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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로: 치클라요(Chiclayo)→ 투쿠메(Tucume)→ 올마스(Olmas)→ 나우페(Naupe)→ 출루가나스(Chulucanas)→ 탐보 그란데(Tambo Grande)→ 라스 로마스(Las Lomas)→ 마카라(Macara)→ 에쿠아도르

남미 최초의 협찬인

"어디서 왔어요?"

한참 집중하고 달리고 있는데 옆을 보니 자전거를 탄 남자가 말을 건다. 치클라요(Chiclayo)에 도착하기 전에 사막과 씨름하고 또 도시 진입로에서 넘어져서 잔뜩 긴장을 하며 시내를 찾아 헤매고 있던 차였다. 아예 말을 이해하지 못한 척하고 달릴까 하다가 같은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의랄까 대답은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자전거 타는 데 집중해야 하니까 앞에 가는 남편에게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Ower와 Aron을 이렇게 알게 되었다. 두 남자는 처음에 나만 보고 내가 혼자 여행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여자가 자전거에 짐을 주렁주렁 달고 달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고 본인들이 숙소라도 찾아 주려고 했다면서 우리에게 안전한 숙소를 도시에서 찾아 주었다.

덕분에 번잡한 도시를 빨리 경험할 수 있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어 고맙기만 하다. Chiclayo의 근교에는 유적지가 많아 이곳 저곳 방문하고 숙소에 자전거를 두고 아마존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가 아마존에 갔을 때 Qwer는 우리 자전거가 잘 있는지 거의 매일매일 확인했다고 한다. 아마존을 다녀오니 Qwer는 우리가 빨리 떠나게 된 것에 무지 서운해했다. 이틀 더 머물면서 본인이 참가하게 되는 자전거 대회를 보고 갔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여행자는 너무 한곳에 오래 머물면 떠나기가 힘들고 그 동안  자전거를 오래 타지 않아 몸이 근질근질했다. 아쉽게도 작별을 해야만 했다. 치클라요의 자전거 대회는 들은 바 좀 이상하다. 경기장에서 100바퀴를 빨리 도는 사람이 우승이라고 한다.

Ower는 우리에게 페루를 기억하는 선물을 마련해 주고 싶다며 자전거 티셔츠를 손수 만들어 주었다. Qwer가 하는 일이 스포츠 티셔츠를 제작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사례를 하려고 하니 본인을 꼬옥 기억해 달라면서 협찬하겠다고 한다. 남미의 최초 협찬이다. 페루의 옷감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정말로 상상외로 질이 좋았다. 아주 탄력성이 좋고 바람도 잘 통하고 그리고 티셔츠에 우리 이름까지 쓰여 있다. 그럴 줄 알았으면 한국 태극기랑 독일 국기랑 넣어서 만들어 달라고 할걸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페루에 대한 인상도 아주 좋은데 막판에 좋은 사람을 만났고 게다가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더 기억에 남는다.

떠나는 날 Ower , Aron, Edwin 이 투쿠메까지 동행을 하여 주었다. 세 남자는 자전거를 너무 사랑한다. 내가 본 페루 남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세 명 다 술은 일절 하지 않고 아주 착실하다. 무엇보다도 페루의 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뚫고 나가며 살고 있는 세 사람이 계속 운동에 열심이었으면 바란다.

Qwer , Aron, Edwin과 함께 치클라요에서 투쿠메까지40km 를 달리면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Ower가 만들어준 자전거 티셔츠이다.
 Qwer , Aron, Edwin과 함께 치클라요에서 투쿠메까지40km 를 달리면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Ower가 만들어준 자전거 티셔츠이다.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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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쿠메의 유적지와 경관
 투쿠메의 유적지와 경관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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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도, Chininata도 아니고 Corea라구요

"어디서 왔수?"  어느 곳을 가나 처음 묻는 질문이다.
"Corea에서 왔어요."

"아, Columbia?“ 여기서 얼마나 멀어? 하루종일 버스로 여행하면 되지?"
"Columbia가 아니라 Corea요."
"Corea? 그런데 Corea는 어디 있느건감?"

페루인 들은 China, 그러니까 중국은 어떻게 거의 다 안다. 중국인이 경영을 하지 않아도 조그마한 마을에 Chifa라고 쓰여있는 중국 식당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중국인들이 처음에 식당을 경영할 때 페루인들의 입맛에 아주 잘 맞은 음식을 판 모양이다. 대부분 Chifa라는 식당에서는 볶음밥과 볶음국수를 해주는데 먹을만 한가. 밥을 계란하고 야채랑  볶아  준다. 그리고 전식으로는 완탕 (만두)스프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일장사 아줌마가 분명히 China(중국을 일컫는 말) 는 알 것 같아서
"Corea는 China 처럼 아시아의 한나라예요. 그리고 저는 Coreana고요."
"아!  중국에 있는 한 지역이 구만, 어쩐지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비슷하다고 했지."
"아니요, 아줌마. 전 Chinita 가 아니라 Coreana 라 구요."
더 자세히 설명을 하기에는 종일 자전거 타느라 지쳐서 힘이 빠지기도 했었고 에릭이 독일말로 이야기한다. '소 귀에 경읽기야.' 그만두고 빨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잖다.

아니, 그렇게 설명을 해 주어도 한국을 모르다니.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계속 엉뚱한 소리만 하는 것이 화나기까지 했다. 어떻게 한국을 모를 수가 있어? TV에서도 광고도 나오고  현대랑 기아차가 도로에서 뻐젓하게 다니고 있고 삼성 물건들이 즐비한데 시골 사람들은 그 물건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그냥 사용하고 있고 전부 중국이나 일본으로 알고 있다.

에릭은 한국을 페루인이 모른다고 혼자 무식한 시골 사람들을 어떻게 계몽해야 되느냐고 광분하고 이야기하는 내 모습이 오히려 더 우습단다.
"한국의 시골 할머니들이 페루가 어디 붙었는지 알 것 같냐"고 묻는다.
이 소리를 듣고 잠시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페루랑 한국이 비교가 되는 나라이냐고 반문하게 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장을 한 국가이고 올림픽도 열렸었는데 그걸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맞다. 한국의 시골 할머니들에게 페루를 물으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의 할머니도 독일이 어디 붙었는지 모른다. 단지 멀다는 것과 내가 독일로 시집갔다는 사실 외엔 아마도 모를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것에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었는데 막상 한국을 모른다고 하니 왜 그리 화가 나든지.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간편한 일이지만 남미 여행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 좀 의아했던 것 같다.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남이 다 알라는 법은 없는데 잠깐 잊었다. 그래도 여행을 하면서 한국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국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어야겠다.

한국인이라고 아무리 알려줘도 난 Chinita(중국인이이니!)
▲ 올마스의 과일 파는 할머니 한국인이라고 아무리 알려줘도 난 Chinita(중국인이이니!)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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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페의 시골축제에 초대 받아

올마스에서 샛길인 나우페 쪽으로 가서 더위도 피하고 빨리 에쿠아도르쪽으로 가기로 한 결정은 잘못한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사막 200km를 달리는 것보다는 고생이 되더라도 30km를 비포장으로 달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 비포장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돌길이더니 나중에는 자갈길이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사가 무지 심하다. 비포장을 달릴 때 오르막은 별 문제가 없는데 난 내리막이 정말로 겁난다. 뾰족한 돌에 트레일러가 걸려서 휘청하면 넘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내리막이다. 진땀을 좀 흘리면서 집중하자!!
 내리막이다. 진땀을 좀 흘리면서 집중하자!!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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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라 차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적지 않게 야채 및 과일을 실은 트럭들이 달린다. 한 번 지나고 나면 온몸이 밀가루를 뒤집에 쓴 것처럼 뾰얗고 입과 코가 칼칼하다. 가끔 리어커를 끄는 말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페루 북쪽에서는 운송 교통 수단으로 말이 많이 사용된다. 욕심 같아서는 차량은 다니지 않고 말만 다니면 시골 풍경이 더 이색적이고 좋을 것 같다.

말이 누가 빨리 달리나 내기 하자고 하는데 당근 자전거가 빠르지요!
▲ 페루 북쪽의 운송 수단 말이 누가 빨리 달리나 내기 하자고 하는데 당근 자전거가 빠르지요!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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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는 역시 거주하는 사람이 적을 뿐더러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띈인다. 집 밖에 앉아서 그냥 지나가는 차량이나, 말, 우리 처럼 여행하는 사람을 하염없이 지켜보는 것이 하루 일과인 듯하다. 우리가 지나가도 다른 페루 지역과는 달리 별달리 인사말을 없다. 그냥 지긋이 바라볼 뿐이다

여행 잘 하게 하고 눈짓으로만 인사하는 페루 북쪽의 노인
▲ 침묵이 금이요 여행 잘 하게 하고 눈짓으로만 인사하는 페루 북쪽의 노인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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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에.. 너무 덥고  지친다. 나우페에서 탐보 그란데까지는 한 60km 는 더 가야 하고 강행을 해야할지 고민이 좀 된다. 중간에 아무 마을도 없고 사막이라고 한다. 나우페는 한 20가구가 살까 조그마한 마을이다. 숙소가 있을 리가 없다. 마침 우리가 도착한 날이 나우페 마을이 생긴 기념일이라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였다.

경찰에게 숙소를 문의하니 마을 사람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에서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다고 한다. 감지 덕지이다. 시골 사람들이 말이 없어 텐트 칠 곳도 없을까 사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조금했다. 잠자리가 해결되니 물이 문제다. 마을자체에 상수도 시설과 전기가 없다고 한다. 우물 같은 곳에서 에릭이 물을 길어와 수건으로 닦고 나니 한결 살 것 같다.더위에 자전거를 많이 타고 비포장을 달려 온몸이 저리고 피곤이 겹쳤다. 침낭을 깔고 잠깐 누워 있으니 마을의 반장이 치차를 초대를 한다. 반장 집에 가니 부엌에 축제를 위해 잡은 소고기와 내장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시골 마을 나우페의 모습
 시골 마을 나우페의 모습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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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위해 잡은 소와 내장이 주렁주렁
 축제를 위해 잡은 소와 내장이 주렁주렁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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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맛있는 고기 요리를 해 줄 테니 꼭 먹고 광장으로 와서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잠은 다 잤고 춤까지 추어야 하겠구나 싶었건만 시골 사람들은 춤은 거의 추지 않고 술 마시고 그냥 음악만 들었다. 음악이야 텐트에서도 들을 수 있고 우리가 피곤하다고 쉬겠다고 하니 다행이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나우페에서 출루가나스, 탐보 그란데, 라스 로마스 까지는 국경지역이라 번잡할 줄 알았건만 자연환경에도 별 변화도 없고 조용한 시골길이라 자전거로 달리기에는 좋다. 신기한 것은 거대한 나무들이다. 나무에 달린 하얀 것은 옷감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그 거대한 나무는 거의 쓸모가 없다고 한다. 나무에 수분이 너무 많아 가구로도 이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니 국경에 다가온 듯하다. 페루를 떠나는 발걸음이 아쉽지만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자.

나무와 같은 마음을 지닌 페루 사람들, 저희 부부에게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드림.
 나무와 같은 마음을 지닌 페루 사람들, 저희 부부에게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드림.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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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문명, 나스카, 6개월간의 자전거와의 헤어짐, 재도전 남미 2부, 맛깔난 음식, 곳곳에 풍긴 찌른 내와 쾨쾨한 냄새, 적극적이고 활동적이 사람들, 인정 많은 사람들… 행복하길 페루 땅에 축복 내리길 빌며 안녕!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선 에쿠아도르의 황당한 경험,지상낙원 갈라파고스 방문기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여행기는 매달 15일, 30일에 업 데이트 되며 전 여행기는 홈페이지 www. bicimundo.de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태그:#남미자전거여행,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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