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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평지인 치바현에 위치한 마더목장. 아주 평화로워 보이죠?
 대부분이 평지인 치바현에 위치한 마더목장. 아주 평화로워 보이죠?
ⓒ 치바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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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는 곳은 '치바(千葉)', 정확히는 '치바현'입니다. 일본의 '현'은 한국의 행정 단위의 '도'와 가장 비슷합니다. 한자를 풀면 '천 개의 낙엽'이 되는 치바현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東京)와 인접하고 있습니다. 일본 하늘의 현관이라고 하는 나리타 국제공항도 이곳에 있지요.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도쿄 디즈니 리조트도, 사실은 치바현에 있답니다. 도쿄에서 겨우 15분 거리이긴 하지만요.

치바현은 우리의 전라도처럼 영토의 대부분이 평지입니다. 가장 높은 구릉이 겨우 408m. 일본 전국에서도 가장 낮은 고도입니다. 북부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도쿄만과 태평양이 맞닿아 있거든요. 치바현의 인구는 전국 6위의 규모(2007년 현재 610만4927명), 면적은 일본 자국 내 28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수도권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면서 주거 기능이 발달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2007년 12월 17일부터 시작한 4박5일 치바현 팸투어기를 공개합니다.

에도 시대의 숨결을 느끼다

시바야마인왕존
 시바야마인왕존
ⓒ 함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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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인 17일은 공항 근처인 나리타시를 둘러보았습니다. 처음 찾은 '시바야마인왕존(芝山仁王尊)'은 781년에 세워진 오래된 사찰입니다. 이곳에서는 시바야마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고분에서 출토된 하니와(무던 주위에 세워두었던 찰흙으로 만든 동상)나 불교미술자료, 역사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불교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들러도 괜찮을 곳이더군요.

다음에는 사와라(佐原)라는 거리로 이동했습니다. 에도 시대에서 쇼와 시대 초기까지의 상가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는데요. '전국 우수 관광지 만들기'상의 금상인 '국토교통상'에 선정된 유명지라고 합니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는 곳이랍니다.

돌아오는 길에 일본 전통술을 만드는 도가에 들렀습니다. 일본 내에서 유명한 '카노우 (叶)'라는 술이 생산되는 곳이었어요. 저에게 햅쌀로 만든 전통주를 권하길래 홀짝 마셔보니 한국의 '아침햇*' 생각이 나더군요. 모두들 '맛있다'를 연발하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레키하쿠에서 일본 역사 공부를

여행 이틀째. 우리가 찾은 사쿠라(佐倉)시는 벚꽃(桜)과 발음은 같지만 다른 한자를 씁니다. 먼저 사쿠라시가 자랑하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레키하쿠(歷博)'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고 해요.

역사박물관은 1981년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연구기관입니다. 이곳에서는 실물 역사 자료나 정밀한 복제품, 모형 등을 통해 일본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총 5개의 전시실에서는 25개의 세부 주제를 통해 일본의 서민 생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부터는 '대학공동이용기관'으로 선정되어, 전국의 대학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요. 한국의 부산대학교 등의 교육기관과도 연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레키하쿠'는 일본 초등학생들의 견학 필수 코스의 하나라고 합니다. 과연 볼거리도 배울거리도 많은 곳이더군요. 그런데 저는 전시보다 더 보기 좋은 광경을 만났습니다. 옛날 일본 영화 포스터, 배우 브로마이드 등을 전시해 놓은 코너를 지나는데, "내가 어렸을 때 이 영화가 인기가 많았지…"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백발의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계시더군요. 할머니 뒤에는 자원봉사 가운을 입은 학생이 휠체어를 밀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괜히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는 거 있죠.

돌고래와 뽀뽀하려면 돈을 내라고?

일본 치바현에 위치한 마더 목장.
 일본 치바현에 위치한 마더 목장.
ⓒ 함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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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여행 3일째가 되니 치바에도 조금씩 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날은 '마더목장'을 방문했는데요. 카노우산 중턱에 있는 이 관광목장은 광대한 초원에 양, 말, 조랑말, 토끼 등을 방목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동물들의 쇼가 펼쳐지기도 하구요. 저는 '아기돼지 레이스'가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은 쇼가 없는 날이라지 뭐예요.

목장 관리인이 '마더목장' 이름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일본도 한국처럼 '소'가 귀한 재산이었대요. 목장을 세운 사람은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우리도 소가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러나 끝내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대요. 그 말이 한이 된 그는 부자가 되어 거대한 관광목장을 설립하고 '어머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마더목장의 명물 '아기돼지 레이스'를 놓쳤으니 '돌고래 퍼포먼스'로 아쉬움을 달래야죠. '카모가와 시월드'는 범고래나 돌고래를 비롯해 800종류 1만1000 마리의 바다 동물과 만날 수 있는 테마파크입니다. 

시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다의 왕자 흰줄박이 돌고래가 조련사와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오션스타디움'입니다. 쇼가 끝나면 돌고래하고 뽀뽀도 할 수 있다는데, 요 돌고래가 은근히 사람을 가린다지 뭐예요. 게다가 뽀뽀를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대요. 우리는 깨끗이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수심 8m 물고기 떼의 습격(?)을 목격하다

카모가와 씨월드.
 카모가와 씨월드.
ⓒ 치바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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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쌀쌀해진 넷째날 20일 아침. 호텔에서 한 시간 가량을 달려 카츠우라해중공원(勝浦海中公園)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한규와 난류가 만나는 해중 지정 보호구역입니다. 무엇보다 동양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전망탑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해상 전망실에서는 태평양을 내려다 볼 수 있고, 해중전망실은 무려 수심 8m의 바다 속을 볼 수 있습니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니 둥글게 뚫린 창 밖으로 진짜 바다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창문 주변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알고 보니 전망탑에서 먹이 바구니를 설치해 놓았더라고요. 바구니를 빼곡히 둘러싼 고기들을 보니 어째 생태계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다음 정착지는 '도쿄디즈니리조트'입니다. 이곳은 워낙 유명한 터라 부연 설명이 필요없겠죠.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가이드분께 여쭤보니 오늘은 그나마 한산한 편이라고 하시더군요. 어쨋든 '꿈과 환상'의 디즈니리조트와 함께, 치바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었습니다.

천개의 표정을 가진 '천개의 낙엽' 치바현

21일 이른 아침. 공항으로 가는 길이 못내 아쉬워 '보소우(房総)의 마을'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에도시대 수기부터 메이지 시대 초기까지의 무가, 농가, 상가 등을 재현한 체험형 박물관입니다. 메밀국수 만들기, 다도, 일본 과자 만들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이제 다시 나리타 공항,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치바현은 넓고 우리가 가지 못한 곳은 너무나 많습니다. 일본에서 골프장 이용객수가 가장 많은 곳. 맛있는 '땅콩버터'가 있고, 고래 고기도 먹을 수 있는 곳. '도쿄' 디즈니 리조트가 있는 곳, 치바.

천개의 얼굴을 가진 치바의 매력을 알기에 4박5일은 너무 짧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혹시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할 일이 있으면 하루 정도 치바에 머물러 보시는 건 어떨까요. 천 개의 얼굴 중에, 마음에 쏙 드는 '그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태그:#치바,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 #아기돼지 레이스, #카모가와 씨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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