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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저 건
ⓒ 오마이뉴스
1월 14일 경찰청 발표 내용이 우려스럽다. 우선 발표 내용을 살펴보자.

경찰청 경비국장 조현오 치안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경찰 저지선(폴리스라인)을 넘는 시위대를 전원 연행하는 등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대응 방식을 현장 검거 위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시위 현장에서 심한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 대해 전기 충격기, 최루액, 물대포 등을 사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훈련도 진행 중이다. 시위진압에 검거조를 운용하기 위한 훈련을 지난 7일에 시작했으며 3월 2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경비국장은 검거위주의 시위진압 방식에 대해 "서울기동단과 경찰청이 합동으로 전술을 개발 중이며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 같은 시위진압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시위 진압에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배경에는 이명박 당선자 발언이 있다. 이 당선자는 불법시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공공연히 밝혀왔고 인수위는 최근 불법시위에 관한 강력대처를 천명했다.

인수위, 불법시위 강력대처 천명... 경찰, 시위 진압 강경조치 검토 선언

경찰 측 발표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테이저 건(일종의 전기충격기) 등 장비 사용에 관한 것이다. 경찰이 새로운 장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그동안 사용했던 장비가 시위 진압에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말 그런가? 그동안 사용한 장비가 부실해서 시위가 진압되지 않은 것인가? 최근 몇 년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집회 현장을 취재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 시위 진압에 사용하는 장비로도 그동안 많은 사람을 괴롭혀 왔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경찰은 방패와 진압봉 등으로 중무장한 채 집회 장소에 나타난다. 하지만 시위대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장대로 맞설 뿐이었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이것을 '죽창'이라 표현하며 시위대 폭력성을 한껏 부풀렸다.

잘못된 보도다. 대나무 막대기는 보았어도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죽창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겨울철만 되면 등장하는 물대포도 시위대에게는 두려운 장비다. 취재 중 물대포를 간혹 맞는다. 정말 춥다. 한 겨울에 물대포 맞고 젖은 몸으로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경찰들은 군홧발과 방패 곤봉만으로도 시위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2006년 7월 16일에는 포스코 건설노동자(고 하중근 열사)가 맞아 죽었고 11월에는 여의도 농민 집회에 참석했던 농민(고 전용철 열사, 고 홍덕표 열사)이 맞아 죽었다. 

방패와 곤봉만으로도 '열사' 만들었는데...

그래서 우려스럽다. 곤봉 방패 등 원시적 무기로도 시위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찰이  첨단화되고 강력한 무기를 들고 시위대 앞에 선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시위대 앞에선 나이어린 전경들 눈에서는 두려움과 증오가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취재 중 그런 눈들과 수도 없이 마주친다. 할아버지뻘 되는 농민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방패로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두려움과 증오가 겹쳐져 통제되지 않는 의식 속에서 나왔을 것이다. 증오를 심어준 것은 물론 지휘관들일 것이다.

이런 경찰이 무시무시한 테이저 건으로 무장하고 시위대 앞에 선다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 도대체 생사람 얼마나 더  잡으려고 이러는 것인가? 시위대를 흉포한 폭도로 규정하지 않았다면 '테이저 건'으로 무장한다는 것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물리력으로 집회를 막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다.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다. 경찰이 테이저 건과 최루액을 사용한다면 시위대는 과거 80년대 군부독재 타도 할 때처럼 화염병을 들고 집회에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당선자가 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어째서 집회를 하는지, 노동자 농민들이 왜 거리로 나오는지, 밤새워 연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불법 시위 엄정 대처 한다" 는 방침만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힘으로 억압할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귀가 커야 한다.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고통 받는 국민들 소리를 가장 잘 들어야 한다. 집회에 참석해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야말로 고통 속에 신음하는 민초들이다. 힘으로 누르려 하지 말고  그들의 고통을 해결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이 당선자와 '인수위'가  해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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