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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셋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도대체 무슨 말인가?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 특집 기사에 나온 말이다. 기사의 원문은 이렇다.

 

그러나 여전히 '과외선생을 계속해야 하나 독일로 유학이라도 갈까…' 하고 긴가민가하던 그에게 비운(悲運)이 연달아 일어났다. 91년 9월 15일 일요일, 네 살 아들과 생후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대방동 교회에 다녀오던 아내 셋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조선일보, 2008년 4월 26일, B1면>

 

앞뒤 문장이 있고 문맥이 있기 때문에 ‘아내 셋’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정상적인 문장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인터뷰 특집 기사임을 감안할 때 원고 작성과 원고 퇴고에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장을 실은 것은 아쉽다고 하겠다. 인터뷰 당사자에게 아픈 기억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더욱 신중하게 문장을 다듬었어야 하지 않을까?

 

문장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이 정도의 문장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네 살 아들과 생후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교회에서 돌아오던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교회에 다녀오던 아내가 네 살 아들과 생후 6개월 된 딸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왜 이상한 문장이 되었을까?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보면서 글쓰기에서 흔히 하는 실수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서술어인 ‘당하다’의 주어로 ‘셋’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우리말 문장은 대부분 사람을 주어로 한다. 그래서 고친 문장에서는 주어를 ‘아내’로 하였다.

둘째, 문장의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고, 계단식으로 수식하는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한 문장 안에 들어 있는 수식 구조를 보면, ‘딸’을 ‘생후 6개월 된’이 수식하고, ‘아내’를 ‘교회에 다녀오던’이 수식하고, ‘~ 아내’ 전체가 다시 ‘셋’을 수식하고 있다. 문장 구조가 너무 복잡한 것이다.

셋째, 문장의 주어인 '셋'을 수식하는 수식어가 너무나 길어서 가분수의 문장이 되었다. 특히 주어를 수식하는 말이 너무 길면, 이상한 문장이 되기 쉽다.

넷째, 한 문장 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 많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한 문장에서는 하나의 사실을 다루는 것이다. 문장에 들어 있는 정보를 나눠보면 이렇다.

(1) 아들과 딸과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2) 아들은 네 살이고, 딸은 생후 6개월이었다.

(3) 그들은 교회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4) 사고가 난 때는 91년 9월 15일 일요일이다.

 

기사의 원문에서 날짜를 맨앞에 두고 아들과 딸을 앞쪽에 둔 것을 보면, 두 가지 사실을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사의 전체 문맥을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두 사실이 강조되도록 하되 두 문장으로 나눠볼 수도 있겠다.

 

91년 9월 15일 일요일, 네 살 아들과 생후 6개월 된 딸과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방동 교회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글을 쓸 때 되도록 단문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실수를 덜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태훈 기자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소속입니다.

이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문, #문장, #조선일보, #겨레말, #남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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