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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성 발명가 15인의 인생과 발명 이야기'란 부제의 <환희>는 '책 제목이 좀 어울리지 않는 것 아냐?' 라는 반문을 하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여성 발명가 15인의 발명과 인생 이야기'를 만나는 동안 책의 제목이 썩 잘 어울린다는 공감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환희'를 느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을까? '발명은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것', '발명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대단한 것' 등처럼 발명을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만 생각하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발명에 대한 이런 생각들이 썩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애아들에 대한 봉사로부터 시작된 김옥순씨의 메밀싹, '눈물은 참아도 꿈을 버릴 수는 없다'는 에어비타의 이길순씨, '열배 힘든 만큼 열배 행복하다'는 에스엔디트리캡의 황지경씨…. 책 속 주인공들은 "아 그 제품을 만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유명한 발명가들이지만 지난 날, 나처럼 과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평범한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한사람, 한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만큼 여성발명가 15인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 덕분에 찾게 된 '한국여성발명협회'(한국지식재산센터 17층). '발명'이라는 단어만으로 '괴팍하고 특별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란 생각을 하면서 찾아가본 곳이다.

 

사무실 한쪽에 진열된 여성 발명가들의 발명품들 사이에서 뚜껑 달린 신발 한 켤레를 보았다. 이 신발은 뚜껑이 왜 열리는 것일까?

 

보통 신발은 모래와 돌멩이들이 쉽게 들어가 걸을 때 불편하다. 탈탈 털어 신발 속 이물질들을 없애보려 하지만 땀이 묻은 것들은 쉽게 털어지지 않아 몇 걸음 떼놓기 무섭게 신발을 벗어 다시 털어야만 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모래가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 신발 사정은 오죽할까? 뚜껑이 열리는 이 신발은 누구나 겪었을 불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한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뚜껑을 열면 이물질 제거도 확실하고, 빨 때 끝도 없이 나오는 모래와 비눗물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쉽고 뽀득뽀득하게 제거할 수도 있다. "내수는 별로지만 수출은 무척 많다"는 한국여성발명협회 관계자의 귀띔이다.

 

<환희>의 주인공 15명도 뚜껑 열리는 신발을 발명한 엄마처럼 생활 속의 불편을 '남들도 모두 참으니 나도 참자'와 같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불편을 어떻게 해결해보자'와 같은 생각의 전환으로 발명가가 된 여성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고만 생각하기 쉬운 발명을 훨씬 가깝고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내가 여성발명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었다니! 과거, 발명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였다. 나는 발명이라고 하면 무지무지 똑똑한 사람, 이공 계통의 과학자나 박사, 아니면 약간 괴팍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발명가가 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발명이 쉽다고 하면서 발명 홍보를 하고 다니고 있다. (중략). 요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바로 그런 것이 발명이다. 불편한 것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 에디슨의 발명도 그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책 속 '발명은 행복이다' 중에서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을 발명가로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을 발명가로 만들고 싶다!"는 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은 이렇게 적고 있다. <환희>의 첫번째 주인공인 한 회장은 발명에 대한 자신의 소회와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발명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과학적이고 어려운 것' 등과 같은 막연한 선입견을 버리고 '생활 속에서 우연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발전시켜 발명으로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한 회장은 2004년에 취임한 이후 생활 속 쉬운 발명, 발명의 생활화 등에 주력했다. 그 결과 매년 여성 발명가들의 특허 출원 건수가 20%씩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2008년 5월 8일부터 5월 10일까지 세계 발명 사상 첫 행사인 '2008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를 개최할 만큼 세계 속에 한국 여성들의 잠재력을 드높이고 있는 주인공이다.

 

"발명은 학력과 나이와 전혀 상관이 없다. 회원 중에는 할머니들도 많다.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발명이다. 남들이 불편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 불편을 해결해보고자 노력을 하는 것이 발명이다. 특히 여성의 섬세한 눈과 창의적인 시각은 발명에 훨씬 유리하다.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것도 여성이다. 그만큼 생활과 밀착된 발명품이 나올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한국여성발명협회에서는 우리 한국 여성들의 우수한 잠재력을 깨워 발명가로 발굴하고 육성, 발명품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산업체로 연결해주는 역할 등을 한다."

(좀더 자세한 것은 한국여성발명협회 홈페이지:http://www.inventor.or.kr/ 참고)

 

한 회장은  전 세계인들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삼각 팬티 발명 이야기를 해주었다.

 

삼각팬티는 일본의 한 할머니가 발명한 것이란다. 그 할머니는 한겨울에 바지 속에 속바지를 입은 손자가 배배꼬인 바지들 때문에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불편한 것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 할머니는 불편을 해결해 볼 양으로 속바지를 싹둑 잘라내고 급하게 꿰매 입혔는데 활동하기에 좋아 그 어린 손자가 무척 좋아했다. 그 후 할머니의 이런 시도는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시도를 거쳐 오늘날의 삼각팬티까지 되었다.

 

뚜껑이 열리는 신발도, 삼각팬티도 여성들이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모성애가 바탕이 되었다. 또한 둘 다 평범한 일상인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경희 스팀 청소기'나 음식물 처리기 '루펜'도 여성들의 발명품이다. 루펜은 2007년 여성 발명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세계 디자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레드 닷 어워드 상'까지 수상했단다.

 

"발명은 자칫 사장될 수도 있는 귀중한 아이디어를 경제발전에 적극 활용하는 일이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들의 편리로 잇는 일이어서 보람도 많다. 창업하지 않아도 산업체에 팔 수 있으니 가정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발명은 여성에게 아내나 엄마라는 역할만이 아닌, 한사람으로서의 존재감, 즉 자아실현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욕을 갖게도 한다. 여성의 진정한 자존심은 무엇인가? 어디에 있는가? 자아실현을 통한 자긍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발명은 자긍심을 가능하게 한다. 발명 하나가 여성에게 주는 이 귀중한 것들. 이 때문에 여성에게 발명은 행복이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희라고 생각한다."

 

1993년에 여성 발명가 몇 명이 '발명으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자'는 뜻을 모았다. 이들의 뜻이 모여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생겨났고 현재 4만 여 회원을 거느린 단체로 성장했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한국여성발명협회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발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발명한 적이 없어도 발명에 대해 관심만 있다면, 즉 언젠가는 발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우리 단체에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발명까지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해오고 있다. 생활하면서 불편한 순간 떠오르는 '어떤 아이디어'를 쉽게 흘려버리지 말고 메모하고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우수한 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발명품들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다. 우리들의 생활 자체가 발명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한순간도 뗄 수 없는 수많은 발명품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날마다 우리가 쓰는 물건들도 어떤 한사람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쉽게 흘려버리지 않고 생각을 거듭한 끝에 만든 것들이다.

 

<환희>를 읽는 동안 늦은 만남이 아쉬웠다. 지금 돌아보면 내게도 발명할 수 있는 기회가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는 수많은 물건들을 보며 '이렇게 고쳤으면' '왜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하지?'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또 손님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듣다가 아이디어가 번쩍 하고 떠오른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내게는 발명에 대한 거리감이 있었고 특허나 실용신안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왜 난 특허나 실용신안을 기업들과 관계있을 거라고만 생각해 왔을까? 책 속 어떤 주인공은 몇 년을 공들여 제품을 개발했지만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특허권을 빼앗겼다. 그는 이를 아쉬워하며 "한나절 차이로 남에게 빼앗긴…" 사례를 설명해 일반인들이 어렵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날 한국여성발명협회에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더. 우리나라의 국제특허 출원이 세계 4위란다. 세계 여성 발명을 주도하는 것이 한국의 여성들, 즉 한국 여성 발명가들로 구성된 '한국여성발명협회'라는 것. 한국여성발명협회는 이를 입증하듯 오는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2008년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키위(2008년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를 주목하자! 적극 만나자!

 

2008년 5월,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발명가들이 우리나라에서 한자리에 모인다. 특허청 주최, 한국여성발명협회 주관으로 5월 8일부터 5월 10일까지 3일간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리는 '2008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Korea International Women's Invention Exposition 2008)는 영문 약자를 따 키위(KIWIE)로도 불린다.

 

키위(KIWIE)는 세계 여성 발명가들을 위한 최초의 세계 여성발명대회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세계발명가협회(IFIA)의 후원으로 개최된다. 이번 대회에 한국여성발명협회가 거는 기대는 크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여성 발명인들의 교류를 확대해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대한민국을 세계 여성 발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한다.

 

키위(KIWIE)는 ▲세계여성발명대회 ▲대한민국여성발명품박람회▲세계여성발명포럼으로 나눠 진행하는데, 대회기간 중 '여성발명우수사례발표회', '가족발명이벤트 행사 등'도 진행하여 일반인들의 발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2001년에 처음 개최한 이후 해마다 개최되어 발명가 및 경제인들의 교류와 네트워크 구성에 큰 역할을 해오고 있는 '대한민국여성발명품박람회'는 그동안 여성 발명가들의 발명품이 경제인들에게 연결, 제품화 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해마다 발명가 및 경제인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많이 주목하는 대회이다. '세계여성발명포럼'에서는 '21세기 여성들의 산업헌장서' 선언을 통해 지식 기반 산업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에 여성들의 나아갈 길을 제시할 계획이다.

 

입장료는 무료. 일반인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시간을 내어 잠시 들러본다면 발명에 대한 거리감도 좁힐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연결하는 실질적인 도움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아이들의 과학적인 사고력이나 관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환희>-행복한 여성 발명가 15인의 인생과 발명 이야기/한국여성발명협회/휴먼북스. 2007년 7월/12500원


태그:#한국여성발명협회, #키위, #2008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 #대한민국여성발명품박람회,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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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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