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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이 처음 삭제된 지 열흘이 지났다. 기자협회·인터넷기자협회·언론노조·민언련 등을 중심으로 삭제 동영상에 대한 청와대의 언론통제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입장을 밝힐 때도 된 청와대는 현재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이후 지난 13일 YTN 홈페이지에는 삭제된 <돌발영상>이 복구됐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문이 실렸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당시 상황이 기사화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국일보>와 KBS <미디어포커스>만이 이 사건을 보도했을 정도다. YTN <돌발영상> 제작진은 지난 13일 ‘청와대 기자단의 YTN 출입금지 조치 사유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쟁점 중 하나는 청와대와 기자단 사이의 신의성실 원칙이 기자단에 의해 깨졌다는 청와대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돌발영상 제작진은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백 브리핑’이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다음과 같은 반론을 폈다.

 

“당시 이 대변인의 브리핑은 청와대 브리핑룸 전면 정중앙에 있는 공식 단상에 선 채, 마이크를 대고 이뤄진 것이며, 브리핑 처음부터 대부분의 방송사 촬영기자들이 촬영을 하던 상황으로서, 촬영 없이 단상 밑에서 이뤄지는 ‘통상적인 백 브리핑’과는 분명히 구별됩니다. 또한 이 대변인 스스로 당시 브리핑을 실명 비보도 원칙으로 해달라고 사전, 또는 브리핑 중간, 나아가 사후에도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아울러 돌발영상 제작진은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의 제작의도가 기자와 취재원의 신의성실 원칙으로 간주되는 사전 입장 발표 관행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돌발영상의 제작의도는 최고 권력기관이자 최고 책임기관인 청와대가 ‘중대 의혹 제기’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거나 ‘구체적 내용은 파악 중에 있다’는 상식적 수준이 아닌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다’는 단정적 입장을 사전 입장발표 관행을 통해 내놓고, 이를 대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목적’보다, 기사작성이라는 ‘수단’이 더 중시된 관행의 남용 내지는 오용이라는 문제의식입니다.

 

이와 함께 ‘사실무근으로 파악됐음’은 사전에 단정할 수 있지만 ‘왜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는지’는 사전에 말 할 수 없다는 대변인의 논리적 모순을 통해 과연 청와대가 의혹에 대해 충분한 자체조사를 했는지, 나아가 사제단의 의혹제기에 대해 청와대의 강한 부인도 함께 보도되게 하려는 조급함에서 ‘일단은 부인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을 한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번 돌발영상 파문은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랜들리’ 정책이 빚어낸 ‘사전 브리핑’ 오남용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 문제는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는’ 청와대의 잘못된 인식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곱씹을 필요가 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제기한 청와대민정수석과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삼성 떡값수수 주장에 대해 ‘자체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내용을 누가 들으라고 말한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인가? 아니면 기자단인가?

 

청와대 브리핑은 형식상 기자들 앞에서 이뤄졌을지라도 실제는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민 앞에 브리핑을 했다고 전제할 때, 사제단 기자회견 한 시간 전에  삼성떡값은 받았다는 사제단의 주장을 ‘사실 무근’이라고 구체적 근거도 밝히지 않고 단순하게 발표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할 뿐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청와대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설사 청와대가 내부 정보망을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해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조사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국민은 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는지 이에 대해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

 

문제의 돌발영상을 보면 사전브리핑이 끝난 후 한 기자가 ‘청와대에서 몇 명을 얼마간 조사했느냐’고 묻자 이동관 대변인은 사제단 기자회견 이전이기 때문에 “지금은 밝힐 때가 아니”라고 했다.

 

브리핑한 지 열흘이 지났다. 이제는 사제단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한 구체적인 근거를 청와대가 밝힐 여유와 시간이 있다고 본다. 

 

청와대는 사제단이 폭로한 현 정부 고위공직자 비리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주길 바라며, YTN 돌발영상 삭제가 어떤 경위에 의해 이뤄졌는지, YTN에 대한 청와대의 압력은 없었는지도 국민 앞에 밝혀주길 바란다.

 

청와대는 기자가 아닌 ‘국민’에게 브리핑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다면 구렁이 담 넘어가 듯 겉핥기식으로 브리핑하는 것은 청와대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며, 국민에게도 떳떳하지 못하다.

 

YTN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사건일지

3월 5일 15:00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브리핑 "사제단 기자회견 의혹인사 내부 검토, 사실무근"

3월 5일 16:00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기자회견 "청와대 민정수석, 국정원장 내정자 삼성 떡값 수수"

3월 7일 14:40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방영 후) 청와대, YTN에 돌발영상 내용 수정 요구

3월 7일 16:40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재방영 후) YTN, 자사 홈페이지 및 검색포털사이트 삭제

3월 8일          YTN 보도국장, "청와대 수정요구, 스스로 판단 삭제"(<미디어오늘>)

3월 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대해 유감, 기자단의 적절한 논의 있을 것"

3월 9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YTN 출입기자 춘추관 3일간 출입금지 결정

3월 10일        한국기자협회 YTN지회,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돌발영상 삭제 잘못된 판단 결론, 청와대 진상규명 촉구"

3월 10~12일  YTN 취재기자 청와대 출입금지 시행    

3월 13일       YTN 돌발영상 제작진, 청와대 기자단에 반론

3월 13일       YTN, 시청자에 사과문 게재 및 삭제 돌발영상 복구


태그:#돌발영상, #청와대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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