등이 있다. 박 전 수석이나 이 차관 모두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이다.

정 의원은 이어 "장관들이 차관이 어떤 인물이고, 그 밑에는 또 어떤 사람들인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함께 일을 한다"며 "(청와대 일부 수석들이) 심지어 어느 부(部)는 총무과장 인사에까지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상득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 등으로 추론되는 국회의원 D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부작용을 지적하면 '내 아들도 내 마음대로 못하네'라는 답만 돌아온다"며 "그분은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기자가 정 의원에게 "왜 한나라당에서 청와대 일부 수석을 견제하지 못하는 거냐"고 묻자, 정 의원은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놓았다.

"지하철 타면 왜 왔다갔다하면서 사람들 어깨 툭 치고 지나가는 (건달 같은) 사람들 있잖아요. 쳐다보면 '야, 이 ××야!'라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잖아요. 청와대 수석들이 그 몇 명에게 모두 그런 식으로 당하고 있는 거예요."

정 의원은 '어느 장관이 자필로 쓴 기도문'이라며 "분하다, 억울하다,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중략) 너는 기억하라. 지금의 이 근본이 너에게 있음을 기억할지어다…."라고 적힌 쪽지를 꺼내 소개하기도 했다.

꼬리 자르기? 권력 암투?... '간신들'은 당혹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월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청와대 수석인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월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청와대 수석인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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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의 '폭로'는 청와대를 비롯해 여권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뷰 기사 출고 시점이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고 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일단 정 의원으로부터 지목된 비서관들은 억울하고 분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말을 아꼈다. 그러나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정권이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여권 내 권력 암투까지 불거진 것에 대해 적잖이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 의원의 이번 '폭로'가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의원의 <조선일보> 인터뷰는 보름도 더 전인 지난달 19일 진행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7일자 신문 본지에는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주말섹션인 'Why'를 통해 보도했다. 특히 정 의원은 <조선일보> 보도 시점에 맞춰 청와대 비서들을 질타하는 '입장 발표문'을 공개했다.

정 의원은 <조선일보> 기사가 나가자, '입장 발표문'을 기자들에게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6월 7일자 조선일보 주말판에 실린 저의 인터뷰 기사는 당초 기사 불게재를 전제로 이루어진 대화를 기사화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기사 내용을 부인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차제에 작금의 시국 상황에 대한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정 의원은 "신문에 보도되길 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도를 전제로 작심하고 내지른 셈이 됐다.

정 의원은 '입장발표문'에서 "이 얘기는 많은 국민은 모르지만, 한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면서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어두운 얘기가 빨리 공개돼 바로잡아지는 것이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두려운 마음으로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국민의 환호 속에 시작한 보수 정부가 우선적으로 했어야 할 일은 권력의 사유화가 아니라 보수의 자기혁신이었다"며 거듭 '권력의 사유화'를 비난했다.

그는 "저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 땀으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제부터 보수의 자기 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정 의원이 '칼'을 들고 나선 것이 일종의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대통령은 잘하는데, 밑에서 보좌를 제대로 못해 국정이 난맥상을 이루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 이 대통령만이라도 보호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대통령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 "몇몇 (청와대 실세 3인방)이 대통령의 말을 어기고 자기들 (인사) 장사를 한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물론 '여권 내부의 권력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정 의원 스스로 "보수의 자기 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며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쳐지는 것을 차단하려고 했지만, 사실상 인적 쇄신의 핵심 대상을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여권 내 권력갈등 양상은 더욱 고조될 것이 자명하다.

정 의원이 인터뷰에서 "역대에도 그런 간신들은 다 기회가 되면 정리됐다" "나는 장기적으로 전도양양하고 그 사람들은 하느님이 (악을 세상에 알리는) 도구로 쓴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수석비서관, #정두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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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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