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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쇠고기 수입 고시 논쟁으로 연일 뜨겁다. 벌써 10차례 가까이 촛불집회가 열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무겁다.

 

미 쇠고기 수입 문제는 그 유해성 여부 및 국내 축산업 붕괴 여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쇠고기 수입 고시의 절차상의 법리해석 문제가 왜곡되어 그것으로써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타당한 것이 아니다.

 

쇠고기 수입 고시의 법적 지위와 그 구속력 및 입법예고기간 등을 놓고 벌이는 논란이 정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되기에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법리해석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는 국민의 생명권 등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한 헌법소원 등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 행정법적 차원의 법리적 논의에만 한정한다.

 

적어도 이 글로써 법리해석상 명확한 입법예고 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보다 본질적인 유해성 문제에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쇠고기 수입 고시'는 '명령' 수준의 법규... 국내법이 의정서에 우선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약은 헌법상 당해 조약체결에 대한 국회의 비준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을 말하고, 그 명칭은 조약·협정·약정·의정서 기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널리 우리나라와 외국·국제기관 사이의 문서에 의한 합의를 말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쇠고기 수입 의정서'는 명칭이 의정서지만 내용상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고시'로써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하고 있으므로, 국회의 비준절차를 거치도록 하지 않는 한, 이를 국내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점 즉, 쇠고기수입의정서가 '법률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긍정하고 있다.

 

문제는 쇠고기 수입(의정서) 고시의 법적 성질 및 지위가 어떠한가 하는 점에 있다.

 

이 의정서는 적어도 주무부장관의 고시를 통해 국내법적 효력을 갖도록 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부령(시행규칙) 수준의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다만, 부시-이명박 대통령간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양국 장관간에 체결된 것인 점에서 그 법적 지위를 국내법적으로 대통령령(시행령) 수준의 법규명령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다만,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법규의 실질이 어떠하든 그 형식이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고시(告示)' 형식으로 발령되는 한, 또한 이 의정서에서 '고시' 형식으로 자국에서 발령하도록 되어 있는 한, 이는 국내법적으로는 '법규명령으로서의 고시'에 해당한다는 점은 뒤집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국제법적 의정서가 국내법적으로 진입된 이후에는 그 해당 규범 자체의 법리에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서 '명령'급 수준의 국제규범이 국내법적으로 '법률'에 우선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쇠고기수입고시, 국내법상의 적법요건과 효력요건을 준수해야

 

쇠고기수입의정서가 국내법적으로 적법하게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내법적 발효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소관사항원칙, 상위법우선원칙, 신법우선원칙, 특별법우선원칙 등에도 부합하여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국내 관련 상위법률에 저촉되는 사항이 없는지 밝혀야 할 뿐 아니라, 혹시 동급 수준의 기존의 국내 명령과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면 이때에는 신법우선원칙 및 특별법우선원칙에 따라 의정서고시 내용이 우선할 것이나, 이 경우에도 대통령령(시행령) 수준의 고시인지 아니면 부령(시행규칙) 수준의 고시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의정서가 구체적인 법적 지위가 어떠한지에 대한 논의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우리 대법원도 '법규명령인 고시'에 대하여 많은 판례를 내놓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고시가 법규성을 갖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법령보충적인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고, 그 역시 상위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법상 명령 수준의 의정서도 예외는 아니다.

 

쇠고기수입의정서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고시'에 의해 발효되도록 하고 있는 바, 그 입법예고기간을 20일과 60일 중 어느 것으로 함이 적법한가에 대하여 말이 많다. 이를 살펴보자.

 

입법예고기간이 20일인가 60일인가?

 

먼저 통상 국내법적으로 고시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공문서의 발효는 "다른 법령 및 공공문서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고시 또는 공고가 있은 후 5일이 경과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사무관리규정'(대통령령) 제8조 제2항)는 규정에 따라 이를 토대로 정한 것이므로, 정부측은 위 의정서 고시 발효일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국민 개개인과 관련된 행정처분의 경우에 도달주의를 채택하지만, 다수 또는 불특정다수의 경우에 개개인에게 발송할 수 없으므로 고시나 공고 등의 형식으로 발령하되 그 효력발생일을 5일후부터로 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행정처분을 염두에 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법규성을 갖는 고시'인 경우에는 상위법률인 '행정절차법' 제43조(입법예고기간은 예고할 때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으로 한다)에 따라 20일 이상으로 예고기간을 정해야 함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야 함이 당연하다.

 

경제통상 관련 입법예고는 60일 이상 하도록 돼 있는 행정안전부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은 비록 행정지침으로서 행정규칙이기는 하나, 행정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으로서 대외적 구속력만 없을 뿐 행정내부적 구속력은 갖는 것으로 봄이 당연하다.

 

또한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정하는 주무기관이라 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의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은 행정부 전반에 걸쳐 달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원칙적 규정으로 기능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운영지침은 행정부 내부에서는 구속력을 갖는 일반적 지침(행정규칙)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쇠고기수입고시의 입법예고기간을 행정안전부 운영지침에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농림부가 별도로 추진하여 특기한 독립된 쇠고기수입고시 소정의 예고기간에 따라야 하는가?

 

이 문제는 쇠고기수입고시가 대통령령·부령인 법규명령이라면 이는 행정규칙인 위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에 우선하는 것이므로 그 고시에 따르면 되는 것이고, 다만 국내법률인 행정절차법 제43조의 규정의 후위에 서는 것이라는 점은 비교적 명백하다.

 

그렇다면 아쉽지만, 법리적으로는 쇠고기수입고시 소정의 입법예고기간은 위 운영지침에 구속된다고는 보기 어렵고, 다만 행정절차법 제43조 소정의 규정 및 그 입법취지에 반하는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으로 그 입법예고절차규정 입법의 위법 여부 문제는 법논리적으로는 종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법예고기간에 담긴 진정한 뜻... "예고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법논리적 해석만이 능사는 아닌 본 사안에 있어서, 일반적 국민 정서에 반하여 너무 단기간으로 축소시킨 것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행정절차법 제43조가 "20일 이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를 20일에 꼭 맞추어 "5월 15일"을 고시일로 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바로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조급증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장관도 그 아래의 참모들도 모두가 모르모트인양 지시에 따라 조종되고, 매사에 성과제일주의적 조급증에 빠져 이렇게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입법예고기간이 짧든 길든 즉, '20일 이상'이든 '60일'이든 행정절차법령에서 요구하는 입법예고의 목적 내지 취지에 부합하는 절차를 준수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행정절차법 제43조의 입법예고기간은 그냥 형식적으로 예고기간 동안 예고만 하면 적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예고기간 동안 의견제출이나 공청회 등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라는 의미이다. 즉,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규범(고시)의 민주적 정당성과 실체적 적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절차법 제44조는 "누구든지 예고된 입법안에 대하여 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행정청은 의견접수기관·의견제출기간 기타 필요한 사항을 당해 입법안을 예고할 때 함께 공고하여야 한다. 행정청은 입법안에 대한 의견이 제출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 처리하여야 한다. 행정청은 의견을 제출한 자에게 그 제출된 의견의 처리결과를 통지하여야 한다. 제출된 의견의 처리방법 및 결과통지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45조는 "행정청은 입법안에 관하여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다. 공청회에 관하여는 제38조(공청회의 개최), 제39조(공청회의 진행) 및 제39조의2(공청회결과의 반영)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관련 법령의 규정을 볼 때, 입법예고기간의 장단 여부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입법예고기간 내에 충분히 의견제출을 할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및 이를 제출할 만한 자료제공을 충분히 하였는지 여부, 그리고 공청회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한 것이 공청회 개최권한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문제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쇠고기수입고시 진행과정, 고시제정 권한 대표적 남용 사례 해당

 

만약 위와 같은 절차 과정상의 의견제출기회 봉쇄, 자료제공부실, 공청회 비개최 등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하지 아니한 행위는 곧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여 위법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번 쇠고기수입 고시의 경과 과정을 볼 때, 이러한 절차상의 하자로 인한 위법의 문제가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그것이 국제통상법상의 의정서로서 '명령' 수준의 법규명령이라 하더라도 이는 국내법적인 적법 및 효력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 바, 적어도 절차상의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서 위법이라는 결론에 귀착된다. 국제법상의 의정서라 하더라도 그 고시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소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때에는 적법성 담보를 위한 하자의 치유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래야만 적법한 고시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쇠고기수입고시가 법규명령으로서의 행정입법인 한, 그것은 우리 헌법 및 식품 등 관계 법률상의 입법내용에 부합하여야 한다. 즉, 헌법 및 다수의 관련 법률상의 식품위생, 검역 등 입법 및 그 제정취지에 부합하는 고시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헌법 및 법률상의 이념과 개별법률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의 고시라면, 그것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그 고시제정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차제에 헌법을 비롯한 각종 관련 법률상의 위임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신중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신봉기 기자는 경북대 법과대학 교수입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쇠고기수입고시, #행정절차법, #광우병, #쇠고기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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