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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편협된 생각을 갖고 해서는 안된다. 순수문화 예술이라는 게 좌에서 우, 상에서 하까지 범위가 아주 넓은데 정부가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지 편협해서는 문화예술 창작을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강원도 춘천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날의 대통령 발언에 유독 관심이 끌리는 것은 엊그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지난 정권에서 임용된 기관장은 임기에 관계없이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코드인사를 비판하고 나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적은 편협한 생각으로는 문화예술을 발전시킬 수 없으며 그 폭이 너무도 넓어 쉽게 하나의 잣대로 문화예술을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러한 다양성에 바탕을 둔 예술분야를 총괄하는 문화부에서 너무도 성급하게 산하단체의 기관장들을 일거에 정리하려는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대통령과 코드를 잘못 맞춘 데 있다. 유명배우 출신의 장관이 문화와 예술의 다양성을 이해 못했을 리가 없고 임기제로 임명된 단체장의 법적 지위를 모를리 없을 텐데 그토록 성급하게 관련기관장들을 물러나라고 종용한 데는 정치신인이 갖는 강박관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학원의 24시간 자율화 역시 방침이 확정되기도 전에 설익은 상태로 흘러나와 일파만파 혼란을 초래하였지만 대통령과 부처의 코드를 빨리 맞추어야 한다는 성급함 때문에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일어난 일이다.

 

코드인사 내보내기 전에 대통령과 먼저 코드 맞추어야

 

대통령은 학원 24시간 자율화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제안하는 것은 공교육을 진작하는 것이고 학교에 자율화를 주자는 것이지 학원에 자율화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교육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그런 자율화(학원 24시간 교습)가 아니고 공교육을 신장시키기 위한 학교의 자율화"라고 강조했다.

 

이는 학원 24시간 자율화 허용방침이 보도되고 난 후 들끓는 민심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교육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을 문화부가 잘못 해석해서 앞서가는 데 대한 경고성 발언이기도 해서 주목을 받는다.

 

코드라는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끼리끼리’ 또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권력을 형성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빗대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러므로 끼리끼리 모이면 좋은 코드가 되지만 코드가 잘못 연결되면 스파크와 함께 불협화음이 나기 마련이다.

 

최근 잇따른 문화부의 엇박자를 보노라면 아직 청와대와 제대로 코드를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같은 정권하에서도 코드를 잘 못 맞추면서 지난 정권의 인사와 코드가 안 맞는다고 하고 학생을 위한다는 학원자율화 정책이 하루도 못 가 대통령에 의해 질책을 받는 걸 보면 코드 맞추기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든다.

 

더 큰 전기 스파크가 일어나기 전에 빨리 문화부는 대통령과 코드부터 맞추어야 할 일이다.

 


태그:#유인촌, #학원24시,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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