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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직접 그린 예쁜 정물화가 표지로 되어 있는 <음악과 행복>(한정희, 도서출판 처용, 2000)이란 책은 시작부터 뭔가 다르다.

 

책과 음악과 차와 그림이 있는 조그만 카페의 문을 두드리는 느낌이다. 입구부터 차 향기가 그득하다. 그 문을 열고 책 첫 장에 들어서면 밑줄 그어놓고 두고두고 음미해도 좋을 ‘음악예찬’ 글이 우리를 반긴다.

 

 “성인의 도는 음악이 아니면 트이지 않고 제왕의 정치도 음악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 천지 만물의 감정도 음악이 아니면 조화되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약편에서).

 

저자가 제일 좋아하는 글귀 중 하나라는 위의 글귀는 저자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저자는 20세부터 초등학교 교사, 중고교 음악교사, 음악학원 운영, 대학교 음악 강사 등을 지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사교육과 공교육의 음악교육 교사를 두루 거친 셈이다. 예순 중반이 된 지금의 나이에도 음악을 가르치느라 하루가 바쁘다. 대학 강사, 초중고생과 성인 대상 음악교습, 동요집 해설서 정리 등의 일정을 진행하면 할수록 저자의 ‘음악사랑’은 더해만 간다고.

 

저자의 음악공부 내력 또한 유별나다. 20세부터 7년 동안 재직하던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음악대학교를 다니게 된 것은 순전히 음악이 좋아 더 배우고 싶었다는 것. 중고교 음악교사 11년 재직 동안 학교 방학을 이용해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이후 나이 마흔에 미국 ‘동미시간대학교’ 성악과에 유학하여 성악연주와 음악문헌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공부내력  만큼이나 빛나는 것은 그 모든 공부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었다는 것.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런 저자의 열정이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조금도 식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저자가 살아온 삶의 열정은 ‘포르테(‘세게’라는 뜻의 음악용어)’였을지라도 그가 지은 책은 ‘안단테(‘걷는 속도처럼 느리게’라는 뜻의 음악용어)’다. “현대 사회는 느림이라는 처방이 필요한 환자다”라고 말한 피에르 쌍소 교수(<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저자)의 글귀를 예로 들면서 ‘느림의 미학’이라는 하나의 마당을 할애할 정도다. ‘포르테’의 삶이 있었기에 ‘안단테’의 글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책 제목이 ‘음악과 행복’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게 된다.

 

이렇듯 저자의 자택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가득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음악과 행복’이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도라지꽃과 목련꽃을 그린 그림액자들 그리고 또 다른 벽면 한 쪽에 걸려있는 붓글씨 액자 등이 모두 저자의 작품이라니 ‘팔방미인’은 이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려주세요. 제 글에도 나와 있듯이 ‘음악이 흐르는 집’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클래식 음악’이 하루 종일 집안에 흐르게 하는 방법은 KBS 클래식(FM 93.1) 방송을 틀어놓으면 전문적인 음악적 소양이 없어도 얼마든지 클래식 음악을 하루 종일 집안에 흐르게 할 수 있죠. 그래서 자녀들에게 억지로 음악공부를 시키지 말 것을 권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음악을 평소 많이 듣게 해서 자연스레 음악을 좋아하게 만들면 자녀들이 스스로 음악공부를 하려고 할 테니까요.”

 

‘음악이 흐르는 집’을 누누이 강조하고, 45년 동안 유치부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온 것 등으로 봐서 그를 이 땅의 ‘음악전도사’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싶다. 또한 일흔이 넘어가더라도 변함없이 음악을 가르치겠다는 그의 야무진 각오는 이미 행복한 ‘황혼’을 예약한 셈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한정희 작가 http://blog.naver.com/river1050


태그:#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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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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