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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아카시 향기에 난 포로가 됐다.
▲ 아카시 꽃 그윽한 아카시 향기에 난 포로가 됐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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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냄새 좋드랑께."

아카시 향이 과수원 길을 완전히 에워쌌다. 성불계곡의 지류인 전남 광양 봉강의 신촌마을. 계곡 기슭에 비스듬히 누운 아카시 나무에서 풍겨오는 그윽한 아카시 향기에 난 포로가 됐다.

배 밭에서 열매 솎기를 하던 아주머니는 아카시 꽃송이를 따다 튀김을 해 먹으면 정말 맛있다며 옛날을 회상한다.

"찹쌀풀 홀랑하니 끓여갖고 아카시 송이를 징겅징겅 적셔 부각하디끼 기름에 튀기지."
"오늘은 배 하나라도 더 솎아야지 바빠서 못해."

아카시 꽃잎을 따서 깨물어봤다. 순수하고 청아하기만 한 하얀 꽃잎은 그 생김새와는 달리 비릿함이 묻어난다.

주렁주렁 매달린 꽃송이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윽하고 진한 꽃향기에 혼절할 듯하다. 봄에 피어나는 꽃 중에서 향기가 으뜸이리라. 꿀벌들은 신이 났다. 한바탕 잔치가 열린 듯 윙윙대는 합창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온다.

배 열매솎기 하다 아카시 꽃향기에 한눈파는 아낙

배 과수원
▲ 과수원 배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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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봉강면 신룡리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귀남씨
▲ 배 전남 광양 봉강면 신룡리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귀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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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열매는 배꼽이 푹 들어간 것이 나중에 좋은 열매가 맺힌다.
▲ 배 열매 배 열매는 배꼽이 푹 들어간 것이 나중에 좋은 열매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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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 꽃향기에 잠시 한눈을 팔던 아낙도 이내 배 열매를 솎아내고 있다. 송이송이 배 열매가 많이도 맺혔다. 꽃이 가장 먼저 피어 맺힌 열매가 1번이다. 배꼽이 푹 들어간 것이 나중에 좋은 열매를 맺는다. 배의 배꼽이 튀어나온 것은 상품성이 없다.

"이렇게 많이 열려서 다 따내야지. 2번, 3번을 놔두고 1번과 나머지는 아까워도 다 따 부러, 시방은 아깝지만 다 따내야 돼. 꽃이 가장 먼저 핀 것이 1번이여."

배는 한 뼘 당 열매 1개씩만을 키운다. 많이 놔두면 포장이 어렵고 상품성이 떨어진다. 배의 병충해(흑성병, 적성병)에 대비하여 여유 있게 열매를 둔다.

꽃피기 전(3월)에 가지치기를 하고, 4월에 꽃이 피고 나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서부터 배 농사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5월 한 달 동안 배 솎기 작업을 하고 6월 중순경부터 7월 초순까지 봉지 씌우기를 한다. 추석 무렵에 수확을 한다.

전남 광양 봉강면 신룡리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귀남(62)씨는 배 농사는 어찌나 일이 많은지 놀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아카시 꽃 따먹고 놀던 아련한 추억의 어린 시절

계곡 기슭에 비스듬히 누운 아카시 나무에서 풍겨오는 그윽한 아카시 향기
▲ 성불계곡 계곡 기슭에 비스듬히 누운 아카시 나무에서 풍겨오는 그윽한 아카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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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 꽃에는 옛 추억이 서려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되돌아오던 길에 아카시 꽃을 따먹었던 아련한 추억이.

아카시나무 잎을 보면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여 이길 때마다 아카시 이파리를 한 잎 한 잎 따내었던 보드라운 고사리 손도 보인다.

아카시 꽃이 활짝 피어날 때면 농촌의 들녘에는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농부는 논물가두기에 모내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아카시 하얀 꽃은 참으로 아름다운 향기를 지녔다. 활짝 피어난 아카시 꽃의 향기는 계절의 여왕 5월의 대표적인 향기다.

고향집의 담장에는 아카시 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아까시 꽃은 내게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고향집 어귀에 접어들면 아카시 꽃향기가 진동한다. 어릴 적에는 뒷산의 산밭에도 아카시 나무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어찌나 번식력이 강한지 밭에까지 뿌리를 뻗어 산밭을 망치곤 했었다.

집에서 키우던 토끼 먹이로 아카시 잎을 따곤 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까시 꽃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문득 고향집이 그리워진다. 아카시 꽃이 활짝 피어나면 동구밖 과수원 길이 생각난다.

활짝 피어난 아카시 꽃의 향기는 계절의 여왕 5월의 대표적인 향기다.
▲ 아카시 꽃 활짝 피어난 아카시 꽃의 향기는 계절의 여왕 5월의 대표적인 향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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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길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쌩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카시, #아카시꽃, #배 ,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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