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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두꺼비를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물론 저도 두꺼비를 서울에서 본 경험은 없습니다. 단지 두꺼비 올챙이만 이 봄에 처음 보았습니다. 그것도 서울 도심인 강남구에서 말입니다. 수천 마리의 올챙이들이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랬으니 그 기쁨이 어떠했겠습니까? 이산가족 상면, 그 이상이었습니다. 기자가 특종한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이었습니다. 지난 4월 12일 강남구 도곡동 양재천을 우연한 기회에 산책했습니다. 타워 팰리스에서 직선으로 300m 정도 거리에 300평 규모의 논이 두개 있습니다. 그 중 물이 고인 한쪽 논이 두꺼비 올챙이가 사는 마을입니다.

 

10년 전 일입니다. KBS <세상체험 아빠와 함께>란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 방송 제작에 참여했다가 두꺼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큼직한 행운이었지요. 경기도 의왕시 백운저수지 근처에서였습니다. 계단식 논이 여러 개 있었는데, 두꺼비 올챙이가 논 가득했습니다.

 

두꺼비 올챙이는 새까맣게 생겼습니다. 일반 개구리 올챙이는 흙색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긴 대롱 형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일반 개구리와는 차이점이 있지요. 하지만 어미 두꺼비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당시도 어미 두꺼비를 찾기 위해서 그 넓은 논을 뒤졌습니다. 결국은 포기 상태까지 갔다가 갈잎 밑에 숨어 숨쉬는 움직임을 발견하고 겨우 한 놈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한 뼘의 논이 대단히 소중한 것 같습니다. 그 가치를 따질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서울 도시민에게 정말 큰 축복입니다. 누구의 발상일까요? 어떻게 양재천변에 논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꼭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청계천 복원 발상 이상입니다.

 

처음엔 도심 주민에게 휴식공간을 주고 양재천 공원화 차원에서 논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한걸음 나아가 도심 어린이들의 교육 차원의 목표도 있었을 겁니다. 물을 대고 논을 갈고 모를 심고 다 익은 벼를 베는 체험교육입니다. '쌀나무'라고 알고 있던 어린이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훌륭한 교육이지요. 그러나 그 가치는 두꺼비의 천국이 된 생태계복원 차원에서 찾아야 할 듯싶습니다.

 

한 뼘의 논이 없었다면? 저는 늘 의왕시에서 보았던 두꺼비올챙이들을 생각하곤 합니다. 어떻게 되었을까? 10년 전, 논 가득한 수 천 마리 올챙이들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농부가 봄에 논을 갈고 뒤엎다가 흙에 깔리고 농부에 발에 밟혀 2/3가 죽고, 나머지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견디지 못하고 전멸 상태까지 갔을 확률이 크다. 겨우 몇 마리가 산으로 피신했다가 또 그 다음해에 살아서 논으로 돌아와 종 번식을 되풀이 하다.

 

강남구 올챙이도 비슷한 처지겠지요. 힘들었을 겁니다. 한 뼘의 논이 없었다면? 부화 장소는 양재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두꺼비들의 삶도 힘들 수밖에 없는 거지요. 물고기들에게 잡아먹히고 물에 쓸려 내려가 죽고 오염된 환경에서 생존되기란 그리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인간이 '두꺼비농사'를 지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인기 드라마가 지난해 화제였지요. 그 강남엄마들이 사는 동네에 두꺼비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전혀 믿기지 않는 신선한 사실입니다. 당장 양재천을 따라 확인하십시오. 두꺼비농장을 목표로 하고 말입니다.

 

'강부자'(?) 동네답습니다. 산책로며 꽃길조성도 그만입니다. 또한 지금은 양재천을 산란장소로 택한 수 백 마리의 잉어떼의 펄떡거림도 장관입니다. 저는 이제 두 번째인데, 세 번 네 번 가 볼 계획입니다. 반드시 이번엔 꼭 올챙이가 두꺼비로 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강남 봄바람은 여유롭습니다.

 


태그:#두꺼비, #서울에 사는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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