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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등급제 폐지가 결정된 22일 밤, 서울 노량진의 한 재수학원에서 창 틈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수능등급제 폐지가 결정된 22일 밤, 서울 노량진의 한 재수학원에서 창 틈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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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9시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M학원에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재수생이란다. 아직 2008학년도 입시가 끝나지 않았지만, 수험서를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시행 1년 만에 폐지 운명을 맞게 된 수능등급제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다. 한 학원 관계자는 "수능등급제의 실패로 올해 재수생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날 수능등급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우수한 학생들을 독차지하고 싶은 명문대학들과 이에 동조하는 몇몇 보수 언론들도 힘을 보탠 결과였다.

학생들 "수능만 공부하나, 논술까지 공부하나"

수능등급제가 침몰됐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광주에서 올라온 전아무개(18)군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뽑는다고 결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수능만 공부해야하는지, 논술까지 해야하는지 고민이라는 게다.

그는 "고1·고2 후배들도, 등급제에 맞춰 내신을 공부하고 있는데, 수능등급제를 1년만 실행하고 바꾸는 건 너무 성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1~2문제 차이로 등급이 바뀐 학생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조사하는 게 먼저"라며 "수리 가형을 제외하면 알맞게 나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적이 중위권이라고 밝힌 강기태(19)군은 "점수를 알려주지 않는 수능등급제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수능등급제가 폐지된 것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도 대학의 논술출제 여부 등 2009학년도 대입 전형이 빨리 정해지길 바랐다. 이하은(19)양은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발표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원 교사들 "수능등급제로 학생들만 피해... 정책 너무 자주 바뀐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은 수능등급제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도 수능등급제를 핑계로 논술을 강화한 대학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M학원 상담교무직원으로 있는 임희성씨는 먼저 수능등급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자신의 점수가 공개가 안 되니 생각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등급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수능등급제 시행을 앞두고 학생부로 대학간다고 했지만, 결국 대학들은 그렇게 학생들을 뽑지 않았다"며 "학생들만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연속성의 관점에서는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는 데는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능과 내신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낫다"고 밝혔다.

D학원 수학교사인 김승백씨는 "수능등급제가 폐지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학생은 없다"면서 "몇년 전 수능등급제 얘기가 나올 때부터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올해 3수를 하는 학생은 매해 다른 입시 제도를 경험하게 된다"며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를 비판했다.

김씨는 이어 "정책입안자들이 현실을 너무 몰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수능등급제를 하면서 대학이 논술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내신으로 학생들을 뽑았다면, 지금보단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능등급제로 사교육 시장만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밤 10시가 넘어서야 재수학원은 학생들을 토해냈다. 수능등급제의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모습이었다.

태그:#수능등급제, #재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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