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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이 이명박 불신의 원인

 

이명박 정부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만으로 민심이 이반됐다고 판단한다면, 단언컨대 그건 오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지율 1위를 줄곧 고수하다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폭 넓게 결집한 '안티'가 드러난 정치인이었다. 이유는 많았다. 다양한 실언과 불법비리 의혹, 그리고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지나친 친부유층 정책 등, 명분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많았다.

 

최근에도,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악재' 투성이다. 우연히 벌어진 상황이 이명박 대통령의 옛 행각과 맞물려 비난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여당 및 정부 관계자들이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많다.

 

이렇듯 심상치 않은 상황, 하지만 민심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일들은 여전히 터지기 직전의 뇌관처럼 곳곳에 존재해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불리한 상황을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모면하려다가 터진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눈 가리고 아웅'을 불사할 정도의 집념, 한반도 대운하

 

<한겨레>가 19일에 단독보도한 <[단독] 폐지했던 '대운하 국책사업단' 부활>은, 정부가 지난 총선 직전에 폐지했던 국토해양부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 실무 주도 조직 '국책사업지원단'을 최근 부활시켰다는 것을 확인한 기사였다.

 

수자원공사 서울지역본부 3층에 입주한 '국책사업지원단'은 국토해양부 소속 공무원 20여 명으로 조직돼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외부인의 사부실 접근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도 관련기사에 보도했듯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도 이 '국책사업지원단'을 비밀리에 꾸려 가동했다가 들통났던 사실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지지율 1위를 기록했을 때에도 반대 여론이 많았던 '한반도 대운하'는 그 당시보다 더한 반대 여론에 노출됐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집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나의 비전'이라고 말했기에 그토록 '눈 가리고 아웅'을 불사하면서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이 '한반도 대운하' 논란을 접하려면, 일단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친박' 의원들도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원내과반을 점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책사업지원단'은 '특별법 제정'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 여론이 호전되지 않는 데다가 '눈 가리고 아웅'조차도 어렵다면, '국책사업지원단'이 '특별법 제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나라당의 원내과반을 이용해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국책사업지원단'으로 드러난 '눈 가리고 아웅'이 결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의도 또다시 '눈 가리고 아웅'

 

국민여론과 시민사회단체가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요구하는 것은 단호하다. '전면적인 재협상'이다.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오역 파문, OIE 신봉설에 직격탄을 날린 <PD수첩>의 보도 등 이유는 그야말로 너무나도 많다.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외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전면 수입' 자체도, "단 1명의 가능성이라도 정부는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던 일본 관료의 해명과 비교하면 국민으로서는 황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그런 이유로, 카를로스 M. 구티에레스 미국 상무장관이 방한한 자리에서 '재협상'에 대한 운을 뗐지만, 돌아온 대답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재협상'에 대한 여론은 더더욱 확고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의' 끝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검역주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을 '레터(Letter)', 즉 별도 문서로 보장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공식브리핑은 20일에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내용은 그럼에도 만만치 않은 뇌관을 잠재하고 있다. 일단, 왜 저런 내용을 협정문 자체에는 명시하지 않았느냐는 반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야' 검역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 자체도 불안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예방, 최소한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야 말겠다는 정부의 다짐이지만 저 내용은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시점이라면 한국 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과연 어떻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게다가, '레터'에 추가될 또다른 내용 광우병 위험물질 부위 재조정에 대한 내용도 '눈 가리고 아웅'일 수밖에 없다. 민심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2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살코기'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일본의 검역기준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30개월 이상'에 '뼈를 포함한'이라는 부분이 있는 한, 광우병 위험물질 부위 일부분을 조정하는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아니, "또 염장지른다"는 주장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본질에는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

 

'눈 가리고 아웅'으로 분노한 민심에 기름 끼얹는 꼴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이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 측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논란이 될 만한 말 실수 및 과거 행적에 대해서도 황당할 정도의 '눈 가리고 아웅' 해명으로 사태를 모면해보려다가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일이 많았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땅부자 내각' 자체의 문제도 심각했지만, "자연을 사랑했을 뿐 투기는 아니라"던 식의 해명으로 안 그래도 분노한 민심을 더더욱 자극하는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눈 가리고 아웅'이 취임 석달도 못돼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임기초 레임덕'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쇠고기 협상'만 해도 그렇지 않나? 과연 협상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한 것일까, '안'한 것일까? 이런 논란 속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가 분야별로 끊임없이 이어지니 민심이 분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복당' 문제를 논의한다고 민심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누가 누구인지도 관심조차 갖지 않을 '정무라인'의 문제를 고민해도 가라앉을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총체적인 현상인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근처에서는 동 떨어진 대책만 논의하다가 '눈 가리고 아웅'으로 일관한다. 심지어 '외교'에 이르기까지 심각할 수준에 다다랐다.

 

민심을 달랠 길을 찾고 있다면 고민과 행동을 동시에 진지하게 판단해보길 바란다. 시대가 달라졌다. '눈 가리고 아웅'하다가 걸리면 1대 맞을 일을 10대 맞을 일로 확대시킬 뿐, 득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걸 잘 모르는 것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임기초 레임덕, #한반도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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