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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에서 저녁바다가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는 이들과 정겹게 한가로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누군가 다급하게 외치는 동시에 뭔가 심상치 않은 진동과 함께 들리는 폭발 음에 귀를 기울이며 “지진이 아닐까?”하는 우려의 소리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일제히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우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바라본 해운대 동백섬 불꽃놀이
▲ 해운대 동백섬 주변 바다위에 피어 오른 불꽃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바라본 해운대 동백섬 불꽃놀이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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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창밖으로 야경이 아름답게 보이는 해운대 백사장 끝 지점, 동백섬 근처 바다 위로 휘황찬란한 불꽃이 환하게 밤하늘을 수를 놓고 있는 게 아닌가? 넋이 나간 듯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번쩍하고 정신이 들면서 챙겨 온 카메라가 생각났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교육을 받은 뒤로 언제 어디서 기사거리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볼펜과 함께 카메라는 웬만하면 갖고 다닌다.

아직은 카메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아는 정도이고 촬영솜씨가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주변으로부터 받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에 더 없는 희열을 느끼며 연이어 셔트를 눌러댔다.

처음 한동안은 불이 켜진 호텔방 유리창에 비친 실내의 모습이 바다 위의 불꽃과 같이 찍힌다는 사실도 생각 못할 정도로 흥분을 하고 있었으니 촬영 실력이야 뻔할 뻔자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 덕에 사진의 절반은 전혀 도움이 안 되었지만, 아쉬운 대로 참고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해운대 바다위에 피어 오른 갖가지 형상의 불꽃
▲ 갖가지 형상의 불꽃 해운대 바다위에 피어 오른 갖가지 형상의 불꽃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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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바다위로 솟구친 불꽃이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는 모습
▲ 휘황찬란한 해운대 불꽃축제 해운대 바다위로 솟구친 불꽃이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는 모습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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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고 밝은 모습으로 퍼지는 불꽃
▲ 환하게 퍼지는 불꽃 환하고 밝은 모습으로 퍼지는 불꽃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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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위에서 쏘아 올린 불꽃이 커다란 원을 그리는 모습
▲ 커다란 원형의 불꽃 배위에서 쏘아 올린 불꽃이 커다란 원을 그리는 모습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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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바다 위로 솟아 올라 밤하늘을 밝히며 커다란 원을 그리는 각양 각색의불꽃을 보다가 문득 한국이 낳은 천재화가 ‘몽우’의 ‘동해’를 떠올렸다.

‘서정적인 피카소’로 평가를 받고 있는 천재 화가 ‘몽우’도 시인 백석의 ‘동해’를 읽은 지 3년이나 지난 다음에야 겨우 영감을 얻었고, 근 한 달 동안의 힘든 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이라 유난히 애착이 간다는 ‘동해’에는 해운대의 불꽃 같이 밝고 화려한 꽃이 뱃머리에 그려져 있다.

작가는 백석 시인이 ‘맥고모자와 삐루’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작품 속의 주인공이 가졌을 쓸쓸함과 외로움을 이 꽃으로 달래주고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서정적인 피카소' 몽우의 작품 '동해'를 연상하는 불꽃
▲ 천재화가 몽우작 '동해'의 불꽃 '서정적인 피카소' 몽우의 작품 '동해'를 연상하는 불꽃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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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서쪽으로 제각각의 방향으로 무리를 지어 바다 위로 날아 다니는 소규모 갈매기떼 형상을 한 불꽃들이 피어 오르더니, ‘몽우’가 그려낸 작품 속의 주인공을 위로하려는 듯 커다랗고 둥근 꽃의 모양으로 모여 들어 환호를 지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리저리 날아가는 갈매기떼가 모여 환호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불꽃
▲ 갈매기떼 형상의 불꽃 이리저리 날아가는 갈매기떼가 모여 환호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불꽃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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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맞은 불꽃축제를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잡았다고 좋아라 했다가, 유리 창문에 비쳐진 불켜진 방안의 모습이 함께 렌즈에 잡히는 바람에 멋진 모습의 불꽃을 망가뜨린 적지 않은 사진들로 실망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필름값이 아깝다’는 핀잔이야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메모리값이 아깝다’고 할까봐 조용히 혼자서 사진들을 살펴 보다가 의외로 색다르게 보이는 사진을 발견했다.

불꽃축제를 내다 보는 방안의 모습이 창문에 비치면서 불꽃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 발견된 것이다. 우연히 다가온 행운의 불꽃이 또 하나의 우연을 만들어낸 것을 보고 저으기 위안을 삼아 본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큰 행운을 잡은 듯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실내의 모습과 창밖의 불꽃이 우연히 어우러진 모습
▲ 창문에 비쳐진 불꽃 실내의 모습과 창밖의 불꽃이 우연히 어우러진 모습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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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운대 바닷가에서 불현듯 다가온 황홀한 불꽃축제는 그동안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5월 17일까지 개최된 제25차 세계주화책임자회의(MDC, Mint Directors Conference)의 폐회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48개국 350여 명이 참석한 본 행사기간 동안 함께 열린 ‘세계주화경연대회’에서는 세계 28개국 130여 개 대표 주화들이 경쟁을 벌였으며 한국의 ‘한글날 기념주화’가 ‘가장 기술적인 은화’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제25차 세계주화책임자대회의 '세계주화경연대회'에서 한글날 기념 주화가 '가장 기술적인 은화'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 대상을 받은 '한글날기념주화' 제25차 세계주화책임자대회의 '세계주화경연대회'에서 한글날 기념 주화가 '가장 기술적인 은화'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 이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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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운대불꽃축제, #제25차세계주화책임자회의, #우연한행운, #해운대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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