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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악을 기록하는 가운데 '임기초 레임덕'이라는 이야기까지 떠돌면서, 그 원인 분석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심리 분석'이나 유권자들과의 '감정 이입' 과정을 분석하는 언론 기사도 눈에 띈다. 그런 시도를 한 대표적인 언론의 예로는 <월간중앙>과 <한겨레21>을 들 수 있을 듯하다.

 

"노빠와 박빠는 있는데 이빠는 없다"

 

'조인스닷컴'은 <월간중앙> 6월호 기사 <내각과 청와대는 ‘특권층 쇼룸’…‘서민보수’ 금세 등 돌렸다>를 공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견고하지 않다는 점에서 첫번째 이유를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각각 '노빠'와 '박빠'라는 '팬클럽'이 존재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뚜렷하게 '이빠'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팬클럽이 희박하다는 이야기였다.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 나선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MB 지지자는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세력에 우호적일 뿐 인간 이명박에 대한 감정이입은 없다"고 주장했다. <월간중앙>은 거기에 "MB에 대한 지지는 이명박 스타일의 리더십에 대한 호감이지 이명박의 퍼스낼리티에 대한 호감은 아니라는 것"이라는 주석을 달면서 '반노무현 감정'의 반사효과를 누렸다는 점도 지적했다.

 

확실히 근거있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일명 '이빠'라고 할 수 있는 적극적 지지층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볼만 하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팬클럽'과 같은 적극적 지지층이 형성되기까지는 정치인의 존재 자체가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거나 교류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노빠'는 일반적으로 1980년대에 '열정의 대학시절'을 보냈던 세대들이 자신들과 당시에 함께 행동하며 시대의 아픔을 나눴다는 측면에서, 혹은 그 당시에 다소 그 '열정'에서 비켜난 것에 대한 나름의 책임과 죄책감을 풀고자 하는 측면에서 '노무현'을 주목했다.

 

'이회창'과 '한나라당'이라는 적수도, 그 시절의 아픔을 일깨우며 전의를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정몽준의 지지 철회'까지 겹쳐 완벽한 결집을 과시하면서 노무현의 당선을 이끌어낸 것이다.

 

'박사모'로 통하는 '박빠'도 비슷한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부모님의 유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박근혜 전 대표 자체의 이미지를 통해 '향수'를 느낀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탄핵'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위기에 몰렸을 때,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총동원한데다가 테러까지 당하면서 지지자를 결집시킨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접전에서 '당원 투표'에서는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당원 투표에서의 승리'에서 처음 노출된 한나라당에서 '박근혜'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선과 총선을 거쳐 정점에 달한다. 공천 파동과 재산 파문 등의 이유로 이명박계 측근 의원들 중 상당수가 낙선한 가운데, '친박'이 돌풍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 측은 박근혜 전 대표와 박근혜 지지자들이 나누는 '정서적 교감'은 전혀 계산하지 못했던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월간 <신동아> 5월호 표지기사의 제목처럼 '고품격 선동'을 일으킨 것이다.

 

<월간중앙>이 여기서 서술을 배제한 부분이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왜 '이빠'가 안보이느냐는 것일 듯하다. 아주 쉬운 부분이다. 그동안 파문이 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수많은 언행들을 돌아보라. 박근혜 전 대표의 언행은 무척이나 신중한 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말실수나 다소 경솔한 언행은 엿보였어도,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린 적은 없었다.

 

유난히 약자를 무시·경멸하는 인상을 자주 노출시킨 언행을 일삼는 정치인과 정서적 교감을 나눌 유권자는 많지 않다.

 

<월간중앙>과 <한겨레21>이 한목소리로 제시한 특이사항 '자기애'

 

<한겨레21>은 710호 기사 <부담스런 자기애 ‘나는 옳다’>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짚어본다. <월간중앙>이 정치마케팅 전문가의 관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초 레임덕'을 살펴봤다면, <한겨레21> 관련기사에는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가 등장한다.

 

<한겨레21> 관련기사는 <월간중앙>이 짚어본 "이빠가 없는 이유"를 부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재미있다. <한겨레21>은 이명박 대통령이 유권자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더 자세하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핵심을 간결하게 요약하자면, "대선 당시에는 지지 원인이 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이미지가 이제는 역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강점인 것 같았던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위기 상황임에도 저 정치인과 정서를 함께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지지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것이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이미지의 사람과는 소통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융통성도 없어 보인다. 인간적인 측면보다는 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이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의 평가는 갈수록 긍정적인 이미지에서 중성적으로, 결국에는 부정적인 느낌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

 

"과도한 자기 확신의 연장선상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들에게 문제의 원인은 항상 외부에 있다.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교정하는 것에서 해법을 찾는다. 마치 성공한 스타플레이어가 성공적인 코치가 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선수들이 잘 뛰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차라리 내가 들어가서 뛰겠다고 나서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저서 <사람 VS 사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자수성가형 인물들은 강한 자기애적 성향을 보인다. 강한 자기애는 바꾸기 쉽지 않은 특성이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직언을 하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기 쉽다. 이명박 대통령은 쓴소리를 하는 이들을 계속 곁에 둬야 하고, 측근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 안주연

 

"이명박 대통령은 디테일(세부적 사항)에 강하고, 디테일을 풀면 전체 문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대불공단 전봇대 사건과 일산경찰서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은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국민은 과연 그것이 대통령이 할 일인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건국대 의대 정신과 하지현 교수

 

나로서는,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대(大) 카토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기억하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에 따르면,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완고해지는 이유는 '나이'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에 있다는 것이다.

 

대 카토는, 변두리 시골 출신으로서 로마 공화정 시스템 덕분에 출세를 했다는 이유에서 로마 공화정을 지키는 것 자체가 신념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제2차 포에니 전쟁 승리 이후 '스키피오 열풍'이 불면서 이것이 로마 공화정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스키피오를 탄핵하는데에 집념을 불태웠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돌아볼 수 있다. <한겨레21> 관련기사는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서술한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강한 자기애도 국민과의 인식에 괴리가 생기게 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나는 나를 내리누르는 어떠한 힘 앞에서도 굴복해본 적이 없다'고 썼다. 이런 자신감은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 경험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나는 옳다'는 자기 확신으로 이어진다."

 

<월간중앙>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해당 기사에 담았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출신'에서 근원을 찾는 전문가도 있었다고 한다.

 

"MB 스스로도 성공의 덫에 걸렸다. 스스로 성공신화에 취해 '성공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정치분야에서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MB가 토건회사 CEO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건회사는 이것저것 안 따지고 밀어붙입니다. MB의 통치 스타일을 읽는 키워드는 CEO가 아니라 토건이에요. 인사도 밀어붙이듯 합니다. 이런 스타일은 목표만 있지 방법론이 없습니다. 참모도 필요 없어요. 단적으로 미국과의 쇠고기협상 때도 그랬고, 광우병 파동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서도 그랬습니다. 협상의 상대가 예기치 못한 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대응할지, 카드가 준비돼 있지 않았습니다. 소통에는 관심 없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거죠.'"

 

잘 나가다가 본질 외면해 아쉬운 <월간중앙>

 

<월간중앙>은 김상회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표심에 대해 의미있는 분석을 담았다.

 

보수세력이 '엘리트 보수'와 '서민 보수'로 분화됐는데, '강부자'나 '고소영' 파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엘리트 보수'와의 교감에 중점을 두면서 '서민 보수'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이탈했다는 이야기다.

 

"MB정부가 박정희 정부와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민생제일주의를 표방했다. 사회 특권층의 일탈행위는 엄단했다. 고교평준화를 시행한 것도 박정희정부다. 제2의 박정희를 꿈꿨던 전두환은 저가의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 한마디로 서민보수층이 바란 것은 서민보수정부였다.

 

정치는 지분이다. MB는 그러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서민보수를 껴안는다면 보수는 대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근혜'와 '친박'을 껴앉으라는 조언을 남긴 것이다. '보수의 대분열'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하지만, <월간중앙>이 여기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가 시종일관 내세우는 '친박 복당'은 자신의 계파 정치인의 이득과 지지자들의 정서적 충족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분노한 민심에 대처할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대선후보 경선과 총선 공천을 놓고 갈라졌을 뿐, '대운하'를 제외하면 이들은 정견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친박' 의원들이 한나라당에 복당하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할 친부유층 정책의 거수기로 가담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런 예상이 오히려 '복당'을 외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여파가 미친다. 그러면서, '친박 복당'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유권자들까지 '복당'론을 외치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당신은 서민이 죽든 말든 측근만 챙기면 다냐"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으로써, 보수는 '분열'의 위기와 함께 '공멸'의 위기에 노출됐다는 아이러니컬한 점이 엿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산 쇠고기'를 방어하는 '조중동'에 대한 분노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보수'를 자처하면서 '보수'의 기본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보수세력의 현실을 깨닫는 유권자들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흔들릴까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에 부정적인 누리꾼들이 가장 따가운 비판을 집중시킨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과 툭 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와 '정치 논리' 등의 표현으로 자신에 대한 비판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희석시키는 이명박 대통령을 기억해보자. 스스로도 "나는 나를 내리누르는 어떠한 힘 앞에서도 굴복해본 적이 없다"고 자부했던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그 여파와 부작용은 우리 국민에게로 미친다. 단순히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정치적 이득이나 '보수'라는 이름의 특정 세력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겨레21>이 제시했다.

 

"지금과 같은 낮은 지지율이 계속되면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도 비극이다. 아무런 정책도 펼칠 수 없는 식물 정부가 되기 때문이다."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을 이명박 정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 끝까지 저항할 국민, 이 평행선이 지속될 경우의 비극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상식을 판단해보자면 해답은 나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 해답을 알았다면, 그런 식의 대국민 담화문으로써 오히려 '사과'가 아니라 '불'을 지르는 그런 결과는 유도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임기초 레임덕,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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