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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임금은 우리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었다. 바로 정보통신에 가장 잘 맞는 글자 한글을 창제해준 것이다. 그 때문에 어떤 이들은 세종임금을 'IT 대왕'이라고도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컴퓨터나 휴대전화 자판에서 로마자·일본글자·한자로 입력하는 것보다 한글로 입력하는 것이 적어도 몇 배 빠르다는 것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엔 '엄지족'이란 신조어가 등장했고 길거리나 전철에서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휴대전화 자판을 눌러대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휴대전화도 전화기 생산업체에 따라 각각 다른 입력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전화기를 바꿀 때마다 새로운 입력방식을 익히느라 애를 먹곤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입력방식 통일을 추진했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인터넷 표준화 포럼에서는 17개 제조사 휴대 단말기 한글입력 제안방식을 한국어정보학회(회장 진용옥)에 검토 의뢰했고, 학회는 성능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평가를 통해 문자입력 표준화 길을 모색했다.

 

하지만 방식 평가결과 제조사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학성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문자입력 방식을 정하기 어려웠다면서 오히려 과학성이 다양한 문자입력 방식을 낳은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포괄적인 그리고 더욱 세련된 입력방식을 요구했다.

 

또 최근에 와서 전화사용보다 문자를 보내는 일과 이메일을 쓰는 일이 잦아졌고 문자 입력과정에서 같은 키를 반복해서 누르는 키의 타수가 늘어남으로 물리적인 사용자의 손가락 피로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 한국어는 언어 구조상 자·모음 조합입력으로 이루어지는데, 초성문자와 종성문자를 같은 키로 사용하는 2벌식 자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받침글자인 종성자음이 쌍자음으로 된 문자가 많아 입력 시 같은 키에 함께 문자를 배정하면 문자입력과정에서 같은 키를 반복하면서 문자를 입력하는데 입력실수가 자주 일어나 에러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같은 문자배정은 다양한 한국어 언어 문자판과 입력방식이 휴대전화기 제조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는 문자입력방식을 익히면서 사용해야 함으로써 표준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새 자판, 세종의 음향오행 구조대로 글자 배정

 

그러던 차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 22일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어정보학회 학술회의에서 국립 공주대학교 김승환 교수팀이 문자를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입력할 수 있는 휴대전화 문자판과 문자입력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새로운 휴대전화 문자판은 한국어 문자판 배치를 훈민정음 창제 방식인 음양오행으로 구분, 배정하여 쉽게 문자입력 방식을 익히고 장년층 노년층의 문자입력 접근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이 자판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근간이 되는 음양오행 구조를 유지하여 자음문자는 소리를 발성하는 5개 기관 어금니 소리(아[ㄱ,ㅋ,]), 혀 소리(설[ㄴ,ㄷ,ㅌ]), 입술소리(순[ㅁ,ㅂ,ㅍ]), 잇소리(치[ㅅ,ㅈ,ㅊ]), 목구멍소리(후[ㅇ,ㅎ])로 나누어 5개의 키에, 'ㄹ' 문자는 혀 소리문자로 문자배정이 적고 문자구조가 비슷한 어금니 소리에 배정하였다.

 

모음문자는 음양을 적용하고 기운의 정도를 통해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ㅡ, ㅣ 순서로 하고, 각 키별 시계방향으로 북동남서와 기운의 세기 순으로 2개의 모음 문자를 4방향에 배정하고 나머지 'ㅡ, ㅣ' 문자는 가운데에 배치 오행구조를 유지한 것이다. 문자 'ㅣ'는 쌍 모음문자 조합에 자주 사용하므로 문자 순보다 우선했다.

 

기계가 대신 입력하고, 발광다이오드와 스피커로 알려

 

 

특히 이 문자입력방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사용자가 키를 누르면 일정한 주기로 발광다이오드(LED) 불빛이 깜박거림을 반복하고 동시에 스피커에서 '삐'소리 단속음이 반복되어 사용자가 문자입력시 키를 반복해서 누르는 것을 기계가 대신 시각·청각 장치로 반복하게 했다. 사용자는 키를 누르기만 하는 대신 반복은 기계가 하고 깜박임 수가 표시되면 누른 키를 놓으면 된다.

 

이러한 동작은 종전의 반복동작이 사용자가 무의식적으로 등에서 어깨 팔 손가락으로 이루어지는 자율신경계가 반복키를 누르게 하는 물리적 현상을 기계가 대신 수행하고 시청각 인지구조로 전환되어 더욱 익숙한 인체공학적인 인지구조를 적용하게 되므로 쉽고 편리한 문자입력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키 누름 시간이 반복키 누름을 대신하고 있으므로 초기에 누름시간 제어를 익혀야 문자입력이 가능하지만 시청각 장치를 통해 곧 사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또한, 사용법을 배운 후에는 시청각 장치 기능을 해제하고 키 누름시간을 기계와 사용자가 감성적으로 교감하면서 누름시간을 통제해 문자를 선택 입력하게 한다.

 

기계와 사용자가 입력과정에서 키 누름시간 제어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자입력 에러가 자주 발생하게 되고 사용자는 문자 지우기를 통해 재입력하게 된다. 이러한 동작이 자주 일어나면 기계는 문자입력 속도를 자동으로 맞추어 사용자와 기계가 감성적으로 교감하면서 문자입력을 돕게 된다.    

 

새로운 문자입력방식을 사용하면 긴 글의 문자입력도 쉽게 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언어입력에 도움을 주어 받침 문자를 생략하면서 문자 입력하는 경향이 줄어들 것으로 개발자인 김승환 교수는 예상했다. 또, 휴대전화 크기가 작아져 양손 엄지로 문자를 입력하는 입력방식에서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고 반대쪽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종전의 문자 입력방식은 사용자 자신의 의지로 문자를 반복해서 누르는 방식에 비해 새로운 문자입력 방식은 사용자가 기계라는 객체를 인식하고 상호 감성적으로 교감하면서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상대를 인식하는 사회적 생활양식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어 남을 이해하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 날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 방식은 종전 방식을 앞서는 문자입력 방식으로 표준화가 가능한 기술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물론 처음에는 기존의 문자입력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다소 불편함이 있겠지만 국내에서 휴대전화 제조사별로 방식이 달라 사용자가 제품선택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점을 본다면 과감하게 방식변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시연을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김승환 교수는 "이 새로운 입력 방식은 기계의 특성, 인간의 인지구조, 훈민정음 창제기술과 컴퓨팅기술을 충분히 발휘하고, 종전의 휴대전화 문자입력 표준화 심의과정을 통한 충분한 연구와 한국어 문자판 2벌 식과 3벌 식 역사적 논의를 바탕으로 현재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정보통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컴퓨터 연결입력(interface)기술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새로 공개되는 문자입력 방식을 사용자가 충분히 익히면 더욱 앞선 방식, 곧 긴 글의 문자를 쉽게 보내는 인터넷 누리편지(이메일) 문자입력 기술을 시장 환경에 맞춰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 기계가 대신하는 휴대전화 문자 입력기술 시연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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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개할 기술, 정보통신기기 통합 자판

 

김 교수는 이어 미래에 대한 전망도 내어 놓았다.

 

"세계의 모든 민족이 한국어 언어문자 곧 한글을 익히면 별도의 문자판 없이도 문자를 입력하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었고, 이를 휴대전화에 적용하려 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자판이 없어도 되지만 문자판 제조공장을 단숨에 없앨 수 없고, 관련한 많은 특허가 사라지게 되는 문제가 생기니 시간을 두고 사장에 따라 기술적용을 해야만 한다.

 

이 기술의 다음 단계는 3벌식 문자판을 휴대전화에서도 쉽게 구현하면서 국제 표준자판을 실현하게 한 것이다. 이는 휴대전화 자판은 물론 개인용 컴퓨터 키보드, 텔레비전 리모컨, 노트북, 학습기, 키보드 등 정보통신기기 모두의 통일된 국제적 표준자판이 될 수 있다.

 

곧 정보통신기기마다 별도의 자판을 준비할 필요없이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정보기기와 즉석에서 인증을 통해 문자입력을 가능해져 사용이 쉽고 불필요한 키보드가 사라져 제품 제조 비용과 크기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줄여주게 되는 효과가 함께 따라올 것이다."

 

 

시연을 지켜본 한국어정보학회 진용옥 회장은 "종전에 우리 학회가 개발한 평가지표로 평가를 한다면 문자 입력속도, 입력방식의 편리성, 자판 문자배정의 좌우상하 대칭성과 균형성에서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계적 문자입력방식을 감성적 문자입력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정보통신 활성화가 기대된다"라고 평가하였다.

 

또 연변에서 온 현용운 중국 조선어신식학회 회장은 "휴대전화에 적용하는 새로운 문자입력방식을 시연해보니 그동안 문자입력 기술이 얼마나 후진형 기술인지를 알게 되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이제는 한국·조선·중국동포가 함께 문자입력 방식을 쓰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중국에서 한국어 병음 법으로 문자를 입력하여 한자가 입력되는 기술에 적용한다면 중국시장이 최적으로 생각되고, 한국어가 중국에서 사용인구의 증대와 그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라고 칭찬했다.

 

여기에 오랫동안 훈민정음을 연구해 온 반재원 훈민정음 연구소 소장은 "자음은 발음기관별로 모아 문자판 윗부분에 배정하고, 모음은 시계방향으로 북동남서 순서와 기운의 정도 순으로 배정되어 문자입력 방식을 배우기 쉽고 편리한 배치가 이루어져 훈민정음의 과학성을 담아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자판에 계속 입력을 해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시연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이 기술로 한글과 정보기술의 환상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며, 한글의 과학적 위대함을 드러내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한국이 휴대전화의 종주국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전송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승환, #휴대전화, #자판, #한국어정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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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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