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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갑] '마포MB vs 마포토박이 '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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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이명박 효과'가 빠지고 있는 수도권에선 '현역 프리미엄'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당 지지율이 18% 안팎에 불과한 민주당 후보들이 당 지지율 50%에 육박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데, 추미애 전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현역의원 지역구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들은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이 많다.

대표적인 지역구가 서울 마포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승규 한나라당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현역 의원인 '토박이' 노웅래 통합민주당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선 직후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 수도권에 출마하면 당선은 따놓은 것이라 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책 혼선과 내각 인사파동, 당내 권력투쟁 등으로 민심이 급변했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찍은 사람 3명 중 1명 꼴로 지지를 철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노웅래·강승규 후보는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방송기자(문화방송) 대 신문기자(경향신문)'의 대결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MB맨'의 고전... "MB보다 더 지독한 마포MB"

18대 총선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강승규 후보.
 18대 총선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강승규 후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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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강승규 후보의 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입구 왼쪽 벽에는 강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이 나란히 찍은 사진 10여장이 과시라도 하듯 즐비하게 붙어있었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른바 'MB 마케팅'이다. 강 후보가 굳이 이 대통령의 영문이니셜을 따 스스로를 '마포MB'라고 이름붙인 이유다.

그러나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후원회 관계자의 말은 다소 의외였다. "'마포MB'를 선거운동 전면에 내세워서 부각을 시켜야 할 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지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가파른 새 정부의 지지율 하락세가 원인이다. 'MB맨'이라는 게 선거 구도에서 더 이상 절대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없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실제 지난 24일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의하면 강 후보(31.5)는 노웅래 후보(39.0%)에게 7.5%p 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4.2~4.3%p. 평균응답률 22.7%) 지난 15일 <조선일보-sbs> 여론조사(강승규 31.9%, 노웅래 37.6%.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보다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에 대해 강승규 후보는 "마포에서 30년 넘게 정치한 정치 가문, 4년 동안 현역 의원을 지낸 상대 후보와 인지도나 지지도를 절대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한나라당 후보로 강승규가 공천을 받았다는 사실을 많은 유권자들에게 알리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게 강 후보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MB 마케팅'의 효과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이 대통령이 'CEO 리더십'을 내세운 것도 있지만,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후보가 마포의 '낙후성'을 강조하는 것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아현뉴타운'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강 후보는 "지금 국민들이 공천 과정이나 조각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아주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인기도에 따라서 누구를 좋아한다고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저는 일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국회의원이 되고자 일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천상 'MB맨'이다. 서울시장 때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지난 6년간 이명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의 후원회장인 이상벽 아나운서는 "MB보다 더 지독한 마포MB"라며 "목적을 세우면 끝을 봐야하는 독한 사람 강승규, 그를 보면 MB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표현했다.

18대 총선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강승규 후보. 강승규 한나라당 서울 마포갑 후보가 염리시장에서 지역 유권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18대 총선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강승규 후보. 강승규 한나라당 서울 마포갑 후보가 염리시장에서 지역 유권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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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돌이'의 이유있는 선전... "낙하산이 어딜?"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노웅래 후보.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노웅래 후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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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부자 30년 아성을 깨겠다. 마포의 밀린 숙제를 풀겠다."

노웅래 후보를 겨냥한 강승규 후보측 캐치프레이즈다. 노 후보는 8·9·10·12·13대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뒤 마포구청장을 역임한 노승환 전 국회 부의장의 아들이다. 수십 년째 마포지역에 살아온 말그대로 '마포토박이'인 셈이다.

그러나 강 후보측 말대로 '30년 아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노승환 전 부의장 이후 박명환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전 의원이 내리 3선(14, 15, 16대)을 지낼 만큼, 마포는 보수적인 지역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노웅래 후보는 이른바 '탄핵 역풍'에 힘입어 국회에 입성했다.

노 후보는 "4년 전에는 '탄돌이'라고도 해서, 탄핵이라는 정치적 상황의 도움을 받았고, 처음 나온 신인이어서 신선하다는 점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지난 4년의 활동을 평가받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빠꼼이'답게 지난 4년동안 매일 2시간씩 지역구를 돌며 '친근한 이웃'의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고 있다. 마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는 강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이명박 사단'을 맞아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노 후보는 특히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지역에 와서 일을 하겠다는 것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겠느냐"며 "마포 발전을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마포에 와서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또 "마포의 현안인 교육 문제 등 90% 이상의 공약을 실천했다"며 "밀린 숙제는 이미 다 풀었다"고 반박했다.

새 정부의 잇따른 실책으로 인해 '안정론'보다는 '견제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도 노 후보에게는 분명 호재다. 23일 용산과 마포의 접경에 있는 '용산성당'에서 만난 서보익(35·변호사)씨는 "정책이 좋다고 해도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라며 "여당의 독주를 막을 필요가 있"고 '견제론'을 폈다. 노웅래 후보는 "과거 한나라당과 같이 발목잡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있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야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헌저지선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노 후보는 기자출신 답게 늘 취재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그때 그때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적는다. 명함에도 국회의원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다. 새벽에 술 먹고 전화하는 지역 주민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이 지난 참여정부에서 부족했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노웅래 후보. 노웅래 서울 마포갑 통합민주당 후보가 선거구에 인접한 용산성당 바자행사에서 지역 유권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노웅래 후보. 노웅래 서울 마포갑 통합민주당 후보가 선거구에 인접한 용산성당 바자행사에서 지역 유권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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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 행복한 마포, 젊은 진보"

민주노동당은 정당 운동, 노점상·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활동 등을 해온 만 33세의 청년 활동가 윤성일 후보를 이 지역에 내세웠다. 그래서 기존 보수정당 후보들이 지역 개발 공약을 쏟아낼 때 윤 후보는 등록금상한제 입법화, 공덕·아현시장 대형할인마트 입점규제법안 등 서민들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놨다.

"진짜 '명품 마포'는 서민의 삶을 대변해야 한다"는 게 윤성일 후보의 생각이다. 그래서 공덕동 산업인력공단 이전지에 자립형사립고 등 명문고를 유치하겠다는 타 후보의 공약에 맞서 마포에 있는 기존 학교의 명문성과 지역성을 키우고, 산업인력공단 이전지에는 어린이종합복지센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나이가 젊다는 게 윤성일 후보에게 약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미 지난해 지방선거에 구의원으로 출마했다가 아깝게 3위를 한 경험도 있다. '경쟁력이 뭐냐?'는 질문에 "지역의 오랜 연고나 유명인사의 배경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이랜드 노동조합, 노점상, 서민들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노동단체나 학생들과의 간담회를 제외하면 주로 시장에서 얼굴 알리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한다. 25일 출마회견도 상인,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대학생 등 15~20명 정도가 참석한 가운데 공덕시장 앞에서 열렸다.

총선이 양당 구도로 진행되면서 민노당이 군소정당으로 치부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그의 지지율은 아직 한 자리수다. 그는 "(최대한 많은 득표를 통해) 마포의 중심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점상들, 영세한 서민들의 마음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성일 민주노동당 마포갑 후보가 마포구 대흥역 앞에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성일 민주노동당 마포갑 후보가 마포구 대흥역 앞에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윤성일 후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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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격전지, #마포갑, #강승규, #노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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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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