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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에 나타난 부모님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대학 캠퍼스에 나타난 부모님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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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퀴즈 ①-부모들] 입시도 끝났는데 뭐하는 걸까요?

먼저 위 사진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낯익으시죠? 수능 당일 추위에 떨면서 초조하게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들 같다고요? 그러나 수능 시험은 이미 지난해 11월 15일에 치러졌죠.

그럼 혹시 대입 논술 시험? 아닙니다. 대입 논술·면접 일정도 1월에 모두 끝났답니다. 임시소집? 아무리 극성인 부모님들이라도 설마 자녀의 대학 임시소집일에까지 따라오시려고요.

위 사진은 지난 12일 아침 서울에 있는 A대학에서 포착한 풍경입니다. 징글징글한 대입 경쟁을 뚫었는데도 어머니들은 왜 저렇게 애처롭게 자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저 시간에 자녀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기에 말이죠.

[사진퀴즈 ②] 입학하자마자 또 시험... 그 정체는 

시험장 안에서 초조한 신입생들
 시험장 안에서 초조한 신입생들
ⓒ 이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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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대학 강의실 안입니다. 위 사진의 학부모 자녀들이 모여 있습니다. 어떤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가 봅니다.

답안지를 받은 채 초조해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양손으로 입을 가린 채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 학생도 있네요.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앳된 얼굴의 학생들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 시험까지 마친 이들을 다시 긴장시키는 이 시험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방학 기간 대학 캠퍼스의 황량함을 이른 아침부터 깨운 대학 새내기들. 이날 이들은 08학번 동기들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두근거림과 설렘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밤 중 화재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어로 답하세요"

그런데 그 첫 인연의 공간은 뜻밖에도 '영어 진단고사' 시험장이었습니다.

이 대학교는 지난해 12월 말, '영어 진단고사'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이학·공학·생명 시스템 계열 입학생들에게만 행해지던 수학 진단고사에 더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영어 진단고사'를 실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나은 교육 경을 위한 '수준별 영어 수업'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대학의 영어 진단고사는 두 번의 시험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말하기' 평가이며 또 하나는 '쓰기' 평가입니다. 신입생들은 지난 1월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영어 말하기 시험을 치렀습니다. 헤드폰과 마이크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학교와 계약을 맺은 영어 평가기관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영어 말하기 시험을 보면 이 외부평가 기관은 신입생들의 점수를 학교에 알려줍니다.

이 대학은 영어 말하기 시험이 처음인 신입생들을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예비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테스트뿐만 아니라 모범 답안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 말하기 시험은 7문제로 이루어져있고 시험 시간은 20분입니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도 한번 풀어보았습니다.

예비 테스트의 5번 문항은 "지하철역에서 한 남자가 가장 가까운 백화점이 어디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에게 방향을 알려주세요"라는 문제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영어 듣기평가 때 자주 풀어봤던 유형의 문제였기에 문제를 본 순간 매우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눈에 익다고 말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입에서 대답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문제는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25초 안에 답변해야 한다는군요.

그 밖에도 "한밤 중에 자고 있는데, 화재경보기가 울렸습니다. 당신이 눈을 떠보니 연기가 보이고 사방이 화염에 휩싸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같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신입생들이 25초 동안 이 질문들에 대해 영어로 대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우리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이러한 시험을 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했습니다.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영어 우열반?

A대학 영어 말하기 예비 테스트 5번 문항
 A대학 영어 말하기 예비 테스트 5번 문항
ⓒ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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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은 이렇게 본 말하기 시험과 이날 치른 쓰기 시험 결과에 따라 필수인 영어 과목에서 최상반·상반·중반·하반으로 나뉠 운명에 놓였습니다. 영어 우열반 편성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말하기 시험은 말하기와 듣기 과목을, 쓰기 시험은 읽기와 쓰기 과목의 반을 결정할 것입니다. '하반'에 속한 신입생을 위해서는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따로 나누지 않은 '기초반'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영어 우열반 편성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영어 진단평가에 응시하지 않으면 학부 기초 영어과목을 수강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학사관리 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자신이 듣고 싶은 수준의 수업을 자율적으로 찾아서 수강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뺏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와 '반' 학생회가 붕괴되는 상황을 우려해 영어 진단고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90년대 학부제가 실시된 이후, 신입생들은 한 학부 내에서 반을 나누어 대학생활의 인간관계를 꾸려나가는데 진단고사를 통한 분반은 이러한 반 학생회와 과 학생회를 위협하게 된다는 거지요.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총학생회가 학교 측과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한 끝에 학생들은 시험 결과에 따라 수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몇 점짜리 학생'이라는 교수님들의 편견이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단고사 점수는 본인만이 알고 있도록 총학생회와 학교 측이 합의했습니다.

잠깐만요. '자율적인 반 선택'이라면…, 이 대학이 발표했던 '수준별 효과적인 수업'이라는 취지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모든 신입생들에게 진단고사를 치르게 한 의미가 퇴색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상반과 상반은 절대평가로, 중반과 하반은 상대평가로 하겠다'는 학교 측의 평가 방식에는 여전히 반론이 있습니다. 평가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이 제도를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영어 우열반'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잘 하는 학생들이 쉬운 반을 선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그런데 '제도적 장치'라는 학교 측의 말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습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절대평가' 방식 하에서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C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지만 '상대평가' 방식의 중반이나 하반에 들어가면 C를 받을 가능성은 훨씬 낮지 않을까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영어 수준별 수업인 만큼, 앞으로도 몇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야겠죠. 어찌 되었든, 올해는 이미 '영어 진단고사'가 시행되었으니 학교 측에서는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입시 지옥에서 빠져나와 영어시험으로 대학생활 시작

영어 시험을 보기위해 등교하는 신입생들
 영어 시험을 보기위해 등교하는 신입생들
ⓒ 이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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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많이 했어요?"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심드렁하게 또 다른 학생들은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하나도 안 했어요." "대책 없이 왔어요." "별 생각 없어요." "잘 하는 반(최상반) 가기 싫어요. 적당히 하는 반 들어가야죠!"

취재를 한 인턴기자들은 그들과 몇살 차이 나지 않았음에도, 이 날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풍경이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년 만에 이렇게 변한 것이죠.

신입생인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을 취재했습니다. 이번에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이제 앞으로 영어가 필수고 대학에서도 영어로 된 원서도 읽고 영어로 강의 듣는 게 필요하잖아요. 이 정도는 돼야지 대학생 아닌가요? 저는 꼭 이 시험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영어시험 같은 것들이 학생들에게 약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전날 부산에서 아들과 함께 왔다는 60대 초반의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시가 끝났는데도 시험치러 (서울에) 한 번 더 간다니깐… 좀 멍멍했지. 지도 이것까지는 몰랐던기라. 걱정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험이란 관문은 그래도 좀 부담스럽잖아? 그래서 나도 관심을 더 갖고 같이 왔지."

2시간쯤 지나자 '영어 진단고사'를 끝낸 '예비 대학생'들이 하나둘씩 고사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난이도와 시험장 분위기가 궁금했습니다.

이슬기(가명·19)씨가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합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다들 잘 풀던데요. 생소한 문제는 없었어요. 1번은 좀 쉬웠는데 3번이 제일 어려웠어요." 최동혁(19)씨 역시 "마지막 문제가 좀 어려웠다"고 대답했습니다. 3번 문제가 도대체 뭐길래…, 우리는 한 신입생의 협조로 시험 문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1번 문제는 문장의 어순을 바르게 배열하는 것, 2번 문제는 아홉 문장이 나열된 문단을 30~40자의 영어 단어로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3번 문제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당신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하루 동안 오도가도 못 한다면 어떠한 섹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400단어 정도로 작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간단한 시험으로 과연 수준이나 실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영어 진단고사'에 대한 새내기들의 평가는 다양했습니다.

"체계적인 수준별 영어 교육, 이거 대학 중 최초잖아요. 다른 학교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이 아닐까요?" (최동혁)

"종이 한 장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한다니, 문제가 있는 겁니다." (김기윤)

"낮은 반(중반 혹은 하반)에 들어가면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실력에 따라 나눠야지만 수업이 잘될 테니까요."

인터뷰를 마친 뒤 총총걸음으로 학교를 빠져나가는 새내기들. 입시 지옥에서 해방되면, 그래도 이름깨나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했을 저들. 과연 영어시험으로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리라 예상이나 했을까요?

영어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빠져나오는 신입생들
 영어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빠져나오는 신입생들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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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되는 영어면접, "음... 아... 오..."

14일 아침 8시 30분, B대학 근처 지하철역 출구에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학교에 합격한 08학번 새내기들에게는 '영어 레벨테스트'라는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전날에도 이들은 영어 필기고사를 보느라 진땀깨나 뺐다고 하네요. 이날만 해도 여섯 개 단과 대학의 영어 면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단과대학들은 하루 전에 필기고사(문법·어휘·독해시험)와 함께 영어면접을 했답니다. 이 대학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영어 레벨테스트는 06학번 신입생부터 적용해 올해가 3회째라고 합니다.

이틀에 걸친 '영어 레벨테스트'는 그 결과에 따라 신입생을 '영어회화' A-B-C 그룹과 '영어독해' A-B-C 그룹으로 나뉩니다.

영어면접으로 영어회화 그룹을 결정하고 필기고사는 영어독해 그룹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면접과 필기고사의 점수가 모두 낮다면 '영어회화 C'-'영어독해 C' 그룹에 속하게 되는 것이죠.

A그룹은 '영어를 좀 한다'고 판단해 신입생이 들어야 하는 6개의 필수 영어강의(기초영어독해·영어독해1·영어독해2·기초 영어회화·영어회화1·영어회화2)를 면제받습니다. 대신 올해부터 학교에서 특별히 개설한 '중급영어'와 '심화중급영어'라는 과목을 수강하게 됩니다.

B그룹은 각각 기초영어독해와 기초영어회화 과목을 면제받게 되지만 4개의 영어강의를 더 들어야하고요. C그룹은 6개의 필수 영어강의를 모두 들어야만 합니다.

만일 제가 이 레벨테스트를 받았다면 꼼짝없이 C-C그룹일 겁니다. 다양한 경험과 욕심으로 대학 생활을 채우겠다고 마음 먹었을 새내기들에게 '영어 우열반'이 도대체 웬일입니까.

영어면접으로 회화능력을 평가받는 학생들
 영어면접으로 회화능력을 평가받는 학생들
ⓒ 이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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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을 따라 면접 대기실에 들어갔습니다. 10~15명 정도의 학생들이 쭉 앉아 있었습니다. 9시가 조금 넘자 조교가 신입생들에게 수험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나누어주고 곧 영어 면접이 시작됐습니다.

면접관인 로렌(Lauren Bocking·28)씨가 자기 앞에 앉은 한 학생에게 묻습니다.

"What do you like to do with your family?"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Um… a… a… um… oh… 으… 그게…"

학생이 머뭇거리자 로렌이 질문을 약간 바꿔 다시 묻습니다.

"Have you ever gone vacation with your family?" (가족과 함께 여행간 적 있나요?)
"Um… My family go Jeju, Busan… But I… home." (음… 가족은 제주, 부산 가는데 저는… 집에…)

지켜보는 저희들이 더 긴장됩니다. 문법에는 조금 어긋났지만 외국인 앞에서 입이 떨어졌다는 것만 해도 대단해 보입니다. 면접관이었던 로렌 역시 그런 신입생의 모습에 웃으며 답합니다.

"Next time, you should go." (다음 번에는 같이 가는게 좋겠네요.)

인터뷰는 주로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어떤 것이 있나?' 혹은 '대학생활과 고등학교 생활은 어떻게 다를까?' 등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걸 영어로 대답하기는 무지 어렵지만요. 질문은 한 학생당 3~4문제 정도였습니다. 면접관은 학생의 단어구사력, 문장구조, 문법 등을 봅니다. 대답하는 학생의 자신감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고 합니다.

면접관을 맡은 로렌에게 최근 한국대학에서 영어 관련 테스트나 프로그램 등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외국에 여행 가거나 공부하러 가는 것처럼 학생들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실용적이지만 영어에 흥미없는 학생들에게까지 영어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영어면접이 끝난 뒤 몇몇 신입생들을 더 만났습니다. 면접 잘 봤느냐는 질문에 손혜정(19)씨는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며 아쉬워했고, 김이슬(19)씨는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 하나 물어봤다, 너무 형식적인 면접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사실상 영어 우열반 편성, 심하다 심해

A대학교에 붙어 있는 현수막
 A대학교에 붙어 있는 현수막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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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의 영어 강조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각 캠퍼스 새내기들은 이렇게 영어와 한바탕 씨름 중입니다. 남의 나라 말을 싫더라도 꼭 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간단한 테스트로 '우'와 '열'이 갈려야 하는 상황.

개강 전 신입생들의 영어 실력을 진단해 수준별로 영어수업을 받게 하는 제도는 이 밖에도 많은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두드러지는 추세입니다.

서울대학교 08학번 새내기 가운데 정시 모집 합격자 전원과 특별전형 합격자 중 특별시험 미응시자 및 특별강좌 수강자들은 20일 신입생 특별 텝스(TEPS)를 치렀습니다. 이 점수를 바탕으로 서울대 새내기들은 각각 '기초영어', '대학영어', '고급영어' 반에 각각 배치됩니다.

서울대 아동소비자학과에 재학중인 조성은(가명·06학번)씨는 "예비 신입생들끼리 만든 카페에 보면 텝스 얘기밖에 없다, '공부는 많이들 했나,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립대 역시 오는 25일,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영어시험(모의 토익시험)과 말하기 인터뷰를 실시합니다. 이 시험 결과에 따라 08학번들은 교양 영어 반을 배정받으며 성적 우수자는 절대 평가가 적용되는 야간반으로 편성됩니다.

그 외에도 연세대·동국대·덕성여대·성공회대·인하대·한림대·고려대 서창캠퍼스·건국대 충주캠퍼스·한양대 안산캠퍼스·경북대·군산대 등도 이와 같은 신입생 기초 학력 평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영어 영어 영어... 영어의 늪에 빠진 캠퍼스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의 첫 공통분모는 자연스럽게 '영어'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
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더라도 정말 많이 바뀐 캠퍼스 풍경입니다. 한 마디로 광풍입니다. 어느덧 영어가 '기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해방감을 맛보기도 전에 영어와 맞닥뜨린 새내기들이 딱해 보이신다고요? 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진단고사 등으로 영어 반을 배정받은 새내기들은 학교 공부와 더불어 토익 혹은 토플 공부를 시작하겠지요. 학교에서 사설 학원과 연계한 프로그램, 공강 시간마다 짬짬이 들을 수 있는 영어 수업도 많고, 새벽이나 야간 혹은 주말에 다닐 수 있는 사설 학원도 엄청 붐빕니다.

대다수 대학생들은 다시 어학연수 혹은 교환 학생으로 외국을 나갑니다. 영어 공부 위해 한 두 학기 휴학하는 것은 이제 대학생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어떤 대학에서는, 과를 바꾸고 싶어하는 전과 지망생들에게도 전공 시험과 더불어 영어 시험을 따로 치르게 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옮기고 싶어 하는 편입 희망생들에게도 역시 영어 시험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영어가 이처럼 강조되는 한편으로 인터넷이나 일상용어에서는 국어 파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한국어는 듣도 보도 못한 외계 은어와 비속어로 인해 그 가치가 크게 훼손된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영어만이 모든 학업과 가치실현의 보루인 양 여겨지는 풍토가 씁쓸합니다.

이 기사를 쓰는 인턴기자들도 전공이나 취업공부보다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도 알아듣기 힘든 전공 수업이 영어로 개설되고 토익 고득점과 영어회화가 취업의 기본이 되는 시대이기에 영어공부가 곧 전공공부고 취업공부나 마찬가지입니다.

A대학에서 발행한 뉴스레터에는 이러한 변화들이 "21세기를 이끌어갈 국제적 사회지도자로 성장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세계화시대에 영어를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 대학의 입장인 것이지요.

물론 세계화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은 저희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흥미, 전공 지식, 자신의 목표보다도 영어가 중시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는 '세계 속의 대학'이라는 신조로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만 고민합니다. 신입생들을 평가하는 가장 첫 번째 기준이 영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하지요.

오히려 다양한 개인의 다양한 적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다양한 가치를 중시하는 21세기에 걸맞은 교육은 아닐까요? 세계화를 외치는 분들, 대학에서 영어에 '올인'한 20대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가 세계화시대를 접하게 되었을 때 외국의 20대와 차별될 수 있는 것들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과연 이런 교육을 받는 우리가 국제적 사회지도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이미 두 해 전, 서울대에 입학해 신입생 특별 텝스 시험을 치렀던 제 친구에게 취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거 부담 나도 엄청 많이 됐지. 시험 못 보면 남들은 '대학영어'나 '고급영어' 들을 때 나 혼자 '기초영어' 들어야 하잖아. 하하."

"그래도 우리… 너무 영어에만 '올인'하는 거 아냐?"

그러자 제 친구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야…, 그 때야 '반'만 갈렸지. 이제 곧 '인생'이 갈린다."

덧붙이는 글 | 김명은, 이재덕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신입생 영어, #영어, #대학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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