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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김 여사' 시리즈 중 하나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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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 미숙한 운전이나 황당한 사고 사진에 '김여사'라는 꼬리표를 단 게시물들이 올라와 화제다.

쓰레기차에 담긴 승용차 사진, 주유 후 주유기 노즐을 뽑기 전에 차량을 운행해 주유기가 넘어지고 파손된 사진 등이 '친절한 김여사 - 폐차는 쓰레기통에', '김여사 주유소 습격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유머 게시판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사실 김여사 시리즈가 인터넷에 등장한 것은 오래된 일. 이를 얼마 전 지상파에서 다루면서 '여성 운전자 비하 논란'이 가시화된 것.

논란이 되고 있는 김여사 시리즈는 일부를 제외하고 운전자가 실제 여성인지도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양반'이라는 호칭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여사는 대다수 남성 운전자들 눈에 비친 여성 운전자들의 대명사라 하겠다. 남성 운전자들에게 있어 김여사는 논두렁에 차를 박고, 화단에 주차를 하는 운전 미숙·교통 체증의 원인이자 사고 원인 제공자인 것이다.

그래서 김여사 시리즈는 그냥 한 번 웃자고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여성 운전자에 대한 무의식적·의식적 비하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러기에 보는 이들 역시 편하게 웃고 넘어갈 수 없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 김여사 시리즈는 양보와 배려가 부족하고 공격적인 우리 운전 문화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예전 교통문화운동본부가 주도한 연구결과를 보면 여성 운전자의 86.5%가 남성 운전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을 하는 남성들에게 '운전 중 여성 운전자들을 마주쳤을 때 혼잣말로 욕을 한 적이 있는가?'를 묻는다면 어떨까?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06년 말까지 약 2400만명의 운전자 중 여성은 약 909만명이다. 남성과 여성운전자 비율은 1993년 79.2%와 20.8%에서 2006년 62.2%와 37.7%로, 6:4의 비율에 근접해가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당연한 결과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경우에도 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김여사를 비난하는 남성 역시 아내가, 어머니가, 딸이 운전을 하면 일단 편할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왜 여성들에게 운전대에서 떠나라고 하는가.

여성이 남성에 비해 기계조작 능력이 떨어져서? 운전 미숙으로 교통 체증을 불러일으키니까? 나보다 좋은 차를 타는 모습이 못마땅해서? 당연히 일부 여성에 해당하는 말이다. 운전이라는 영역에 대한 특권 의식도 버려야 한다. 여성적 특성이 운전과 어느 정도 안 맞다 치자. 반대로 여성적 섬세함이나 민감성이 오히려 안전 운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양반'이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화단 주차 때문에 졸지에 비웃음거리가 된 김여사에게 사과하자. 회사에 가기 위해, 드라이브하기 위해,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도로에 나선 김여사에게 양보 한 번, 미소 한 번 보내주는 배려가 당신의 운전을 좀 더 아름답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경자동차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여사, #여성비하, #남녀평등, #운전미숙, #교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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