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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생각보다 흐린 날씨에 당황해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곧 쏟아질 듯 하늘은 울상을 하고 있었다. 날씨 탓인지 내 기분도 덩달아 좋지 않았다.

 

8시 3분 전. 급히 내려온 덕분에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을 듯 했다. 그런데 8시 5분쯤이면 오는 버스가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늘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도 발을 동동 굴리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우리 동네 마을 버스는 가끔씩 이렇게 버스 시간을 맞추지 않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 하나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분 후, 버스가 왔다. 언젠가부터 새로 생긴, 늘 날 당혹스럽게 하는 작은 버스였다. 아침시간에 학생들도 많이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작은 버스는 우리 모두를 수용하기엔 턱 없이 작아 보였기 때문에 난 그 버스가 너무 싫었다.

 

게다가 이 버스는 어디에서 나타난건지 굉장히 불량스러웠다. 차도 많이 흔들리고 시끄런 소리도 많이 났다. 하지만 이 버스를 놓치면 30분을 넘게 또 버스를 기다려야하고 출근시간을 놓쳐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몇 정거장을 지나갔을까?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탔다. 교통카드가 없었는지 천원을 냈다. 버스기사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만 했다. 학생이 수줍게 "저, 학생인대요~" 그러자 아저씨는 화를 버럭 내며 "학생이라고 말을 해야 내가 알지!!!" 그 학생은 떨어지는 동전을 받으며 왠지 자기가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갑자기 그 때부터 버스가 과속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빨리 달려 짐을 들고 서 있던 나는 혹시 넘어지지나 않을까 싶어 버스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았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서 할머니 한 분이 타셨다. 한 손에 큰 가방을 하나 들고 급히 버스에 오르셨다.

 

할머니께서 교통카드를 들어 찍으려는 순간, 버스가 급출발을 했다. 나도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았다면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아야! 기사양반, 내 좀 앉고 나서 출발을 하지~ 그라고 좀 천천히 갑시다. 넘어지겠다~" 할머니는 교통카드를 찍음과 동시에 앞 의자에 무릎을 세게 부딪혔다. "빨리빨리 좀 움직여요~ 급해 죽겠구만!!!" 아저씨는 되려 큰 소리를 치며 할머니의 느린 움직임을 탓했다.

 

"삐~"

누군가 버스를 내리려고 벨을 눌렀다. 그런데 휑~하고 버스는 정류장을 그냥 지나쳤다.

"이봐요~세워요~"

한 아저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버스를 세웠다. 그리고는 정말 급히도 버스에서 내렸다. 그 아저씨가 버스를 내리자

"이 XXX, XXXX~~~~~~"

버스 기사 아저씨의 거친 욕설에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분명 잘못은 자신이 했는데 미안한 기색없이 욕을 하는 모습에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욕을 하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버스 시간을 어기고, 너무도 당당하게 버스를 난폭하게 몰고 있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한숨과 화가 섞여 나왔다.

 

그리고 다음 정류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리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앞좌석에 앉아있던 그 할아버지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몹시도 겁에 질려있는 모습, 몸이 생각처럼 빨리 움직이질 않자, 들고 있던 가방부터 문 쪽으로 일단 던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얼마나 겁이 났으면, 얼마나 무서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그 학생의 고개숙인 모습과 급히 가방부터 던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어찌나 버스 손잡이를 꽉 잡았는지 손가락 끝까지 피가 통하지 않아 손을 주무르고 있는 내 모습에서도 '내가 겁을 잔뜩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뉴스에서 일반 시민들이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사회적 약자로 보이는구나' 싶어 굉장히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오늘 아니, 우리 마을 버스를 탈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쩜 이리도 서비스 정신이 없는지, 마을 버스라는 특성 때문에 나이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타는데도 어쩜 저렇게 조금의 배려도 없는지, 왜 이렇게 버스기사 아저씨들은 우리에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오늘 그 버스 운전사도 굉장히 젊어보였다. 30대 초반쯤으로 몸도 굉장히 좋고 키도 커 보였다. 그런 사람이 나이드신 분을 상대로 욕을 하고 힘을 행사한다면 어떤 사람이 겁을 먹지 않겠는가.

 

시골과 다를 바가 없는 우리 동네에서 어딜 나가려면 꼭 타야하는 버스이기에 오늘 아침, 이 소동은 너무 화가 났고 서운했다. 우리 동네 마을버스는 제대로 정류장에 서는 법이 없고, 버스 시간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고, 버스를 타고 내릴 때 급정거, 급출발은 기본이다. 버스를 빨리 내리지 않아 다시가 문에 끼는 사고도 몇 번이나 보았다.

 

우리 동네 마을 버스를 고발한다. 버스기사도 버스를 타는 사람도 약자가 아니어야 한다. 내가 가야할 곳을 가게끔 해주는 버스기사분들에게 우리는 고마워해야 하고, 그 분들도 버스를 이용해주는 고객에게 감사해야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녀야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부산, 강서구를 운행하는 마을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이 글을 보고 화를 내기보다 자신을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내 자식같고 내 부모같이 생각하고 운전한다면, 그 사람들을 대한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태그:#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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