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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26일 오전 문래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성현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대선 패배 후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26일 오전 문래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성현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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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히 묻고 싶다. 과연 분당을 부르대는 그 용기와 패기가 참으로 진보정당을 살릴 길인지, 고통 받고 있는 민중을 살릴 수 있는 길인지, 얼마나 숙고했는가, 확신이 있는가."

손석춘씨에게 정중하게 대답한다. 그는 우리에게 얼마나 숙고했냐고 묻는다. 내가 탈당한 게 4년 전이니까 한 4년쯤 숙고한 것 같다. 그러는 손석춘씨에게 되쳐 묻는다. 그 운동권에서도 폐기처분된 그 썩어빠진 대동단결론으로 상황을 호도하는 객기를 부리기까지 도대체 몇 초나 생각했는가?

나는 민주노동당원으로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선거 띠를 가슴에 두르고 지하철 입구에 혼자 서서 민주노동당 구호를 외쳤고, 탈당을 한 후에도 2004년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할 때까지 민주노동당을 위해 꽤 열렬히 활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내가 탈당까지 해야 했다면, 최소한 뭔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진중권이야 워낙 성질이 남달라서 그런다고 치자. 홍세화 선생의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홍세화 선생 역시 민주노동당원으로서 대단히 모범적이고 열성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홍세화 선생이 당의 상태에 절망하여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최소한 당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불행히도 나는 손석춘씨가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알지 못 한다. 그가 민주노동당에 이토록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도 이번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가 입당을 하여 당 활동을 하다가 종북파들과 부딪히는 체험을 단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이 상황에서까지 저렇게 태평한 소리는 아마 하지 못할 게다.

당내에 종북파가 없다고 우길 때, 이석행 위원장이나, 김창현 사무총장은 거짓말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왜 손석춘씨 같은 이까지 나서서 유권자를 속이려드는 그들의 사기행각에 몸을 실어주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내가 그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최대한 호의적인 해석은, "그는 민주노동당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당내에 종북파가 없다고? 민주노동당을 너무 모른다

썩은 상처를 대충 봉합하고 대동단결하면, 손석춘씨 말대로 진보정당이 살아날까?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점은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데, 그 경우 민주노동당은 다음 총선에서 더 처참한 패배를 당할 것이며, 심지어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어차피 이번 선거의 패배로 당은 비가역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에 들어와서 조직을 다 장악해 버렸지만,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종북주의자들은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었다. 그들은 미국과 신한국당에 대항하기 위해 대동단결하여 민주당을 지지하자고 주장하며, 진보정당을 건설하려는 이들을 민족분열주의자로 매도했었다.

손석춘씨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뭔가 주장을 하려면, 일단 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도대체 그의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이며, 그의 책임 의식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손석춘씨는 민중의 고통을 말한다. 여기서 턱 기가 막혀 버린다. 종북파가 누구인가? 남조선 민중보다 북조선의 정권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이들이 아닌가.

지난 9월 28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코리아연방공화국 5대 평화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대통령이 될 경우 임기 중에 통일국가를 선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코리아연방공화국 5대 평화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대통령이 될 경우 임기 중에 통일국가를 선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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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파들은 북조선 민중들이 아사하는 상황에서도 북조선 인민의 기아사태는 미제의 허위선전이라고 우기던 자들이다. 그들은 남조선 민중이 실업과 비정규직의 확대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대선구호로 고려 연방제를 외치고, 대선후보 뒤에 미군철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가 카메라에 찍히는 것으로 만족하는 이들이다. 바로 그 때문에 매번 문제가 됐던 것이 아닌가?

손석춘씨에게 새해를 맞아 먼저 제 자신이나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손석춘씨는 기껏 20년이나 묵은 그 대동단결론을 사태의 수습책으로 내놓는 만용을 부리기까지 대체 몇 초나 숙고했는가? 손석춘씨는 종북파에게 장악된 당 속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대동단결하여 이번 대선과 같은 닭짓을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 민중의 고통이 덜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가?


태그:#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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