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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하면 떠오르는 것이 통기타와 장발이다. 70, 80년대 억압적인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혹은 멋으로도 가지고 다녔던 통기타였지만 지금은 교습소조차 찾기 힘들다. 과거의 전유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포크'가 어쿠스틱만의 매력으로 무장해 부활을 꾀하고 있다.

 

오는 15일 저녁 8시 KT&G 상상마당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이름으로 콘서트를 갖는다. 한대수, 김민기와 함께 포크 1세대인 양병집을 비롯해 2, 3세대인 연영석, 네오포크로 새로운 포크를 시도하고 있는 젊은 밴드 '위기의 삼춘들' 등이 앞으로 1여년 동안 이어질 이 공연의 첫 포문을 연다. 지난 6일 홍대 인근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던 이들을 방문했다.

 

리허설 현장에는 양병집, 연영석, 위기의 삼춘들(김영수, 김수욱)등 뮤지션들을 비롯해 공연을 기획한 LP STORY의 박성진, 이금구 등이 있었다.

 

- 문화기획집단 LP STORY라고 하는데 어떤 곳인가? 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LP STORY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기획을 극찬했다고 하던데.

박성진 "LP STORY는 영화, 음악, 문화기획 등 분야의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만든 문화 기획 집단이다. 사실 이번 공연은 고 김광석 10주년을 맞아 모였던 자리에서 '포크'로 무엇인가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크'였는데 너무나도 쉽게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로 인한 세대 단절도 심각한 문제다 싶었다. '바람이 불어 오는 곳'은 고 김광석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데, 고 김광석 이후 단절된 포크의 맥을 잇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이금구 "지금은 통기타를 들고 노래만을 부른다고 해서 '포크'로 분류되던 시기는 지났다. 장르와 장르가 섞이고 있는데도 텔레비전에서 보여는 포크는 7080포크 밖에 없다. 이 자리를 통해 새로운 포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선후배를 한자리에 모아 포크에 새로운 음악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문화적인 에너지가 쌓이다 보면 장기적으로 포크의 저변이 확대 될 거란 기대도 있다."

 

- '포크'를 잘 모르는 세대들을 위해서 자기 소개도 부탁한다.

양병집 "1970년대부터 통기타를 들고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 김민기나 한대수가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면 나는 직설적인 어조로 노래를 불러왔다. 통기타 하나로 여지까지 노래를 불러왔다. 2005년에 7집을 내고 현재는 '포크' 음반을 프로듀싱 중이다."

 

연영석 "홍익대에서 조각을 전공하다가 30이 넘어 음악에 입문했다. 1998년에 <돼지 다이어트>를 발매한 이후에 계속해서 메시지가 강한 노래를 불러왔다."

 

위기의 삼춘들 "지난해 프린지 페스티벌에 나가기 위해 4명의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일단은 '재미있고 즐겁게'를 모토로 유쾌한 노래를 불렀다. 첫 공연의 호응이 좋아 각자의 음악은 계속 진행하는 한편으로 위기의 삼춘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치고 '포크'의 흔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포크'는 존재한다. 당신들에게 포크는 무엇인가?

양병집 "포크를 쉽게 이야기하자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노래한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시대가 그랬다. 메시지가 필요했고 그런 사회적 분위와 요구가 있었다. 그 시대에 포크는 청바지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어 갈수록 포크가 구세대들만의 점유물이 된 것 같다. '포크'가 가지고 있는 동시대성이 많이 죽었다. 그래도 아직 '포크'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연영석 "음악을 꼭 어떤 장르로 '무엇'으로 정의내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병집 선배님처럼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도 있고, 내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일 수도 있다. 어쿠스틱이 가진 사운드를 최대한 정제해 가며 언어의 힘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게 포크다. 단지 통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는 형식으로서 포크를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음악을 통해 언어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면이 포크다."

 

위기의 삼춘들 "우리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포크'를 선택했다. 지난해 영화 <원스(Once)>가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었다. 그 중심에 '포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포크는 개인적인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가장 강력한 장르이다. 포크가 가진 형식미는 진부하다고 해도 그 안에 내재 된 의미들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같은 장르를 통해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어떤 느낌을 주는가?

양병집 "처음 이 무대를 권유 받았을 때 고민했었다. 하지만 후배들과 한 자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 결정했다. 또 우리 나라의 세대병리 현상은 세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먼저 있던 세대로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 '포크' 음악을 하는 후배들이 많이 어렵다. 더욱더 악랄하게 변해가는 음악구조이지만 그 안에서 다음세대가 음악을 하는데 절망적인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연영석 "원래 이런 자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병집 선배님과 한 자리에 선다는 말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달려왔다. 그리고 양병집 선배님의 모습이 나의 미래일 수도 있다. 라이브 클럽 카페 빵에서 공연을 하는데 늘상 밑이 비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카페 빵의 뮤지션들은 대게 20~30대로 젊은 축이지만 과거 우리 선배들의 역사와 단절 된 느낌이 있었다. 선배 역시 후배들의 음악을 잘 모른다. 과거와 현재 딱 중간에 서 있는 내가 가교 역할을 해야겠다 싶은 의무감도 있었다. 이렇게 세대가 소통하는 자리를 계속 쌓아가다 보면 한국의 대중문화도 쌓이는 것이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 '포크'의 부흥을 위한 시작에서 맨 처음이다. 첫 공연은 어떻게 구성 되나?

박성진 "첫 번째로 연영석씨 무대가 있다. '밥'을 비롯해 자주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들을 부를 계획이고 양병집씨의 노래 한곡을 새롭게 편곡해서 부를 예정이다. 이후 양병집 씨와 블루그래스 밴드가 함께 무대를 갖고 위기의 삼춘들의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노래가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양병집씨의 곡을 다함께 연주하고 노래부르는 것으로 공연은 끝난다."

 

양병집씨, 연영석씨 그리고 위기의 삼춘들 각기 단독 공연이 있을 것이며 이후 마지막 무대는 양병집의 노래인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와 '서울 하늘'을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다 함께 부를 예정이다.

 

양병집 "지금 사람들은 '포크7080'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노래가 포크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매체에 의해 만들어낸 양식이다. 나는 이번 무대에서 만돌린과 벤죠를 사용해 블루그래스 포크 양식으로 구성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신곡인 '일도 없도 돈도 없고'를 부를 생각이다. 미국의 프로테스트포크 음악가 피트 시거가 불렀던 미국 민요 'will the circle be unbroken'을 개사한 이 노래는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작금의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 선후배가 함께 모여 '포크'로서 소통하고자 하는 무대가 의미있지만 한편으로 흥행이 우려된다.

양병집 "공연장이 150석이다. 비어 있는 객석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를 생각을 하면 흥이 안나는 것도 사실이다. 150석의 공연장을 채울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현재 '포크'의 위치를 말해준다. 첫 번째 공연이라 더더욱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일단 오는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공연을 보여줄 자신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포크, #양병집, #연영석, #위기의 삼춘들,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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