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영희 변호사.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영희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특검은 지금 개점휴업 상태다. 수사기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한가한 느낌이 든다. 바쁘고 긴박하고 땀 흘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 상태에서 이건희 회장을 부른다면, 그건 쇼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영희 변호사는 삼성특검이 진행되는 68일간 좀체 쓴 소리를 하지 않았다. '조금 기다려보자'거나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라거나 '수사검사들이 애를 많이 쓰고 있다'고 특검의 사정을 전달했다.

기자들이 펜을 휘둘러 특검을 칠라 하면 김 변호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 잔여수사기간 1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 되자 김 변호사의 태도가 비판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불법 경영권 승계의혹과 관계된 사건 가운데 하나인 'e-삼성 사건'에 대해 특검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특검은 차라리 삼성측 변호인이냐"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오마이뉴스>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김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36일 남은 '삼성특검 드라마'가 어떤 결론을 맺을지 물었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특검이 핵심 피의자들을 소환하지 않는 점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학수, 김인주, 최광해 등은 오늘부터라도 매일 불러야 한다"며 "이학수 부회장은 지난번에도 조준웅 특검과 1시간동안 독대를 했다는데 피의자와 검사가 단 둘이 만나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조준웅 특검을 정조준 했다.

이어 "김용철 변호사는 13시간 조사하고, 삼성그룹 비자금 관리의 핵심으로 관재파트를 담당하는 전용배 상무는 1시간 조사했다"며 "이게 균형에 맞는 수사인지 의문이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을 소환한다고 해도 그것은 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노골적으로 '삼성 봐주기 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국회가 입법과정을 통해 임명한 특별검사는 국민의 눈치만 보면 되는데, 조준웅 특검은 삼성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검에 들인 예산과 공이 아깝다"고 비판했다.

삼성에 우호적 이데올로기 공급해온 학자는 누구일까

'e-삼성사건'에서 특검이 구조본의 지시와 개입을 인정한 만큼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김 변호사는 "특검이 e-삼성 사건에서 구조본의 지시와 개입을 확인했다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개입을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며 "이건희 회장의 기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이 해외비자금을 제외하고도 10조원이 넘는 돈을 차명계좌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이 돈의 실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건을 비롯해 차명주식을 통한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이 회장은 기소될 수밖에 없다"며 "특검은 이를 넘어 횡령, 배임까지 밝혀내 기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삼성그룹의 불법로비 대상 가운데 유명학자도 있다는 증언과 관련해서는 "알고 있지만 말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삼성에 우호적인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여론작업을 하기 위해 학자와 언론인도 로비대상이었다"며 "재판이 계류중이라면 삼성에 필요한 논리를 개발해 신문기고나 칼럼을 쓰게 하고 나중에 프로젝트를 주는 방식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불법로비와 관련해 "추미애 전 의원의 역할을 촉구한다"며 "법관이자 정치인인 추 의원은 임박한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기 위해서도 삼성의 로비를 이겨냈다는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희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 전문를 정리한 것이다.

김영희 변호사.
 김영희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e-삼성 사건이 불기소 처분됐다. 특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매우 실망했다. 나머지 경영권 승계 사건들에 대해서도 많이 걱정된다.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의 지위와 역할은 그룹 내에서 매우 절대적이다. 구조본이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와 고용, 승진 여부를 모두 결정하기 때문이다. 구조본이 개입했다면 계열사들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구조본의 개입 자체로도 배임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

- 특검이 재벌체제의 특성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나.
"봐주기 식 수사다.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거쳤더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이뤄진 거라면 배임혐의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 판례상 위험발생의 가능성만 있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배임죄로 기소할 수 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것처럼 결과적으로 이익이 났다는 주장은 양형 감형 사유일 뿐이다."

-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삼성 특검을 "삼성을 특별히 봐주는 검찰'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상명하복 체계가 있다. 그러나 특검은 상사가 없다. 국회가 법을 만들어 임명한 특별검사다. 따라서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조준웅 특검은 국민의 눈치만 보면 된다. 그런데, 삼성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특검은 공소시효를 앞두고 고발주체에게 항고 기회를 주기 위해 미리 불기소 여부를 밝혔다고 말했다. 특검이 고발주체인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에 선심을 베푸는 느낌인데.
"항고를 하게 되면 고검이 남은 항고기간을 감안해서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살핀다. 오늘(17일) 항고장이 접수됐다. 공소시효 만료까지 딱 1주일 남았는데, 그 기간동안 수사기록 5천 페이지를 다시 검토하라는 것이 무슨 배려인가. 조 특검의 기자브리핑 내용을 보면, 삼성 쪽 변호인인가 의심들 정도로 삼성 쪽 주장을 반복했다."

"특검이 구조본의 실체를 인정한 것은 긍정적, 그러나"

- e-삼성사건은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불법경영권 승계의혹을 밝힐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주목돼왔다. 향후 경영권 승계의혹과 관련된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걸로 보나.
"e-삼성 사건에서 특검이 구조본의 지시와 개입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에버랜드 편법 경영권 승계의혹 사건의 경우에는 구조본의 개입이 인정돼야만 이건희 회장의 기소여부가 결정된다. 특검이 e-삼성 사건에 국한해 구조본의 역할을 인정하고 다른 사건에 대입하지는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특검이 구조본의 중심적인 개입을 확인했다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개입을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

- 이건희 회장의 '구속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기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10조원이 넘는 돈이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다.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들의 차명주식으로 가지고 있는 금액이 3조원이 넘고, 특검팀이 전에 비자금 규모가 5~6조원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건희 회장 몰래 그 정도의 돈이 차명계좌로 관리될 수 있었겠나. 이 회장이 이 돈의 실체를 모를 리 없다. 최소한 에버랜드 건을 비롯해 이 회장은 기소될 수밖에 없다. 차명주식 등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검의 역할은 그를 넘어 횡령, 배임까지 밝혀내 기소하는 것이다."

- 특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배당금으로 채권과 백화점 상품권을 대량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로 삼성의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연결고리다. 삼성생명 지분의 16.2%가 차명으로 밝혀지고 세금과 벌금까지 내게 된다면, 이건희 회장 일가는 우호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줄이 상당 부분 날아가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삼성생명 지분이 차명으로 밝혀지면 순환출자구조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 일련의 기획이었다는 유력한 증거가 보태진다는 셈이다. 이 점이 핵심 쟁점이다."

- 경영권 승계 의혹까지 밝혀낼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봐야 한다. 그렇게 가지 않으면 잘못된 수사다. 원래 강찬우 부장검사(현 파견검사)가 4대 의혹 사건(에버랜드·e-삼성·서울통신기술·삼성SDS)의 주임검사였다. 강 부장은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이 드러나는 것이 결국 나머지 사건들도 이 회장과 구조본의 기획에 의한 작업과정이었다는 걸로 밝혀지는 것이라는 의미를 잘 알 것이다."

- 특검 수사결과가 삼성그룹의 문어발 식 재벌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어발 식 경영을 끝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삼성그룹이란 재벌이 해체될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도덕적으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 잘못된 구조본의 개입이 약화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 특검수사가 그 정도까지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나.
"우리가 확인한 것은 삼성이 조준웅 특검에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삼성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지 않느냐는 의심은 한다. <한겨레>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가 '이제는 회장님이 나서야 할 때'라는 칼럼을 썼다. 그 칼럼에 소위 '밀약설'이 나온다. 삼성-특검간 '밀약설'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있다.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는 비자금 사건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고 박재중 전무를 대신해 관재파트를 맡고 있는 핵심인물이다. 그런데 그를 소환해놓고 1시간 만에, 자료만 내놓고 돌아가도록 했다."

- 수사의지가 없다는 말인가.
"특검이 제대로 수사한다면 전용배 상무는 매일 불러 조사해도 모자라다. 미리 자료만 건네고 가겠다고 약속돼 있지 않는 한 이럴 수는 없다. 과연 특검이 수사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김인주 사장이나 이학수 부회장도 날마다 불러야 한다. 이게 수사기관의 임무다.

제일 큰 문제는 관계자들이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의자가 부인하면 '그래 어쩔 수 없지' 이게 수사기관인가. 부인하더라도 엄히 추궁해서 진술의 모순을 찾아내고 다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식의 수사라면 특검에 들인 많은 비용과 시간이 아깝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김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희 변호사.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김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희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국내 비자금 규모 10조원... 해외 비자금은 규모 파악도 불가능"

- 삼성이 모집해서 관리한 비자금 규모를 10조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현재까지 특검 수사를 볼 때 이 규모에 해당하는 비자금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나.
"10조원 가운데 해외비자금은 빠져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말대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해외지사를 통해 조성한 해외비자금까지 합하면 10조원은 넘을 것이다. 삼성생명 차명주식만 해도 3조원이다. 중요한 건 '비자금'이 아니라 '차명계좌'다.

차명계좌가 비자금으로 보이는데 어느 회사에서 온 돈인지를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 특검에서 말하듯이 '파이프라인'을 캐내야 한다. 그래야 배임, 횡령혐의를 밝힐 수 있다. 그런데 피의자들이 부인한다. 삼성이 자신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절대 못 밝힌다, 이런 생각인 것 같다."

- 특검이 해외비자금 수사는 했나.
"해외비자금은 손도 못 대고 있을 것이다. 해외 금융기관과 해외 금융당국의 협조가 필요한데 그것을 못해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을 것으로 안다."

- 김 변호사가 제기했던 의혹 가운데 '퍼즐의 일부분'만 맞추고 있다는 건가.
"손을 대지 못 했다기 보다는 손대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외금융기관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씨티은행에 이건희 회장의 자금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봐도 씨티은행은 답할 의무가 없다. 고객 비밀을 우선으로 하니까."

- 해외 비자금은 얼마로 추정하나.
"경제개혁연대에서는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헐값매각 사건도 비자금으로 보고 있다. 만약 카작무스 사건이 비자금 조성용이라면 1조원이 넘는 차익이 비자금으로 추가 포함되는 거다."

- 김용철 변호사가 구체적인 진술서를 담아 제출했는데도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구고검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은 물론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조사가 없다. 어떻게 보나.
"김용철 변호사는 13시간 조사하고 전용배 상무는 1시간 조사하는데, 이게 균형에 맞는 수사인가 의문이다. 지금 같은 경우라면 이건희 회장을 소환해도 쇼일 가능성이 높다.

뇌물죄는 통상 밀행적으로 이뤄진다. 정말 영수증 받고 기념사진 찍고 주는 게 아니다. 그래서 돈을 줬다는 진술과 누군가가 들었다고 하는 증언이 중요한 증거다. 증거가 부족해 소환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상당히 많은 진술을 했다. 증거가 없는 게 아니다.

특검에 제출한 명단에는 삼성그룹의 로비 담당자 30명이 들어 있다. 이들을 소환조사해도 된다. 수사에 중요 참고인이 될 만한 사람들이다. 사실 직접 로비를 했기 때문에 피의자다. 이들을 불러 수사하면 된다."

"조준웅과 이학수, 독대는 왜 하나"

- 김용철 변호사는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에 불과했고, 국세청이나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에는 0이 하나 더 붙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돈 준 사람이 누구인지 명단을 모두 특검에 건넸다. 그들을 불러 수사하면 된다. 그런데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16일에는 출근도 늦게 했다고 들었다. 수사기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좀 한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검이 바쁘고 긴박하고 땀 흘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신호인가.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물어볼 것이 없거나, 물어보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이학수, 김인주, 최광해 등은 오늘부터라도 매일 불러야 한다. 그리고 왜 그들이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학수 부회장은 지난번에도 조 특검과 1시간 동안 독대를 했다는데 피의자와 검사가 단 둘이 만나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 불법로비 대상 가운데 유명학자도 있다고 했다. 어떤 인물인가.
"알고 있지만 말하기 곤란하다.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이 학계나 언론계에도 로비를 했다. 삼성에 우호적인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것이다. 정관계 로비는 입법 로비로서 법률과 제도를 삼성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거다. 언론은 삼성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고, 학계는 삼성에 필요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재판이 계류 중이라면 삼성에 필요한 논리를 개발해 신문기고나 칼럼을 쓰게 하는 것이다. 개별 건으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큰 프로젝트를 주거나 하는 방식이라고 들었다."

"추미애 전 의원, 총선 생각해서라도 삼성로비 밝혀야"

김영희 변호사.
 김영희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특검은 68일간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자택과 집무실, 에버랜드 옆 '대형 그림 수장고', 삼성생명 등 100여 곳을 압수수색했고, 삼성 임원을 중심으로 100여명을 소환했다. 지금까지 특검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차명계좌를 많이 밝혀낸 건 잘 한 일이다. 삼성화재나 그림창고는 제보자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지금도 이 거대한 불법행위에 관련된 이들, 제보할 분들이 많다. 삼성의 지속적인 비리를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제보에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다.

로비 관련해서는 추미애 전 의원의 역할을 촉구한다. 이용철 변호사가 국면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것처럼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추 전 의원은 법관이셨고 정치인이다. 총선도 임박했는데 삼성의 로비를 이겨냈다는 부분이 정치적으로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사와 관련해서는 차명계좌를 밝힌 것은 성과지만, '파이프라인'을 찾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핵심적인 피의자 소환을 너무 안 했다. 특검의 수사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양 어린이 피살사건 용의자도 밤샘조사를 통해 자백을 얻어내는데, 특검은 관련자를 소환한 뒤 부인하면 그냥 돌려보내는 식이다."

- 특검이 1차 수사기간을 넘기고, 2차 수사기간에 돌입했다. 이제 한 달 남짓 기간이 남았는데 남은 1개월 동안 삼성특검은 어디에 수사력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비자금 조성 부분에 수사를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핵심 피의자들을 소환해 국세청과 금감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계좌추적을 통해 돈이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해야 하니까."

- 얼마 전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김용철 변호사를 향해 달걀세례를 퍼부을 작정으로 몰려왔다. 무보수 자원봉사 변호인단의 변호사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있으니까 문제가 없다고 본다. 특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낼 수 있고.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에게 계란을 던지겠다는 발상은 굉장히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건희 회장이 소환될 때 과연 무엇을 던질까. 비리를 저지른 사람보다 비리를 고발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비난받아야 할 사람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삼성은 이번 특검 기간동안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검찰이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특검이 증거인멸과 관련해 인지수사를 하고 있는 게 있고, 또 하나는 경제개혁연대가 고발한 사건을 맡고 있다. 하지만 소환자가 없었다. 또 삼성그룹은 재작년 2월, 8천억원을 기부하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띄웠다. 그들은 지금 삼성에 무엇을 조언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검도 명확하고 엄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은 부인하고, 특검은 수사 안하니 정말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 이번 삼성특검과 불법행위 규명운동이 한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에버랜드 건, 삼성 SDS는 기소될 것이라 본다. 비자금 관련,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부분도 명확해서 일정 부분의 배임도 입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명계좌도 수사의 성과가 있다면 세수를 늘리는 데 상당히 기여할 걸로 예상한다. 조세포탈도 기소될 수 있다. 로비도 부분 성과는 있을 것이다. 

더 큰 성과는 이제 삼성 돈은 받아도 뒤탈이 없다는 믿음이 깨졌다는 점이다. 검사도, 학자도, 국세청과 재경부 관료도 맘놓고 삼성 돈을 받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특검의 수사성과가 아니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성과이지만.

차명계좌로 밝혀지면 국고환수 된다. 그렇지만 관련자들이 차명계좌를 시인한 것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특검이 더 밝혀야 한다. 특검이 잘한다면 상당한 금액이 국고환수될 거다."


태그:#삼성떡값, #삼성특검, #김영희, #김용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