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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이렇게 등산로가 시작된다.
▲ 등산로 처음은 이렇게 등산로가 시작된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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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월1일) 환상적인 한라산 등반을 아주 즐겁게 한 후 뒤풀이가 거하였던지 우린 예정보다 늦게 잠에서 깨었다. 모든 알파인 클럽 ‘하이락’ 악우들을 위해 동철이가 시원한 미역국을 끊여 쓰린 속을 풀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즐겁게 차에 올라 달리니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봄의 기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산속으로 접어들자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차는 더듬거리며 영실에 도착했다. 도착한 영실은 하얀 안개가 더 많이 끼어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일행들을 하차시키고 차를 몰아 어리목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안개인지 구름인지 내 앞을 가로 막아 차가 달릴 수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어리목에 도착하니 안개가 걷혔다.

이때 한라산의 눈은 절정이었다.
▲ 나무와 눈의 조화 이때 한라산의 눈은 절정이었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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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하면서 매표소를 지나 등산로에 접어드니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 이때 시간이 오전 10시가 넘어서인지 눈이 많이 녹아 등산로가 질퍽하다. 나무다리를 건너 등산로를 바라보니 오르막이다.

여기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르막을 오르니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증세는 오르막 중간까지 이어졌다. 처음 등반을 시작하고 30분이 제일 힘들다고 했다. 문제는 이럴 때 쉬든가 속도를 늦추면 이 증세가 오래 간다는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답답함을 참고 계속 올라가면 어느 순간 이 증세는 사라진다. 이런 증세가 사라지는 것은 땀을 흘리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에 올라서니 눈부신 설원이 펼쳐진다.

백록담이 운무에 쌓여있다.
▲ 설원 백록담이 운무에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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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설원을 보니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지바고가 시베리아를 향해 걸어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저런 설원을 등반하는 재미는…
 저런 설원을 등반하는 재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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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윗새 오름 대피소 지붕이 보인다.

눈이 저렇게 많았습니다.
▲ 마치 시베리아 벌판을 보듯… 눈이 저렇게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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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눈은 1미터 이상 쌓여 있는 것 같다. 그때 의열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알파인 클럽 '하이락' 악우들이 윗새 오름에 다 도착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더 힘차게 걸어 오르막에 올라서니 종중이가 '형님' 하면서 손을 번쩍 들어 반가움을 표한다.

윗새 오름 정상에 선 멋있는 산꾼들
 윗새 오름 정상에 선 멋있는 산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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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대피소 앞 눈 언덕에 자리를 펴고 주먹밥을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간식을 먹고 있는 옆으로 음식 냄새를 맡은 까마귀들이 몰려든다.

우리들이 주먹밥을 먹을 때 날아온 까마귀들
 우리들이 주먹밥을 먹을 때 날아온 까마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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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전부터 많은 등산객들이 까마귀들에게 음식을 주었던 것 같다.

멀리 보이는 동산이 백록담
▲ 백록담 멀리 보이는 동산이 백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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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 설원 쪽으로 하산하는데 다들 환호성을 지른다. 설원이 그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앞을 바라보니 멀리 망망대해가 시퍼렇게 보이는 사이로 등산인들이 하산을 하고 있다. 하얀 눈 위를 걸어가는 광경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내 눈을 즐겁게 한다.

저런 설원을 등산했다.
▲ 하산길 저런 설원을 등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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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부는 바람에도 춥지 않았다. 그것은 이곳에 봄이 왔다는 증거이리라. 아름다운 설경에 빠져 하산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 양일간의 한라산 등반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많은 추억이 되리라.


태그:#윗새오름, #한라산, #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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