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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주민들이 겪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는 전쟁 수준이다."

 

기름 유출 사고 후 태안 주민들의 신체 건강·정신적 피해에 대한 조사 결과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주민의 20%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것도 밝혀졌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녹색연합, 생명인권운동본부는 4일 오전 10시 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름 유출과 부실방제로 인한 태안주민 신체건강 및 정신적 피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태안 주민들이 유기용제 급성 중독, 정신적 충격, 생활고에 이어 자살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지난달 16일부터 이틀 동안 태안군 해안마을 거주자 325명(방제작업 미참여자 65명 포함)을 대상으로 한 면접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태안 주민 10명 중 2명 자살충동 느껴

 

 

조사 결과, 방제작업에 참여한 260명 중 153(61%)명에서 PTSD가 발견됐다. 그 증상이 '심각함'에 해당되는 주민들은 방제작업 참여자의 절반가량인 124명에 달했다.

 

PTSD란 재해·전쟁·사고 등 죽음이나 상해의 위협을 경험한 사람들이 갖는 장애로, 주요 증상으로는 ▲반복적 회상 ▲사건에 대한 상황·감정·생각 회피 ▲정서적으로 무감각한 상태 ▲ 과도한 흥분 등이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태안주민들의 PTSD 유병률은 전쟁으로 인한 유병률(비영구 유병률 포함)인 55%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용범 생명인권운동본부 대표는 "성폭행 피해자들(60%)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자살 충동과 관련, 응답자(308명)의 20.5%인 63명이 "최근 1주일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중 6명(10.5%)은 실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의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88.9%)를 꼽았다.  

 

우울·불안·적대·공포 등의 증상에 대한 정신심리설문 결과, 우울 증세를 보인 이는 131명(41.5%)이었고, 강박 장애는 108명(34.6%), 신체화 장애는 84명(26.8%)에게서 보였다. 특히, 적대 증상의 경우 방제작업에 참석한 주민이 그렇지 않은 주민들보다 11배가량 높았다.

 

이에 대해 조영범 대표는 "우울, 강박 등은 충격으로 인한 정서적 반응"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재난 피해자들은 알코올 중독, 가정 파탄,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 피해는 다음 세대에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취약한 보호장비... 두통, 메스꺼움 등을 느끼는 태안 주민

 

 

태안 주민들에게는 정신적인 장애뿐 아니라 피부, 신경 증상 등도 발생했다. 이는 방제 작업에 대한 부실한 교육과 취약한 보호 장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증상이 있는 주민 324명 중 226명(69.8%)은 두통을 호소했다. 메스꺼움을 느끼고 있다는 주민도 188명(58%)에 달했고, 어지러움 역시 182명(56.2%)에게서 보였다. 주영수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유기 용제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방제 작업에 나선 주민들은 방제복을 제외한 다른 보호용 장비를 착용한 경우가 거의 없었음이 드러났다. 유기용제 용 마스크와 장갑, 보호용 안경을 착용한 사람은 각각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또한 원유의 유해성이나 보호구 착용의 필요성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은 사람은 전체의 1/3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전체의 2/3 정도가 착용한 방제복의 경우, 피부 가려움, 피부 발진 등의 증상에서 방제복을 입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방제복이 유해물질 침투를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방제복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주민들 "기초 생계 지원 해달라"

 

마지막으로 이들 단체는 "상황에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피해배상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며 "지역 주민들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들은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지역주민 기초생계 지원(138명·43.7%) ▲유류 오염지역의 방제 및 복구지원(75명·23.7%) ▲정부의 선 보상(72명·22.8%)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정부는 피해배상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주민 배상 업무를 총괄할 지휘본부가 시급히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건강·생태계 피해보상은 IOPC펀드 배상 매뉴얼 상 가능하지만, 피해 자료수집과 분석이 철저하지 못한 정부의 대응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태안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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