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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합참의장이 지난 달 26일, 인사청문회에서 한 ‘북한 핵시설 선제공격’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평화단체들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명백한 선제공격 주장이라며 김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북측도 29일 전화통지문을 통해 “공개적인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무분별한 도발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사과와 취소를 요구했다.
합참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핵 억제를 위한 ‘일반적 군사조치 개념’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국방부와 합참은 2일, ‘북측 전통문에 대한 답신 전통문’을 통해 김태영 의장의 발언을 북측이 “임의대로 해석”했다며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측의 “자의적 비방과 긴장조성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 회의록,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

상반되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제272회 임시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 제1호 김태영 합참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속기록 11쪽을 보면 알 수 있다.
김학송 의원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 가정을 해 보았을 때 우리의 대비책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김태영 의장은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강조 필자)”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사시에 핵을 사용한다는 징후가 있을 때는 정밀 타격하는 방안이 합참에서 준비가 되어야 될 것(강조 필자)”이라는 김 의원의 이어진 지적에 대해 김 의장은 “예”라고 분명히 동의했다.

김 의장 발언은 ‘선제공격’ 분명

발언의 내용과 전후 맥락을 볼 때, 김 의장의 발언은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
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핵)선제공격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미국의 2002년, 핵태세보고서(NPR)에 따르면 상대방으로부터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의 공격을 받을 위협이 있거나 그런 징후가 보이면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상대방의 (핵)공격 징후가 보이면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전략은 지구상에서 오직 미국만이 채택하고 있는데 김 의장이 바로 이런 미국의 전략에 동의한 것이다. 사실 우리 군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미국의 군사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 김 의장이 청문회에서 동의한 ‘핵 억지 정책에 대한 국제공조’도 그 대상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미국이다.
이어진 답변에서 김 의장은 ‘미사일에 대한 방어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는 미사일방어(MD) 구상 중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선제 타격하여 상대의 미사일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는 ‘적극적 방어개념’과 맞닿는다. 이 또한 대북 선제타격 논리다.
한편,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협이나 징후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판단한다는 것일까? 공격 징후를 판단하는 것은 판단하는 자의 정보와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 대량 살상무기의 위협 때문에 (미국이) 선제공격했던 이라크에서 그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던 선례를 보라. 

군은 물론 일부 언론까지 진실 왜곡

이상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김 의장의 발언은 결국 북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을 뜻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도 발언의 파장을 줄이려는 듯 국방부와 합참은 진실을 덮으려 하고 있다. 일부 언론까지도 김 의장이 ‘핵 보유 상황’을 가정하여 발언한 것을 ‘핵 공격 상황’으로 왜곡하여 파장을 줄이려 하는가 하면, 선제공격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이라는 문구를 뺀 채 보도하고 있다. 진보 언론이라는 한겨레조차 지난 1일자 사설을 통해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이 “전쟁 때의 ‘일반적 군사조처’를 언급한 것이지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선제타격을 말한 건 아니”라고 단정했다.
이와 같은 국방부와 합참, 일부 언론의 왜곡으로 김 의장이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했다는 평화단체와 북한의 비판은 진실에 입각하지 않은 과장되고 비합리적 발언으로 치부되고 김 의장의 발언은 그저 신중하지 못한 발언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김 의장의 선제공격 주장은 위헌·불법

그러나 김 의장의 선제공격 발언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제5조와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armed attack occurs)에만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유엔헌장 제51조를 위반한 것으로서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군령권을 쥔 합참의장이 이렇듯 위헌적이고 호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아무리 한미동맹에 목을 매고 북을 가르치려하는 정권이라도 김의장과 같은 호전론자가 합참의장으로 적합한지 묻고 싶다.
북이 사과와 취소를 요구한 것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북이 임의대로 해석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의 “자의적 비방과 긴장조성 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자해지!

진실을 외면하고 선제공격 발언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6자회담이 진전되면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텐데 남북이 이렇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은 민족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일부 언론은 진실을 덮으려 하지 말고 문제의 성격에 맞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결자해지. 지금 국방부와 합참이 해야 할 일이다.


태그:#김태영, #합참, #선제공격, #위헌,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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