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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직접 여의도를 찾은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합민주신당에 이어 민주노동당을 방문했다.

 

민주노동당은 16일 인수위가 발표한 개편안에 대해 통일부·여성가족부 등의 폐지에 반발하며 국회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이 당선인이 이를 설득하기 위해 다음날(17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대위원장을 찾은 것이다. 

 

이 당선인은 "(개편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면 따로 설명해 드리겠다"며 몸을 낮췄지만, 심 위원장은 "힘 있는 부처에는 힘을, 약자를 다루는 부서에는 힘을 줄이는 '강익강 약익약(强益强 弱益弱)'"이라고 꼬집었다.

 

심 위원장은 특히 "여성이기 때문에 섭섭하다"며 여성가족부 통폐합에 불쾌감을 나타냈고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때) 여성 업무를 따로 떼어봤다"고 반박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심상정 "정부조직 개편안, 강익강 약익약"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안 이야기를 꺼내며 "부탁드린다"고 하자 심 위원장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어서 의견서를 전달하겠다"면서도 통폐합되는 부처를 조목조목 따지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심 위원장은 "힘 있는 부처는 힘을 더 막강하게 해주고,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부서는 힘을 줄이는 '강익강 약익약'을 걱정하는 이들을 만났다"며 "민노당은 환경과 복지·여성·통일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국가의 균형과 발전을 이루는 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우선 섭섭했다"며 여성가족부가 보건복지부로 통폐합된 것을 꼬집었다. 그는 "여성이 대접받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사회이고,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역할의 강화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여성부는 폐지가 아니라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위원장은 이어 "(부처) 폐지로 간 것은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한다"며 "대다수 여성이 '차기 정부가 여성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당선인은 이에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표를 많이 받아서 당선됐다"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심 위원장의 지적은 그치지 않았다. 심 위원장은 '통일부 폐지안'을 꺼내들었다.

 

심 위원장은 "통일부처가 쟁점이 많이 되는데 독일도 '내독부'라고 해서 동서독 문제를 다루는 특수 관계에 따른 부처가 있었고 그 부처의 역할로 독일의 통일을 이뤘다"며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간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장은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정파를 초월해 인권이라는 가치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독립적인 기구로 있었다"며 "이 기구가 대통령 산하로 가는 것은 독재정부 이후 '인권의 가치를 가장 우선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인수위는 전날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인권위과 방송위원회에 대해 "3부(입법·사법·행정)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위원회의 지위는 헌법의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결정했다.

 

통일부·여가부·재경부·인권위 개편에 조목조목 핀잔 

 

이 당선인은 "인권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헌법에 위배가 되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독립시키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통일부에 대해서도 "통일문제는 통일부와 통일전선부가 수군수군해서 될 것이 아니라 남북간 대규모 협력에 모든 부처가 관계하는 등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재직시) 여성부처를 따로 두니까 다른 부처가 여성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며 "여성(관련 업무)을 따로 떼어놓으면 다른 곳은 관련이 없어서 진전이 되지 않는다.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심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정당 중 '여성 정당'임을 명문화한 곳은 민노당밖에 없다"고 응수하자 이 당선인은 "딸이 셋"이라고 우스개를 건넸다. 여성 문제만큼은 '여성 정당'을 명문화한 민노당 만큼 딸 셋을 둔 자신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심 위원장은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에 이의는 있지만, 여성이 오랫동안 사회에서 소외됐다"며 "여성 총리, 여성 당대표가 나와서 '여성 사회가 됐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여성 다수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일자리, 모성 보호, 사회적 권리 등의 문제를 특수하게 다룰 때 사회가 발전한다"며 여성 관련 부처의 강화를 주문했다.

 

동석한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이 "통일·여성·비정규직 문제 등에 목표가 다르면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토의가 필요하다"고 중재에 나섰지만 심 위원장은 경제부처 확대안도 짚고 넘어갔다.

 

심 위원장은 "과거 재정경제원을 연상케 하는데, 불행히도 '모피아'라는 오명이 있었다"며 "강력한 경제기구의 탄생이 재벌 위주의 정책을 강화하지 않을지, 서민 위주의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서민의 바람에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이에 "수요자 입장에서 '원스톱'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있고 세계 추세가 그렇다"며 "독일이나 미국은 (경제 관련 부처가) 우리보다 적다. 한국의 장관이 가장 많다. 그래서 기업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찾아가야 해서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비정규직 대변하는 민노당이 협력해달라"

 

한편 조직 개편안을 두고 두 사람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이에 앞서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눴다.

 

이 당선인은 "말로만 '비정규직을 위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길을 터주기 위해 진지하게 서로 논의해서 양극화의 극단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우연히 만난 한 해고 비정규직 여성 이야기를 꺼내며 "민노당이 이런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이런 문제에) 서로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심 위원장은 이에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꺼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선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정치권 합의가 지난 대선 때 이뤄진 것으로 본다, 18대 국회에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잘못된 법안에 대해 정치가 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 신경쓰겠다"고 화답했다. 


태그:#조직개편 , #이명박 ,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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