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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폐지되거나 존치되는 부처나 기관의 희비가 엇갈렸다.

 

여성부로 명칭이 바뀌고 기능이 축소되는 여성가족부는 장관이 직접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재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반면 대통령 직속 기구 처지를 면하게 된 국가인권위원회는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직접 나선 장하진 장관 "보육·가족 업무 부각시켰는데..."

 

장하진 여성가족부장관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의 이번 정부 조직개편 합의는 여성부 존치가 아니라 폐지"라며 "오늘날 한국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여성·보육·가족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결정"이라며 개편안 재고를 촉구했다.

 

지금까지 여성단체 주최로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기자회견 등의 움직임은 있었지만 부처 장관이 직접 나서서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를 주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장 장관은 "여성 정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보육·가족 업무를 공룡 부처인 보건복지부로 이관하여 허울뿐인 여성부만 남겨 놓은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여성정책의 축소이자 퇴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성 정책을 강화하겠다던 이명박 당선인과 통합민주당의 약속 파기"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장 장관은 이어 "지난 2006년 여성가족부는 보건복지부의 주변업무로 취급되어 오던 보육·가족업무를 이관 받아 불과 2년 동안 보육과 가족업무를 국가 핵심과제로 부각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여성단체들도 불쾌감을 나타내기는 마찬가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개 단체들은 전날(20일) 발표한 성명에서 "보건복지여성부로 통폐합되는 개편안보다는 진일보한 결정"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야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합의안을 환영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지난 한달간 인수위원회는 보건복지여성부 내 양성평등위윈회,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 등 입장변화를 거듭했다"며 "일관성 없는 입장은, 내용을 떠나, 차기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한낱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단체들은 "그간 여성계가 요구한 것은 성평등 사회를 향한 장기적 계획이지, 단순한 여성가족부 존치가 아니었다"며 "뿐만 아니라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던 2개 부처(환경부, 여성부)에만 여성을 장관으로 내정한 데서도 차기 정부의 성평등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민주당 여성 의원 17명은 여성가족부 통폐합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이들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의 보육과 가족 정책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된다면 여성부는 초미니 형태의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여성가족부 존치를 주장했다.

 

국가인권위 반색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

 

 

반면 대통령 직속 기구로 편입되려다 독립기구로 유지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권이 수많은 쟁점 중에서도 국가인권위의 독립성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해 준 데 감사한다"며 여야의 결정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안경환 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은 국가인권위 설립 당시(2001년) 3년여에 걸친 독립성 논쟁을 다시금 명확하게 확인하는 과정이자, 독립성이야말로 국가인권기구의 가장 중요한 특성임을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였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또 "그동안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적 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고, 이 과정에서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명시한 파리원칙과 전통적 3권 분립론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무소속 독립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국가인권위는 향후 독립성 논쟁이 한 차원 높은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며 "소속과 업무의 독립성이 분명하게 정리된 이상 인사, 예산, 조직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적절한 시점에 이 문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기구 독립성에 대한 여론의 공감을 얻은 만큼 이제부터는 대통령이 정하는 위원장과 여야가 추천하는 상임위원 등에 관한 인선에서도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부(입법·사법·행정)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국가인권위, 방송위원회)의 지위는 헌법의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며 두 기구의 대통령 직속 기구화를 밝혔었다.

 

이에 국내 인권단체와 법학과 교수들이 국가인권위의 독립성 훼손을 주장하며 논란을 확대시켰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까지 직접 서한을 보내 독립기구로의 존속을 촉구한 바 있다.


태그:#여성가족부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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